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설화(雪花) ⑲
[연재소설] 설화(雪花) ⑲
  • 유석
  • 승인 2015.07.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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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유성 김종보] 마음 같아서는 일사천리로 뒤집어엎고 싶었지만 경제사정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보니 매번 읊어대는 넋두리 타령은 날 무당이 신세타령 하는 것과도 같았다.
싸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한 주일이 멀다하고 부딪치는 통에 악처의 화풀이는 연속 되었다.
그럴 때마다 초승달 같았던 옛 설화의 사랑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막을 수 없는 그리움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사이 미란의 횡포는 그를 더 동여매어 힘없는 목을 조여 대고 있었다.

지금까지 미란은 돈만 쫓아다닌 여자였다.
그녀 스스로 말한 대로 목적이 오직 돈이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돈 밖에 모르는 여자다보니 그녀를 거쳐 간 남자들은 그녀를 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돈의 노예로 전락해 살다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었다.

“왜! 이제 옛날 마누라가 생각나나 보지…? 다시 그년한테 가! 보내 줄 게. 가되, 다희까지 데리고 가! 근데, 그년이 저 기집애를 과연 받아 줄지나 모르겠네…”
악처가 불어대는 삭풍이 또 한 번 휘몰아치자 가뜩이나 비틀거리는 마음은 늘어져 파김치가 되었다.
미란은 철저하게 남편을 조롱하며 어린 딸까지 싸잡아 내렸다. 또 다시 실패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듯 발악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다희를 학대한 것도 돈 때문이었다. 돈 때문에 제자식까지 보이지 않는 파렴치한 여자가 되었다.
그녀의 위장 사랑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자신도 모르게 설화가 생각났던 것이었다.
간밤이 또 어떻게 지나갔는지 뜬 눈으로 지샌 그는 결국 출근도 하지 못했다. 이때 한 가닥 그의 마음을 잡아 준 것은 역시 다희였다.

아이는 엄마의 돌봄이 부족해서 그런지 여전히 창백해 보였다. 그가 다희를 보살피고 있을 때 재란이 찾아왔다. 언제 보아도 가재는 게 편이었다. 대뜸 미란의 탈선이 무조건 남자의 잘못이라며 들이대자 두 번 당하는 꼴이 되었다.

천우신조였을까. 반복 대는 말싸움이 지속되고 있을 때 금희가 지원군이 되어 들이 닥치면서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 사이가 되었다.
금희가 분노를 터트리자 재란도 물러서지 않았다. 끝까지 미란의 탈선원인을 지수의 무능력으로만 돌리려하자 금희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란이 만나고 있는 남자도 재란이 꾸민 일이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미란이 밖으로 나 돈지 얼마 안 돼 두 사람이 만난 것을 보면 둘 사이의 만남이 꽤 오래되었다는 것이 확인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말 좀 해보자! 너 정말 하리개구나…? 그렇게 쉽게 다른 남자한테 네 몸 던져 주는 거, 지수 좀 달래 주면 안 되니…? 툭, 하면 그거 할려면 보약을 요구했다면서…? 물론, 저렇게 사는 내 동생이 바보지만.”

미란은 그러면서도 밖에 나가 부부라고 하고 다녔다. 금희는 미란의 뻔뻔함에 고개를 내 저었다. 미란이 기분 좋을 때 그 틈을 타 젖가슴을 만지는 것조차 거부했다는 것을 들이대자 고개를 돌렸다.
금희가 지수를 못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동생이 세상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 볼 때마다 답답하기도 했지만 여자관계까지 올바로 처리하지 못하는 꼴을 보니 터질 수밖에 없었다.

요즘 남녀가 동거하다가도 뜻이 맞으면 결혼하고 그렇지 않으면 헤어지기를 식은 죽 먹듯 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못된 여자를 만나자마자 아이를 낳은 것을 놓고 호되게 질타했다.
때로는 다희를 자신에게 맡기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주기를 바랐으나 자신의 형편도 좋지 않다보니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다 같은 핏줄로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쩌다 악처를 만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인생을 망치고 있는 그 모습을 마냥 바라만 보고 있자니 속이 터져 나가는 것은 당연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남자의 본능인 성적 욕구를 억제하며 살아가는 동생을 바라 볼 때마다 속 타는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참다못해 그때마다 어디 가서 풀고 오라는 것도 금희가 다그치는 바람에 행동에 옮겼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지수는 그마저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처음에는 곧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았을 만큼 흐트러지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가장으로서 현실에 당면한 과제 해결이 더 급선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완고하게 살고 싶은 가정적인 남자였다. 그때마다 자위행위로 풀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금희의 분노는 극에 달았다. 지금 세상이 높은 자리 있다는 사회 지도층들마저 윤리도덕을 상실한 채 저지르는 성폭행이나 성추행 사건 소식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동생만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 사람처럼 살고 있어 그 안타까움에 날마다 속이 터져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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