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유가족 초청은 무시하고 교회로 간 대통령
10.29 참사 유가족 초청은 무시하고 교회로 간 대통령
왜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회피하고 참사 책임을 면피하나?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10.29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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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이 초청한 시민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이 초청한 시민추모대회엔 '정치 집회'라는 이유를 대고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 추모 예배에 참석해 논란이다. 그리고 10.29 참사를 '불의의 사고'로 표현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출처 : 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8일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애도”라며 “10ㆍ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정중하게 초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직접 대통령실 행정관을 통해 초청장도 보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25일 대통령실은 시민추모대회가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가 공동 개최하는 사실상의 ‘정치집회’ 성격이란 점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불참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주최 측에서 빠질 테니 윤 대통령이 추도식에 참석하라고 요구했으나 끝내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했다.

그 대신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1주기인 29일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추도 예배를 했다. 유가족들이 초청한 추도식엔 참석하지 않았으면서 엉뚱한 교회를 찾아간 것인데 이 때문에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찾아간 영암교회는 그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던 교회로 알려져 있다. 교회에서 추도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은 전국, 세계 어디나 똑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서울광장이든 사고현장이든 성북동 교회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이 같다면 왜 직접 유가족들이 초청한 자리에는 가지 않고 엉뚱하게 대통령 본인이 유년기 시절에 다녔던 교회에 간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유가족들이 초청한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치 집회’ 운운하며 야당 핑계를 댔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이 행사는 국가에서 연 행사도 아니고 민족중흥회라는 친박 수구 반공단체 주최로 열린 것이다. 친박 수구 반공단체에서 주관한 행사는 괜찮고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로 진행하는 행사는 안 된다는 건 형평성에 맞지도 않다.

또한 그 영암교회 예배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추도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유가족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한 뒤 "불의의 사고로 떠난 분들, 이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0.29 참사를 ‘불의의 사고’라고 한 것인데 불의의 사고란 보통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나 인간의 힘으로 막지 못하는 불가항력(不可抗力)적 요소로 인해 일어난 사건에 붙이는 말이다. 그러나 10.29 참사는 명백히 정부와 경찰의 안일함과 늑장 대응으로 인해 벌어진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라고 했으니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간 취임 후 1년 5개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참사가 발생했을 때 단 한 번도 본인의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항상 책임을 회피했으며 어떤 성과(?)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숟가락을 얹는 행보를 보였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행적을 참고할 때 10.29 참사를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한 것 또한 충분히 책임 회피라고 볼 소지가 다분하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른 이야기를 자제하는 게 좋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작년 참사 발생 직후에도 진상 규명 요구 목소리가 들끓을 때마다 ‘애도’를 핑계로 자물통을 채우려 한 전적이 있다. 그리고 진상 규명 요구 목소리를 모두 ‘정쟁’이란 딱지를 붙였다. 이렇듯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10.29 참사 발생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의지가 없었음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참사 유가족들이 차린 희생자 추도식에 불참한 진짜 속내는 본인의 체면과 위신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유가족들이 주최한 희생자 추도식에 갈 경우 유가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수도 있고 또 욕도 들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행적을 통해 살펴보면 그런 굴욕(?)을 감수할 가능성은 애당초부터 희박했다. 또한 추도사에서 볼 수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책임을 아예 인지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때마침 공동 주최자로 더불어민주당이 있으니 그 핑계를 대며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회피한 것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추론된다.

그러나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이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회피하고 책임을 면피하려는 태도가 계속 된다면 국민들은 더더욱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 적합한지 회의감을 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공복(公僕)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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