[임영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기] 5월 30일, 포도밭이 펼쳐진 황톳길 평원을 달립니다
[임영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기] 5월 30일, 포도밭이 펼쳐진 황톳길 평원을 달립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3.09.18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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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5월 30일 에스텔라(Estella)에서 나헤라(Nájera)까지 80km 구간입니다. 에스텔라는 별이란 뜻입니다. 과거에는 아마 별빛이 쏟아지는 들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런지 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라이딩 3일째입니다. 아침 날씨는 15도 내외로 위도가 비슷한 우리나라와 거의 같습니다. 옷을 한 겹 더 입고 출발하여 10시 지나면 겉옷을 벗었습니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오전 중에 50km 정도 타고, 오후에 30km를 타서 오후 4시쯤에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했습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10분 정도 지나니 이라체(Irache) 포도주 농장이 나옵니다. 여기는 무료로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출입문 옆 벽면에는 수도꼭지 2개가 달려 있습니다. 하나는 포도주, 또 하나는 물이 나오는 곳입니다.

우리 일행은 포도주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른 탓인지 겨우 한 방울씩 나왔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9시부터 나오기 시작하고, 양도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배고프고 목마른 순례자에게 웃는 얼굴로 시원한 물 한 잔, 포도주 한 잔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은 예수님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일행은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떨어지는 포도주를 손바닥으로 받아 마치 성수(聖水)처럼 정성껏 혀로 한방울 한방울 음미하며 마셨습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포도주 농장을 지나 고개를 오르고 내리는 길옆 넓은 밭에는 포도가 있습니다. 스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조건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칠레에 떨어집니다. 스페인은 비가 별로 오지 않고 관개시설도 빈약하여 농작물이 잦은 가뭄에 시달립니다. 스페인의 와인산업은 술을 금한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던 800년간 침체 되었으나, 지금은 세계인들이 찾는 우수한 포도주를 생산합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포도밭만큼 많은 것은 올리브 농장입니다. 성경에서 감람나무는 바로 올리브 나무를 말합니다. 스페인 올리브유는 식용유 중 고급으로 전 세계 50% 이상을 스페인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수확할 때는 그물을 바닥에 놓고 기계로 털어 대량으로 수확합니다. 포도주나 맥주를 마실 때 나오는 올리브 피클은 안주로 제격입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황톳길을 지나자 멀리 비야마요르 디 몬하르딘(Villamayor de Monjardín)이라는 조용한 마을이 보입니다. 스페인의 마을이 그렇듯이 위치 좋은 곳에 로마네스크 형식의 성 안드레스 사도 성당(San Andres Apostol)이 위치하여 있고, 멀리 산 정상에는 9세기 이슬람 세력을 물리치기 위하여 쌓은 산 에스테반(San Esteban) 성이 있습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5년 전 왔을 때 아프리카 북부가 터전인 무어인(Moors)들이 만든 우물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저곳 찾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는 우리 일행을 본 그 동네 노인 한 분이 무엇인가 도움 주려고 애타게 무엇인가 말을 걸었지만 소통 부족으로 아쉬움만 남겼습니다. 선한 인상입니다. 답례를 하지 못하는 사람을 잔치에 초대하면 그것은 천국과 같으리라는 누가복음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끝없는 황톳길을 보내고 긴 아스팔트 도로를 오르다가 정상 부근에서 쉬었습니다. 멀리 로구로노(Logrono)가 보입니다. 지금부터는 대전 식장산 하산길보다 5배 정도 긴 내리막길이 펼쳐집니다. 처음 왔을 때 이유 없이 지나치게 핸들이 흔들려 자전거를 버리고 길옆에서 쓰러진 경험이 있습니다. 흔들린 원인을 지금도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로그로노는 15만 명이나 되는 제법 큰 도시로 리오하 지방의 중심도시입니다. 라이딩하면서 소소한 행복은 먹는 시간입니다. 허기지고 지친 상태에서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삶의 기쁨입니다. 우리는 스페인의 여러 음식을 맛보기 위해 식당가가 즐비한 소위 먹자골목을 찾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식당 3곳을 돌아다니면서 스페인 음식을 즐겼습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스페인은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유럽권 3대 요리 강국으로 꼽힙니다. 여러 번 스페인을 여행했지만, 스페인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편입니다. 순전히 돼지고기를 소금으로 절인 하몽(jamón), 유럽 최대의 쌀 생산지로 쌀과 고기, 해산물, 채소를 넣어 만든 파에야(paella), 그리고 해산물인 문어 요리 뿔뽀(Pulpo)가 유명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상추와 양배추 위에 올리브유와 식초를 쳐서 샐러드를 만듭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로그로노에서 목적지 나헤라까지는 30km가 남았습니다. 로그로노를 벗어나자 포도밭이 즐비한 평원을 달렸습니다. 가는 길 산 위에 큰 소를 그린 간판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은 축산업이 발달한 국가라는 느낌입니다. 로그로노를 벗어나 라 그레하 호수가 옆을 지나자 이제 황톳색이 선명한 나헤라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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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배기 2023-09-19 16:20:58
보는 이도 여행을 즐기는 이도 행복하게 만드는 기행문입니다. 현장에 있는 생동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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