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59] 버들, 강아지…부여군 구룡면 구봉리 왕버들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59] 버들, 강아지…부여군 구룡면 구봉리 왕버들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11.17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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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윤현주 작가, 사진=채원상 기자] 저기, 왕버들나무 보이죠? 

아, 버들이라고 하니까 가늘고 긴 가지가 축축 늘어진 그 버들을 생각하시나 본데 저 나무는 버드나무가 아니라 왕버들이에요. 

물가에서 잘 자라는 ‘버드나무과’라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버드나무와는 그 모습이 좀 달라요. 

왕버들은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땅으로 처지지 않거든요. 

버드나무는 바람이 불면 하늘하늘하게 흔들리잖아요. 그런데 왕버들나무는 가지가 하늘을 향해 힘 있게 뻗으며 자라요. 

여기 보세요. 잎도 좀 다르죠? 버드나무잎은 좁고 긴 모양이지만 왕버들은 갸름한 달걀 모양이에요. 

또 하나 신기한 건 지금은 잎이 초록빛이지만 어릴 땐 약간 붉은색이었어요. 

그렇다고 겨울눈에서 갓 터져 나온 새순이 붉은 건 아니에요. 

새순은 연녹색이지만 어린잎으로 성장하면서 붉게 변했다가 다시 초록으로 물들어 가요. 

사실 색깔에 상관없이, 계절에 상관없이 왕버들나무는 아름다운 나무예요. 

무성한 잎을 매달고 있을 때는 풍성함에 시선이 가고, 잎을 떨궜을 땐 굵은 줄기와 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찬 기운이 전해지는 듯하죠.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붉게 물든 왕버들나무에 마음이 조금 더 가더라고요. 

나뭇잎의 모양 때문인지 붉은 왕버들나무잎이 촛불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요. 

뭐랄까? 더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가기 위해 마음을 닦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왜 개구리가 높이 뛰려고 움츠리는 것처럼요. 

왕버들나무의 크기에 깜짝 놀라셨다고요? 

그런데 ‘왕’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가 나무의 크기 때문은 아니에요. 

왕버들나무가 다른 버드나무에 비해 크게 자라는 나무는 아니거든요. 

크기만 따지면 버드나무와 별 차이가 없어요. 

원래 버드나무과의 나무가 20m까지 자라는 큰 나무래요. 

지금, 이 왕버들나무도 키가 얼추 20m 가까이 되지 않나 싶어요. 

2007년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에 18m쯤 됐으니까 그사이 더 컸겠죠. 

160년이 훌쩍 넘은 고목이라 어린나무일 때보다는 더디지만 사시사철 정말 부지런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매해 가을이면 잎을 하나씩 떨구지만, 이듬해 봄이면 꼭 새순을 틔우잖아요. 

한 세기를 거뜬히 살아내고 반세기를 더 버텨냈다면 게으름을 피울 만도 한데 변함없이 말이죠.

왕버들나무에 대해서 왜 이렇게 잘 아냐고요? 

제가 왕버들나무 지킴이거든요. 제가 아주 작은 강아지 때부터 왕버들나무 아래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냈어요. 

처음엔 엄마랑 동네 어르신들을 따라 나왔던 게 어느새 습관이 돼서 여전히 왕버들나무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혹시나 왕버들나무가 궁금하시거든 놀러 오세요. 

제 이름은 버들이에요. 왕버들을 지키는 강아지 버들이요.

부여군 구룡면 구봉리 653-10 왕버들나무 167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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