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공원, 산 이름에 담긴 비밀
뿌리공원, 산 이름에 담긴 비밀
운병당 이용휘의 충청풍수기행
  • 운병당 이용휘
  • 승인 2012.07.11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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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중구 보문산에 위치한 뿌리공원 전경.

가을이 깊어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 계곡의 물웅덩이마다 맑은 하늘이 그윽하게 잠겨있던 날들이 점차 줄어들고 굳은 날들이 잦아진다. 오솔길마다에는 낙엽이 지천으로 쌓이고 숲속 다람쥐들이 막바지 가을걷이에 박차를 가할 때면 으레 쓸쓸한 마음이 엄습해 와 노옹(老翁)으로 변해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자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벌써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들이 생각나서 못 견디게 그리울 때면 가끔씩 뿌리공원을 찾게 된다.

물론 뿌리공원에 부모님이 계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인연이 있던 것도 아니다. 또한 우리 문중을 상징하는 조형물 같은 것도 없다. 잘했건 못했건 이 나라를 500여 년 간이나 다스려온 집안이고 과거지사가 다 백일하에 들어난 성씨인데 뭘 자랑하고 내세울게 또 있어서 조형물과 선전물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내가 부모님이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마다 뿌리공원을 즐겨 찾는 이유는 단하나 진하디 진한 세상진리와 효사상이 그곳에 듬뿍 녹아있기 때문이다.

만성산에 내려온 하늘대왕
거북이 등을 타고
만백성을 품에 안다

세상사는 연기(緣起)에 의해서 피고 지는 법. 만성산(萬姓山) 또한 그와 같은 연기에 의해서 이미 천지가 시작될 때부터 뿌리공원의 터로 결정되었나보다. 만성산의 만성(萬姓)은 만 가지 성을 일컬음이요, 또한 만백성이라는 말과 동일하니 벌써 산 이름에 뿌리공원이 들어설 수밖에 없는 이치가 숨어있다.

대전시 중구 안영동에 조성된 뿌리공원은 대둔산 좌측의 산맥이 안평산을 타고 대전 둔산을 향해서 달려오다가 새고개에서 분리, 침산동을 지나 만성산에서 유등천에 가로막혀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영구승계형체(靈龜承繼形體·신령스런 거북이가 연이어 나가는 형체)로 명당을 이루었다.

명당의 기운이 뭉쳐 있는 혈(穴)은 12지신상이 세워져 있는 만성산 아래 첫번째 봉우리로 그 중앙에는 하늘대왕상이 모셔져 있으며, 혈의 넓이는 가로 24발짝, 세로 20발짝 정도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마치 비석을 세우는 거북모양 귀부와 꼭 닮은 형태다. <아래 사진>

하늘대왕상과 12지신상이 위치한 명당의 전경. 가운데 점선 안쪽이 명당의 혈(穴)이 뭉쳐 있는 곳이다.

굳이 따지자면 좌청룡 우백호겠으나 실상은 청룡 백호를 따질 필요가 없이 삼남기념탑이 서 있는 산봉우리를 안산(案山)으로 스스로 국을 이루고 있다. 형국을 따지자면 명당의 혈은 거북이 등, 안산은 머리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삼남기념탑이 자리한 봉우리는 다시 팔각정이 위치한 봉우리를 안산으로 국을 이루고, 팔각정 봉우리는 그 아래 더 작은 산봉우리를 안산으로 국을 이루며 연이어 뻗어나가고 있다.
즉 조(祖·만성산), 부(父·하늘대왕상 봉우리), 자(自·삼남기념탑 봉우리), 자(子·팔각정 봉우리), 손(孫·팔각정 아래 봉우리)으로 이어지는 신령스런 거북이형체의 비석받침대 모양으로 국을 이루고 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서 수천억겁의 밀알이 되어 대지를 푸르게 하듯이 조-부-자-자-손 오행(五行)의 수레바퀴가 영원히 쉬지 않고 굴러가면서 같은 유전자를 지닌 씨앗들을 거듭 뿌려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본인과 아들 손자가 다시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증조할아버지가 되고, 고조할아버지가 되는 이치와 같이 대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 성씨들의 조형물은 수충(水衝·물이 주는 충격)이 치는 동남쪽을 피해서 경사가 완만한 동북쪽을 택해 자리해 있다. 옹기종기 제멋대로 세워진 것 같으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무질서 속의 질서’, ‘인위가 가미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 이 또한 초가지붕 아래 오순도순 살아가는 민초들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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