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7일 새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무려 2년 동안이나 검찰 전체를 동원해 이재명 대표를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모자라 아예 판사가 결정문에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했기에 ‘무리한 정치적 수사’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다 20대 보수층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인 펨코와 디씨 등에서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그 사이트에서 한동훈 장관은 ‘법무능장관’이란 멸칭으로 불리고 있는 중이다. 더탐사 강진구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한동훈 장관의 능력에 대해 보수층에서도 의심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한동훈 장관은 여전히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였다. 27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됐는데 어떻게 보시나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속영장,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고, 이번 이 대표에 대한 결정도 그 내용이 죄가 없다는 내용이 아닙니다. 검찰이 그간 절차에 따라서 공정하게 수사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한 장관의 말대로 구속영장 결정이 유, 무죄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죄수복을 입고 수감되어 있어도 엄연히 무죄이고 피의자 구속은 도주 및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 장관의 말은 법원의 결정문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치평론가 유시민 작가는 “법조 언어는 일상 언어와 달라서 번역이 필요하다.”고 하며 법원의 결정문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결정문 서두에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 것으로 보이나....”라고 적힌 부분의 의미는 “수사를 해볼 만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수사를 해볼 만한 사건이란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결정문 곳곳에 나온 “직접 증거가 없다.”는 말은 “검찰에 대해서 증거도 없이 영장 청구를 하냐?”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범죄 혐의에 대해서 나온 ‘다툼의 여지’란 말의 뜻은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불확실한데 이걸 영장까지 청구했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2년 동안 그렇게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몇 차례의 소환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혐의를 확실하게 입증할 물증을 제대로 입수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모은 증거로는 이재명 대표의 유죄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 장관은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일선 검찰에 떠넘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취재진이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이화영의 진술의 신빙성을 좀 법원이 의심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과정에 진술받는 데 문제가 없었던 건지…”라고 묻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 영장판사의 세부 판단 내역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고요. 필요하다면 검찰이 설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하며 검찰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재명 대표 관련 남은 수사는 어떻게 될까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장관은 “말씀드렸다시피 영장 결정은 이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에 불과합니다. 차질 없이 진행될 겁니다.”라며 ‘중간 과정’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애써 사안을 축소시키려고 했다.
또 취재진이 “어제 영장 기각으로 야권에서 '무리한 수사였다'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이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라고 묻자 한 장관은 “제가 체포동의안 설명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관련 사안으로 21명이 구속됐습니다. 무리한 수사라는 말에 동의하실 만한 국민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습니다.”고 했다.
물론 그 21명의 구속된 인물 중에서 주요 핵심인물로 지목된 사람들이 죄다 구속 만기로 석방되었다는 점을 한 장관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의 기각 결정문에서 보였듯이 구속된 인물이 21명이든 210명이든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적으로 이 혐의에 연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도어스테핑 내용을 볼 때 한동훈 장관은 법원의 기각 결정문을 읽지 않았거나 읽었음에도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취사선택해서 읽은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