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대전지역 대학생 10명 중 8명 가까이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트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 계정을 체크하거나 옷차림을 제한하는 등 각종 통제를 가하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을 해치겠다”고 협박하거나 상처가 날 정도로 때리는 일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세종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주혜진 책임연구위원과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장온정 교수 등 연구진은 최근 ‘대전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한 데이트 폭력 인식과 대응 정책방향’ 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먼저 대전지역 대학 재학생은 2023년 4월 기준 12만5652명으로, 같은 시기 주민등록인구 144만5214명의 약 8.7%에 해당한다.
또한 데이트 폭력이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만남을 갖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스토킹과 통제 행동”을 말한다.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한 데이트 폭력 인식과 대응 정책방향’ 연구
연구진은 대전시 소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응답자는 1622명, 최종 분석 대상자는 1522명이며, 이중 여성은 986명(54.8%), 남성은 536명(35.2%)으로 집계됐다.
연애·썸·짝사랑을 경험한 1278명을 대상으로 ‘친밀한 관계 내 폭력 행위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5%는 어떤 식으로든 폭력 관련 행위에 연루 혹은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알리도록 한다거나 상대의 SNS 계정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상대의 옷차림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의 일정을 확인하고 공유를 요구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친밀 관계 형성 과정에서 어떤 유형의 폭력도 가하거나 당한 적도 없다”는 응답자는 263명(20.5%)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는 친밀한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일정 공유를 요구하거나 옷차림을 제한하는 등 통제 행위를 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61%로, 절반 이상이 상대에게 통제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통제 행위는 ‘SNS 계정이나 인스타그램 체크’로, 전체 응답자의 32%였고, ‘일정 확인 및 공유 요구’(27.9%),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알리도록 하는 행위’(21.4%) 순으로 나타났다.
모든 통제 행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였고 ‘상대의 옷차림을 제한하는 행위’(여성 3.3%, 남성 8.6%)는 남성이 가한 비율이 높게 나왔다.
계속해서 상대로부터 통제를 당한 경우는 전체 65.1%로, 상대에게 통제를 행한 응답자(61%)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끼는 물건이나 반려동물 해치겠다는 등 심한 협박도 1.8% 확인
이와 함께 언어폭력은 통제와 스토킹 다음으로 친밀한 관계 내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아끼는 물건이나 반려동물을 해치겠다는 등 심한 협박을 하는 경우(1.8%)도 확인됐다.
성별로는 남성 20.9%, 여성 25.4%로,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에게 위협적인 말을 한 경험이 높게 나왔다.

특히 상대에게 신체적 위협 또는 위해를 가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15.8%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행한 신체적 행위는 ‘팔목이나 몸을 밀침’(8.9%)이었고, ‘다툴 때 물건을 던짐’(4.1%)이 뒤를 이었다.
빰을 때리거나(1.3%) 상처가 날 정도로 때리는 행위(1.2%) 등 심각한 위협을 가한 응답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17.5%)이 여성(14.9%)보다 더 많이 상대에게 신체적 가해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상대방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를 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8.1%로 조사됐다. 고가의 선물을 요구(4.1%)하거나 하는 일을 그만두게(1.9%) 하고, 심지어는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1.6%) 일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전체 응답자의 7.8%만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는 60%, 스토킹은 40%에 가까운 응답자가 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이를 폭력으로 규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대전시 젠더폭력 대응 전문관’을 설치하고 체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응하고 예방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폭력 피해 실태와 인식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응과 예방 추진체계를 강화하고 주요 추진 주체들 간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