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기] 드디어 도착··· 산티아고 대성당!!!
[임영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기] 드디어 도착··· 산티아고 대성당!!!
  • 굿모닝충청
  • 승인 2023.11.14 09: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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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식사는 숙소에서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40km 남았기 때문에 6시 30분쯤 출발하면 10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먼동이 트기를 무척이나 기다렸습니다. 어둠이 채가시지 않았으나 발걸음은 이미 공중에 떠 있어 금방이라도 시작하고 달리고 싶었습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각기 출발 장소는 다르더라도 순례자들은 이 길에 하나씩 하나씩 몰려들어 마치 개선장군처럼 씩씩하게 밀려들어 올 것입니다. 이제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보입니다.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그 사랑은 오래오래 간다고 합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연녹색의 그 숲길 사이로 햇살이 빛납니다. 그 빛 사이로 곡예하듯이 가다가 순례자를 만나면 속도를 줄이고 내립니다. 작은 시냇물을 건너는 좁은 다리를 만나면 창피함을 무릅쓰고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갑니다. 그 사이에 돌무덤 틈새로 핀 장미꽃을 발견합니다. 일행은 내가 왜 늦나 궁금해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건너오다 물에 풍덩한 줄 알았답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여전히 이곳 농촌은 아름답습니다. 길가에 핀 노란 금계국과 파란 목초지, 멀리 짙은 녹색으로 물든 숲과 허옇게 흩뿌려진 구름이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꾸밈없는 농촌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내가 살던 고향 집은 이미 아파트 단지로 변했습니다. 가끔 그 근처로 가더라도 고향 집을 머릿속으로만 상상해야 합니다. 어느 날 고향 선배인 화가가 우리 동네 풍경을 그렸습니다. 머릿속조차도 잊어버릴까봐 그 그림을 사서 집에 두고서 보고 있습니다. 스페인에 새롭게 지은 건물은 많지 않습니다. 모두가 추억이 있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도 어느 때가 되면 그렇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이제 커피가 그리워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귀하게 여겨집니다. 길모퉁이 카페에서 동양인 부부를 만났습니다, 중국인이냐고 묻자 대만인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느낍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그 카페 주위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꽃들은 우리나라 꽃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6월의 꽃 수국(水菊)도 우리나라처럼 똑같이 피어 있습니다. 풀밭의 초롱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주색 금강초롱꽃은 한국이 원산지인데 여기서 만나다니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산티아고로 향하는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면 도시의 공장들도 만납니다. 순례자들은 여기저기 인도로 모여들고 거의 다 왔다는 신호를 보내는 고색창연한 상징탑도 보입니다. 우리는 걸어서 산티아고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de Santiago) 골목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순례자들이 도로에 꽉 차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 시간 이후로 점점 계속 모여들 것입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정확히 10시 30분 도착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은 달랐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성당은 많은 용도에 따라 사용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뱀파이어 소리가 간간이 환청처럼 들립니다. 보이지 않지만 한 달 이상 걸었던 순례자들의 격한 감정이 광장에 넘쳐 흘렀습니다. 우리들은 아무 사고 없이 800km의 먼 거리를 라이딩했다는 감격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약간은 흥분했습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이제 자전거를 반납하고 완주 증명서를 받으려고 합니다. 자전거는 말 없는 무생물이지만 우리와 안전하게 함께해준 고마운 동무입니다. 정이 들어서인지 헤어지기가 아쉬웠습니다. 나는자전거를 쓰다듬으며 이별의 인사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유럽의 자전거 품질이 아주 좋았습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완주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하여 몇 가지 기본 사항을 컴퓨터로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아주 멋있게 생긴 공인 증명서입니다.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난 10일간 순례길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오랫동안 기억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지만, 그동안 본 수 많은 풍경들이 내 마음 속에서 행복을 주지 않고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자연의 광대한 공간은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미사는 12시에 시작되었습니다. 양쪽으로 된 공간에는 순례자들로 조금씩 조금씩 전부 채워집니다. 성가대를 대신하는 두 분 수녀님들의 맑고 고운 목소리는 천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였습니다. 이 시간 하느님께 고백하고 회개하고, 슬픔을 말하고 위로를 받습니다.

구약성서 욥기에서 욥은 왜 자신의 삶이 고통으로 가득하고, 착하게 살았는데도 왜 고난을 겪어야 하냐고 하느님께 따집니다. 하느님은 말씀하십니다.

흠 없고 정직한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아마 하느님이 너에게 준 벌이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에 비하여 
오히려 가벼운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삶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다. 
가끔 너의 이익과 반대되는 쪽으로 흐른다 해도 
너의 마음에는 하느님이 있지 않느냐? 
하느님의 계획을 계속 신뢰해야 한다.”

순례길 라이딩을 마치면서 800km를 걸어서 이곳까지 오신 분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내고 싶습니다. 빨리 간다고 해서 더 잘 보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닙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 사진제공=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오후에는 대서양과 접한 유럽의 끝 땅 끝에 위치한 작은 어촌마을 피스테라(Fisterra)에 차편으로 갔습니다. 여기서도 이곳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 대성당을 향하여 걸어갑니다. 대서양의 끝자락은 우리의 남쪽 다도해처럼 느껴지고 평화스럽고 조용합니다. 여기 땅끝 가장자리에도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숙소가 산티아고 대성당과 가까이에 있어서 오후 늦게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춤의 나라답게 많은 시민들이 흥겹게 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점점 어두워지자 광장에 접한 한 건물 아래에서 시민들은 경음악 연주단에 맞추어 노래를 경쾌하게 불렀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저녁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광장에 누워 평화를 누렸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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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2023-11-17 22:45:27
완주증명서와 압도적인 성당의 아릉다움
그리고, 해내었다는 벅찬 감동과 함께
그동안의 여정에 대한 감회의 기쁨에
마음까지 흠뻑 적셔지셨죠?

잊지못할 또하나의 추억으로
각인 되실것 같습니다.

저런 건강함이 저도 왕부럽습니다.
정말 멋지십니다!

곱배기 2023-11-17 06:51:53
정말 멋있는삶을 몸소체험하시고 생생한 현장 소개 고맙습니다!~^^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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