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7일 새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시민언론 더탐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듯이 순수하게 법리대로만 본다면 기각이 마땅했으나 최근 법조 카르텔의 횡포가 너무 심해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필자 또한 2개의 시나리오를 모두 대비해서 기사를 작성해두어야 했다. 결국 기각이 되었고 인용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써둔 기사는 ‘If의 영역’으로 남게 되었다.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리한 수사를 벌였던 한동훈 장관과 검찰은 대국민 비판과 역풍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대표를 두고 ‘잡범’ 취급하는 발언까지 하며 너무도 확실하게 혐의를 자신했으나 돌아온 결과는 영장 기각이었기에 보수층 커뮤니티마저도 한동훈 장관을 맹비난하고 있다.
또한 정치적 배신을 저질렀던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도 역풍을 피하기가 어렵다. 이미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선 배신자 색출에 나섰고 최소한 본보기로라도 주동자 격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출당시키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출당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은 기각 직후 “우리의 결단 덕에 방탄 국회 프레임을 벗었다.”고 큰소리 치고 있는데 뭘로 봐도 씨알도 안 먹힐 소리이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신의를 배반하고도 이렇게 큰소리 치는 사람들은 솔직하게 말해서 처음 봤다. 기각 결정이 났으니 저들이 저렇게 반성 없이 큰소리를 칠 수 있었지 만에 하나 인용이 되었더라도 과연 저런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과 정치 검찰, 국민의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들 외에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력은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정의당이다.
우선 정의당이 과연 자력으로 의석 획득이 가능한 정당인지부터 곰곰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정의당 의석은 6석인데 이 중 지역구 의원은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시 갑) 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심상정 의원은 현역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3위에 그쳤다.
심상정 의원조차도 그러한데 그보다 인지도가 더 낮은 사람들이 지역구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의 사이가 너무 틀어졌기에 후보 단일화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비례대표 또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들이 교차 투표를 해준 덕에 의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의 제휴, 연대 없이 자력으로 의석을 확보하기가 힘든 정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2번이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 속된 말로 엿을 먹였다. 특히 지난 21일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정의당 배진교 의원(비례대표)이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을 가리켜 ‘민주주의가 역주행하는 시간’이었다고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민주주의를 역행한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죽어라 물어 뜯었던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정의당은 “제1야당 대표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하게 된 것도 다행”이라며 부랴부랴 역풍 회피에 나섰다. ‘

이재명 대표 건을 차치하더라도 현재 정의당은 정말 난파선처럼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것 같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진보 정당이란 색채는 페미니즘에 가려서 지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올해 4월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주 서울 촛불집회 현장을 취재했으나 거기서 본 정의당 출신 인사는 김종대 전 의원 한 사람 뿐이었다. 심상정 의원도 이정미 대표도 배진교, 류호정, 장혜영 등의 의원들은 촛불집회 현장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정치적 색깔부터 퇴색해서 모호해진데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려는 자세조차 없으니 그들의 계산대로 민주당이 망한다고 해서 과연 정의당에 그 표가 갈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의당 의원들보다도 오히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더 촛불집회 현장에 자주 나타났고 차라리 그녀의 정치적 색채가 더 선명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정말 정의당은 故 노회찬 전 의원 사후 전혀 다른 정당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이렇게 당이 달라진 것에는 심상정 의원과 이정미 대표의 책임이 매우 크다. 또 관심 끌기 행보와 잦은 래디컬 페미니즘적 발언으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류호정, 장혜영 의원도 그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최근 정의당이 계속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척을 지는 행보를 지속하는 원인에는 3년 전 총선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더불어민주당이 망해야 정의당에 표가 올 것이란 계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표가 정의당에 가려면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정의당 외에 다른 대체자가 없을 것, 둘째는 더불어민주당보다 정의당의 정치 색채가 더 선명할 것이다. 이 2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정의당의 구상은 그저 공상(空想)이자 몽상(夢想)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대 총선 때엔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으로 해산되었기에 진보 정당이라고는 정말 정의당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 덕에 정의당이 비례대표에서 다소 재미를 볼 수 있었고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던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경기도 고양시 갑에서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당선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의당 외에 그보다 더 색채가 선명한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이란 대체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용혜인 의원을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좋고 기본소득당을 정의당의 대체제로 인정하고 있다. 또 진보당도 작년 8회 지선에서 어느 성과 하나 못 건진 정의당과 달리 울산 동구에서 김종훈 구청장이 당선되는 성과도 맛 보았다.
그리고 아직 원외 정당이지만 김상균 대표가 재창당한 新 열린민주당도 있다. 즉,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비례대표 교차 투표를 할 당이 정의당 외에 무려 3개나 더 있는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계속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보를 거듭하는 것이 과연 정치적으로 무슨 이득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진지하게 정의당은 내년 총선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할 정도로 암울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정의당이 다음 22대 국회에서도 원내에서 생존하려면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망가졌던 정치 노선부터 올바로 정립하고 말로만 ‘노회찬 정신’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한 ‘노회찬 정신’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정의당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