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책마을해리에서 개최한 북토크의 비밀
고창 책마을해리에서 개최한 북토크의 비밀
『돌아온 우리 상괭이』 소중애 작가가 『HELP!』 이우현 작가를 만났더니 생긴 일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3.11.01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여 권 출간한 우리나라 대표 중견 동화작가 소중애
어린이가 뽑은 작가상, 방정환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 수상 
예측도 계산도 전혀 하지 않은 99와 199의 특별한 만남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알게 된 놀라운 우연, 필연이 되다

[굿모닝충청 노준희 기자]  소중애 작가는 동화와 그림책 등 무려 200여 권을 집필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중견 동화작가이다. 교사 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작가 인생에 뛰어든 지 어언 40년. 세월이 흐른 만큼 무수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그에게 실제로 일어난 놀라운 이야기가 고창군 책마을해리에서 펼쳐졌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군 단위 작은 마을을 책의 성지로 이름나게 한 책마을해리. 이미 수십 차례 방송에 소개됐으며 현재도 드라마나 다큐 등을 촬영하는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이들을 데리고 필수로 들러야 할 곳이 될 정도로 인정받는 책마을해리에서 지난 28일 오후에 <서로살림> 북토크가 열렸다. 

책마을해리 입구에 있는 대표적인 놀이시설. 아이들의 로망과 어른들의 동심을 채워줄 나무 위 오두막이다. 오두막은 청명한 가을 하늘과 잘 어울렸고 최근엔 보기 힘든 플라타너스 낙엽 뒹구는 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사진=노준희 기자)

북토크의 주인공은 칠순을 넘은 관록의 소중애 작가와 단독 저서는 처음인 청년 이우현 작가. 약 50년의 시간차를 넘어 한 공간에서 만난 두 사람의 책 주인공은 똑같이 ‘상괭이’였다. 둘 다 최근 발행한 신간이었고 사전에 전혀 상의 없이 각각 책을 출간했는데 출간 시기마저 근접했다.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은 상괭이였다. 작가들이 글과 그림을 다 맡은 것도 같았다. 

소중애 작가의 작품 제목은 『돌아온 우리 상괭이(더좋은출판)』. 태안 기름유출사고로 서해안 일대가 검은 기름띠로 뒤덮여서 사라졌던 상괭이가 9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사실을 모티브로 썼다. 주인공 상괭이 이름도 ‘태안이’.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온 세계에 알린다는 차원으로 영어로도 번역해 실었다.

왼쪽이 '돌아온 우리 상괭이' 저자 소중애 작가이고 오른쪽이 'HELP!' 저자 이우현 작가. (사진=노준희 기자)

이우현 작가의 작품 제목은 『HELP!(책마을해리)』. 어릴 적 혼획돼 버려진 상괭이 사체를 보고 느낀 강렬한 경험을 떠올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죽어간 상괭이를 생각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각자 알아서 준비한 책이어서 서로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너무나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 초 이탈리아 볼로냐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도서전이 열렸다. 작가라면 가봐야 할, 가보고 싶은 행사이기도 하고 세계의 다양한 책을 한껏 볼 수 있는 자리여서 이곳을 방문하는 게 수많은 작가의 버킷리스트다. 

소 작가는 그 많은 사람 틈바구니에서 책마을해리 이대건 촌장을 만났다. 너무 오랜만이라 서로 반갑고 기뻤다. 그때 이우현 작가도 함께였는데 소 작가와 동시에 상괭이를 주인공으로 책 작업을 시작했다는 게 아닌가. 

소 작가는 이런 반갑고 놀라운 우연도 있나 싶었다. 각자 평생 처음 책 주인공으로 삼은 상괭이로 동시에 작업하고 있음을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20년 만에 만난 사람을 통해 알게 되다니!

책마을해리 교정에 설치된 상괭이 조형물. 청명한 가을하늘이 마치 푸른 바다를 연상하게 한다. 뒤에는 책마을해리 본관이 보인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건물 곳곳에는 북카페, 전시관, 책숲, 책감옥 등 책과 함께하는 다양한 콘셉트룸이 있으며 교정 구석구석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좋아할 만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사진=노준희 기자) 

이 촌장은 이 특별한 인연을 두 사람의 공동 북토크로 연결했다. 드디어 북토크 하루 전, 소 작가의 이번 책이 199번째인 걸 우연히 알게 된 이대건 촌장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소중애 선생님, 기억나세요? 제가 선생님의 99번째 책을 편집한 편집자예요."

소 작가는 깜짝 놀랐다. 이대건 촌장이 자신의 책을 편집한 적이 있는 건 알지만 99번째 책을 편집한 줄은 몰랐다. 이번 북토크 상괭이 책이 소중애 작가의 199번째 책이었다. 이번 책 편집자 역시 이대건 촌장과 몇 년 전부터 알던 사이였지만 숫자 라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 닿을 줄은 전혀 몰랐다. 

딱 100권의 간격을 두고 다시 만난 두 사람. 그 책을 매개로 인연이 굵어진 두 편집자. 
100권째와 200권째 북토크였으면 더 기막히게 멋졌을까. 99번째와 199번째 책 편집자들은 소중애 작가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흥미로운 인연에 감탄하며 숫자가 이어준 의미를 음미했다. 

연속된 인연에 감흥이 무르익었고 이 촌장은 20년 전 소중애 작가의 100권째 출간기념회를 축하하러 천안에 간 사실을 털어놓듯 말했다. 

"축하객이 정말 많았어요. 딸이 매우 어릴 때여서 아내와 딸은 차에 있었고 저만 살짝 보고 왔었답니다."

활짝 웃으며 오래 간직한 비밀처럼 밝힌 그날의 기억. 

소 작가는 또다시 놀랐다. 그때는 한겨울이었다. 멀리서 자신의 출간을 축하해 주러 옛 편집자의 가족이 찾아왔는데 정작 본인은 알지도 못했다. 

"아이구, 그런 일이 있었어요? 난 전혀 몰랐네. 온 줄 몰라서 미안하고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멀리서 방문한 축하객의 꽃바구니를 안고 있는 소중애 작가(왼쪽)와 이대건 책마을해리 촌장(오른쪽). 둘의 인연은 세월을 뛰어넘어 서로 모르게 2대까지 이어져 왔다. 반가움과 놀라움의 연속인 책마을해리 북토크. (사진=노준희 기자)

놀라운 일은 또 있었다. 100권 출간기념회에 안고 간 그 딸이 지금 공동으로 북토크를 여는 바로 그 작가였다. 볼로냐에서 봤던 이우현 작가는 이대건 촌장의 딸이었던 것. 고창군 해리면에 들어가 마을 사람들을 작가로 만들어 책을 낼 수 있도록 이끈 이 촌장 부부는 딸도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로 키워냈다. 

기자는 이 일련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직관했다. 왠지 뿌듯했다. 책으로 맺은 인연은 호화찬란하지 않지만 이렇게 가슴 한 귀퉁이를 뭉클하게 적시는 힘이 있었다. 

소 작가는 얼마 전 200권 축하 출간기념회를 성대히 치렀다. 모두 주변에서 적극 축하해 주어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200권의 책을 완간한 소회를 물으니 "힘들기보다 글 쓰고 잘 쓰는 게 힘을 준다"고 했었다. 

이번 북콘서트에서 소 작가는 "우리나라가 평소엔 불평불만이 많은 나라 같지만, 국가 재난이 닥쳤을 땐 항상 있는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했고 그 덕분에 태안 앞바다가 다시 살아났다. 당시 외국에 있어 기름때 걷는 작업에 참여하지 못해 항상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 책을 쓰면서 그 빚을 갚은 것 같다"며 특유의 호방한 웃음을 보였다. 

소중애 작가가 직접 만든 제작물과 사진을 보여주며 돌아온 우리 상괭이를 쓰게 된 계기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준희 기자)

공저도 여러 번, 전시도 여러 번 해본 다재다능한 이우현 작가는 "단독 저서는 처음”이라며 “확신이 안 서면 폐기하고 싶다가도 카페를 가거나 해서 새로운 기분을 찾아가며 원고를 완성했다. 완성본을 펼쳤을 때 정말 보람을 느꼈다"며 솔직한 청년 감성의 감회를 전했다. 

이우현 작가가 어릴 적 경험한 충격적인 상괭이 모습을 보여주며 HELP!를 쓰게 된 계기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노준희 기자)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성지, 책마을해리에서 펼친 북토크였다. 하지만 이대건 촌장은 늘 하던 대로 책마을해리를 방문하는 사람이 운 좋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전혀 홍보하지 않았다. 과하지 않아서일까. 북토크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워 은은한 감동이 일렁였다. 

50년의 간극 전혀 없이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소중애 작가와 이우현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 공동 북토크였다. 

이날은 하늘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볕은 따뜻했고 바람은 산들거렸다. 작가들과 참석자들 모두 흐뭇한 마음을 안고 돌아간 날로 기억될 아름다운 하루였다. 

책마을해리의 교정 한 편에 있는 레트로 감성 물씬 풍기는 빨간 우체통과 하얀 벤치. 벤치 위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면 이 풍경 자체만으로 가을 그림 완성이다. 핵마을해리에는 이처럼 정겹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많다. (사진=노준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