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54] 나무의 시간…서산시 운산면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54] 나무의 시간…서산시 운산면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10.30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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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나무의 시간은 채움과 비움의 반복이다.

봄이면 가지를 키우고 새잎을 틔워 녹음을 채워가다가 가을이면 잎을 떨궈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그렇게 비워내야 겨울을 견딜 수 있고 이듬해 찬란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걸 나무는 안다.

오랜 세월 생을 이어온 보호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나무이기에 비움은 나무의 크기와 비례한다.

18m의 수고를 자랑하는 308년 수령의 관터로 팽나무는 얼마 전 가지치기를 마쳤다.

팽나무 옆에 수북이 쌓여있는 가지는 부지런히 채웠던 지난봄의 증거다.

스스로 떨구어 낸 삶의 무게도 꽤나 묵직하겠지만 더 긴 삶을 위해 사람의 손을 빌린 것이다.

최근 5년간 471건의 보호수가 피해를 보았다.

그중 44%를 차지하는 것이 천재지변과 재난재해였는데 이 또한 대비가 이뤄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지가 얽혀 있거나 나뭇가지가 무거울 경우,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하는 태풍에 부러질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폭설이 내릴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나뭇가지를 무게를 줄이려는 까닭도 있지만 햇빛과 바람이 잘 들게 해 나무를 더욱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관터로 팽나무는 이제 비워내기를 시작했다.

사람의 손을 빌려 가지를 쳐냈고 머지않아 잎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더 가벼워지는 시간을 만들어 갈 것이다.

비워내는 일에 주저하는 나를 되돌아본다.

혹시나 하는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한 물건들, 매일 매 순간 쉴새 없이 쌓이는 생각과 얽히고설킨 타인과의 관계까지 비워냄을 다짐하면서도 쉽게 실천하지 못하고 산다.

버거워하면서도 후회를 빌미로 애써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가지가 많다고 많은 열매를 맺는 게 아닌데, 더 많은 잎을 가졌다고 비바람을 이길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나무의 시간을 통해 나를 바라본다. 이 가을,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워야 할까?

서산시 운산면 관터로 504-5 팽나무 308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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