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㊷] 그래도 지구는 돈다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㊷]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이수림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공예간사…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9.19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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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서 열린 2023 자원순환한마당.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우리는 플라스틱을 버리는 것 같지만 그것은 우리 쪽으로 되돌아오는 중이다. 연소된 것은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눈앞에 한 덩이 모닥불이 보인다. 불길은 작지만 강하다. 나뭇가지 여러 개가 모인 중심에는 오늘 밤, 비를 맞아도 꺼지지 않을 것 같은 근원이 있다. 조금 멀리서 떨어져서 보면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주변에 신이 난 사람은 없다. 불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보름달은 제 할 일을 다 한다. 달이야 빛을 내고 있지만 무언가를 태워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손에 든 오래된 사진을 불길에 던져버렸다. 사진은 불 속에서 몸을 말아 오그라든다. 사진의 네 개의 귀퉁이에서 네 개의 불길이 솟아났다가 금방 잦아든다. 이윽고 사진은 더 이상 사진이 아니다. 검은색의 재가 된다. 속이 후련해졌다. 이제 불 곁에서 자리를 뜬다.

사진은 정말 사라졌을까.

그렇게 믿는거다. 사라졌다고. 다시는 나와 관련이 없는 물건이라고. 필요 없어진 물건을 쓰레기통에 넣는 순간에도 우리는 믿고 있다. 아예 사라진거야.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쯤이야 우리는 알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고 오염물질이 대기로 올라가서 결국엔 무엇을 만드는지, 대기 오염이 어떤 악영향을 불러 일으키는지. 정말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 속 검색엔진은 서버가 먹통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 곁에 사시사철 굳건하다. 지자체의 환경교육 기관도 전화 하나면 쉽게 연결이 가능하다. 너무 어려워서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알면서도 왜 자원순환을 외면할까. ‘순환’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은 아닐까. 다시 쓰기는 어쩐지 어려운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우리는 인식한다. 대중매체의 화려한 삶을 사는 부자들은 옷을 한 번 입고 버린다. 럭셔리라는 단어 아래의 모든 것들은 새로 만들어진 신상만을 추앙한다. 인간의 삶도 순환의 과정을 가지고 있다.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순환. 삶의 굴레에서 벗어난 인간은 없다. 그래 굴레. 굴레라는 단어가 연상 시키는 것은 긍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형벌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환경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기 전부터 생겼던 것이다. 거의 원죄와 가까울지도 모른다. 동양과 서양을 망라하여 굴레는 좋은 의미가 아니다. 벗어날 수 없는 순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굴레는 신에게서 불씨를 훔친 것에 대한 형벌이다. 불교에서는 삶 자체가 굴레라고 이야기하며, 교리의 궁극적 목표 ‘해탈’은 굴레를 벗어나는 일이다.

사실 삶과 죽음과 같은 순환과 달리 ‘자원순환’은 지구를 살리는 순환이 되는데 겹쳐있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실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걸림돌이 없다면 쉽게 실천할 용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순환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순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순환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죽음에 초연한 사람들이 간혹 있듯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영웅이 탄생하듯이. 자원순환도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까. 자원순환을 받아들이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비밀이 있다면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들 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혐오범죄가 급증가했던 코로나19 사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생활 폐기물은 급증하고 분리배출은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 생태계가 순환하지 않고 꼭 자신이 버린 쓰레기가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렸고 환경 감수성이 최고조로 무뎌진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환경 운동가들과 시민들은 멈춰 있지 않았다. 모두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들은 청주에서 ‘쓰줄1004단’ 이란 이름으로 구성되었고 여러 성과를 내었다. 그 뒤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여 녹색실천네트워크로 크기를 키웠다. 2023년 9월 6일 녹색실천네트워크는 자원순환한마당을 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서 진행하여 여러 가지 체험과 행사를 통해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논의하고 자원순환 실천 사례들을 자리에서 뽐냈다.

시민이 모여 단체가 되고 단체가 모여 네트워크가 되며, 네트워크는 몸집을 키워 서로 토론의 장을 열었다. 점점 윤곽이 커지는 대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순환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가정했는데 왜 이 집단은 점점 커질 수가 있는 걸까. 나는 여기에서 힌트를 엿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다수가 한다고 해서 파급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내 곁에 한 사람이 실천하고 있다면 인식은 바뀔 수 있다. 실천과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곁에는 또다른 실천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기회가 없다면 인식을 깰 만한 하나의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서는 평소엔 쓰레기를 통해 새활용 된 작품들을 볼 수 있고, 그것이 환경에 대한 흥미유발에 시작점일 수 있다. 또 자원순환한마당과 쓰레기줄이기발표대회를 통해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쓰레기를 줄였는지 일상생활 차원에서의 노력은 우리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것은 곧 관심이 되기 쉽다. 외면은 소문을 닮아서 진실과 마주했을 때, 항상 꼬리를 먼저 내린다. 행동하는 사람들과 외면하는 사람들 사이에 접점이 없을 때 두 집단은 극과 극으로 멀어질 것이다. 서로의 세상만이 전부라고 믿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주위에 실천하는 한 사람이 중요한 것이며 더 나아가서 두 집단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한 것이다.

2023 청주자원순환한마당.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행사를 통해 닫혀 있던 세상에 새로운 지식이 투입된다. 자원 순환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의 얼굴 하나가 나의 세상으로 입장한다. 이젠 아예 모른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졌다. 인식 변화를 단번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인식의 변화는 역사 속에 빈번하게 있었다.

천동설이 사실로 여겨지던 중세에 코페르니쿠스는 자신이 관찰한 별자리를 토대로 지동설을 주장했다. 별자리를 꾸준히 관찰했기에 지구가 움직이고 하늘은 가만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눈으로 목격하자, 시대가 가지고 있던 인식이 깨진 것이다. 그가 밝혀낸 것은 사실이었으나 숨겨졌고 이후에 코페르니쿠스의 연구를 이어 받아 갈릴레오가 지동설 연구에 몰두한다. 결국 갈릴레오는 신성모독으로 재판을 가게 되며 고난을 겪는다. 재판 뒤에 그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역사엔 하늘과 땅이 자리를 바꾼 사례도 있는데, 자원순환의 인식 변화가 불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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