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1] 일어서다…부여군 은산면 장벌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1] 일어서다…부여군 은산면 장벌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11.22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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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예닐곱 살 무렵,

매일 놀던 동네 어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손바닥만 한 돌부리에

발끝이 살짝 걸렸을 뿐인데

휘청, 철푸덕, 엎어져 버렸다

그깟 게 뭐라고

그깟 손바닥만 한 돌부리가 뭐라고

붉은 피가 맺힌 무릎과

시퍼런 멍이 든 정강이는

한참 동안 속을 썩였다

꾸덕하게 말라가던 생채기에

새살이 차오를 땐 얼마나 가렵던지

자고 일어나면 손톱 밑엔 딱쟁이가

소복이 들어차 있었다

손톱으로 딱쟁이를 빼내며 물었다

엄마,

넘어지지 않는 방법은 없데유?

넘어지는 게 뭣이 두려워?

살다 보믄 넘어지기도 하고

자빠지기도 하는 거지

닻인 줄 알고 내린 게

덫이 되기도 하는 것인 인생이여

넘어지는 건 암 것도 아녀

넘어지믄 어때?

그냥 툭, 툭 털고 일어나믄 되는디

상처가 좀 나믄 어때?

딱쟁이 다 긁어내서

더 크게 상처를 맹글어 놔도

새살이 또 차잖여

포기만 하지 말어

일단, 일어나믄 되는겨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부여군 은산면 장벌리는 지난해 폭우로 큰 피해를 보았다.

양동이로 쏟아붓듯 내린 비는 시간당 110mm를 기록했고 마을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애써 키운 농작물은 흙무더기를 뒤집어썼고, 온기가 가득하던 집에는 빗물이 들어차 발을 들이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수해복구가 시작되면서 장벌리는 차츰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 모든 상황을 도로 한 가운데서 묵묵히 지켜봤을 느티나무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포기하지 말라고, 일단 일어나라는 응원이 아니었을까?

부여군 은산면 장벌리 202 느티나무 423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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