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어원상고사] 가야 2 '어원으로 알아본 한겨레의 뿌리'
[정진명의 어원상고사] 가야 2 '어원으로 알아본 한겨레의 뿌리'
정진명 시인, 어원을 통한 한국의 고대사 고찰 연재 '62-가야2’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3.11.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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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운의 비교언어학적 어원사전 표지.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그렇다면 도대체 이 한반도에는 어떤 민족들이 살았을까요? 우리말에는 그 자취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마치 2000년 전의 무덤에 역사의 비밀이 숨겨졌듯이, 우리말에도 2,000~3,000년 전의 우리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저는 지금 고분이 아니라 언어 발굴을 통해 고대사에 접근하는 중입니다. 역사학에서 비웃어도 저는 갈길을 갑니다. 누가 그럴듯할지는 읽는 분들이 한번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우리가 오늘날 쓰는 말 중에서 어떤 민족의 말이 남아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자면 비교 언어학의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비교 언어학으로 우리 말의 어원을 추적한 학자가 있습니다. 충남대에서 교수로 봉직한 강길운이라는 분입니다. 여러 가지 업적이 있지만, 이분의 마지막으로 남긴 책은 『비교언어학적 어원사진』입니다. 우리말의 어원사전을 펴내는데, 비교 언어학을 통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강길운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여러 민족의 언어가 보입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언어는 한강을 기준으로 한반도 내륙의 길략어와 한강 이남의 바닷가에 퍼진 아이누어입니다. 이들이 주된 언어를 보이다가 여기에 외부로부터 수많은 언어가 쏟아져 들어옵니다. 먼저 북방 유목지대에서 청동기와 철기로 무장한 세력이 밀려드는데, 3부족입니다. 즉 터키, 몽골, 퉁구스입니다. 이들은 초원지대를 교대로 장악한 세력인데, 초원지대의 싸움에서 밀려난 세력의 일부가 한반도로 밀려드는 일이 끝없이 되풀이됩니다. 그러면서 초기 고대국가 시기에는 이들이 나라를 세우는 주세력으로 떠오릅니다.

이런 세력과 남다른 부족이 드라비다족입니다. 인도에서 출발한 드라비다족은 인도네시아를 거쳐서 중국의 남부까지 왔다가 뱃길로 경상남도 남해에 다다릅니다. 거기서 경북 지역으로 퍼져 6가야를 형성하면서 한반도 남부에 정착하는 데 성공합니다.

결국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길략과 아이누가 주종을 이루던 한반도에 터키 몽골 퉁구스 세력이 밀려들고, 남쪽에서는 인도의 드라비다족이 들어와서 섞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언어가 뒤섞이면서 한반도의 고대 언어를 형성합니다. 그래서 국어학에서도 고대의 언어체계를 둘로 나눕니다. 즉 북방의 원시 부여어와 남방의 원시 한어. 이 둘이 역사시대로 접어들면서 서로 뒤엉키기 시작하여 삼국이 정립될 때쯤이면 서로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언어가 된다는 것입니다.

인도의 드라비다족은 당시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과는 한눈에 보기에도 달라 보였습니다. 인도인들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변장하고 밖에 나가도 다른 사람의 눈에 발견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풍속도 말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들의 말은 우리 말에 수많은 자취를 남깁니다. 재미 삼아 한 번 볼까요?

어린 계집아이들이 머리를 땋으면 그 끝에 묶어주는 장식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댕기죠. 이게 바로 드라비다 말입니다. 드라비다 말로 ‘동구’는 매단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머리끝에 매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죠. 이들은 남쪽에서 지배층으로 정착하였기에, 그 주변의 사람들도 상류층의 문화로 받아들여서 따라 하는 바람에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는 것입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드라비다에서 온 우리말을 재미 삼아 몇 가지 더 알아보고 가겠습니다.

‘오지랖’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오질+압’의 짜임을 보여주는데, ‘오질’의 뜻을 알 길이 없습니다. 너무 낯설죠. 아주 많이 쓰는 말이 이 지경입니다. 이렇게 낯선 말은 뿌리가 다른 말에서 온 말입니다. ‘여자의 젖가슴’이 ‘occi’입니다. 똑같죠?

‘방귀’는 드라비다어로 ‘vaŋku’인데, 뜻은 ‘뻐꿈한 구멍’입니다.

‘자갈’은 ‘작+갈’의 짜임인데, ‘작다’의 어간 ‘작’에 ‘갈’이 붙은 말입니다. 드라비다어로 ‘kal’이 돌입니다. 작은 돌이라는 뜻이죠.

‘다담상’은 ‘tațțum(접시, 쟁반)’에서 온 말이고, ‘이바지’는 ‘nibbana(결혼축제)’에서 온 말입니다.

‘빈대떡’도 어원을 전혀 알 수 없죠. ‘밀가루’가 ‘biņți’입니다. 빈대떡은 밀가루로 부친 떡이라는 뜻이죠.

‘미숫가루’의 ‘미시’는 ‘midi(가루를 내다, 빻다)’에서 온 말입니다.

귀여움받으려는 짓을 ‘어리광’ 부린다고 하는데, ‘uṟigu(사랑하다, 귀여워하다)’에서 온 말이고, ‘주눅 들다’의 ‘주눅’도 ‘junugu(주눅들다, 오그라들다)’에서 온 말입니다.

‘앙금’은 ‘amuŋgu(가라앉다)’에서 온 말입니다.

‘우락부락’의 ‘우락’은 ‘uṟkka(높은 소리로)’에서 온 것이고, 여기에 ‘울끈불끈’이나 ‘얽히고설키고’처럼 어울림 소리로 짝을 맞춘 것입니다.

‘으름짱’은 ‘uṟumu(으르릉거리다)’에서 온 말입니다.

‘건달’은 ‘kaņțār(관계없는 사람)’에서 온 말입니다. 인도의 신 ‘건달파’에서 왔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 고상한 데서 어원을 찾은 것입니다. 차라리 관계없는 사람이 건들거리면서 끼어드는 꼬락서니가 더 어울립니다. 관계없는 듯이 건들거리며 뒷돈을 챙기는 놈들이죠.

‘둥지’는 ‘tuňci(잠자다, 쉬다)’에서 온 말입니다.

‘바가지’ 긁는다는 말은 ‘bagaisu(소리치다)’에서 온 말입니다.

‘배짱(보짱)’은 ‘bojje(배)’에서 온 말입니다.

‘벗’은 ‘patu(우정)’에서 온 말입니다.

‘메뚜기’는 ‘mețugu(뛰어다니다)’에서 온 말입니다.

옛날에 물 긷는 일꾼을 ‘무자이’라고 했는데, ‘müjnā(얼굴 씻다)’에서 온 말입니다. ‘자이’는 한자 표기로 ‘자 척(尺)’ 자를 써서, 수척(水尺)이라고 쓰고 ‘무자이, 무자리’라고 읽었습니다. 또 뱃사공도 무자리라고 했고, 버들고리 백정과 함께 양수척(楊水尺)이라고 했죠. 조선 시대에는 모두 백정에 포함 시켰습니다.

‘몽당치마, 몽당연필’의 ‘몽당’은 ‘muntan(짧은), moņḍï(몽당치마)’에서 왔습니다.

‘맏아들’의 ‘맏’은 ‘mutal(큰), muta(시작하다)’에서 왔습니다.

‘멍텅구리, 멍청이’의 ‘멍텅’은 ‘maņțu(바보스러운), mottu(멍청이)’에서 왔습니다.

‘발악’은 ‘varakku(소송, 다툼, 울분)’에서 왔습니다.

‘바리바리, 짐바리(荷)’의 ‘바리’는 ‘vāru(짐을 싣다)’에서 왔습니다.

‘바삭바삭’은 ‘vasa(마르다)’에서 왔습니다.

‘뼘(엄지와 다른 손가락을 뻗어서 재는 것)’은 ‘vyam(넓이)’에서 왔습니다. 여기에 ‘-다’가 붙어서 ‘뼘다’라고 쓰입니다. 홍명희 소설 『임꺽정』에서 이 낱말이 쓰였습니다.

생식기능이 없는 것을‘고자’라고 하는데, ‘koțțu(고자, 애기 못 낳는 여자)’에서 왔습니다.

우리가 죽는 것을 ‘골로 간다’고 하는데, ‘kol’이 ‘죽이다’입니다.

‘고추가(古鄒加)’는 ‘gottugāṟa(두목, 추장)’과 똑같습니다.

‘고주망태’의 ‘고주’는 ‘goju(뒤엉키다)’에서 온 말입니다.

‘지랄(간질)’은 ‘ciṟṟam(광포함)’에서 온 말입니다.

‘줏대(주체성)’은 ‘cuțți(이해심 있는 사람)’에서 온 말입니다.

호각 부는 사람을 ‘조라치’라고 하는데, ‘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고, ‘조라’는 ‘cūḷa(호각, 기적소리)’에서 온 말입니다.

‘진양’은 ‘진양조’라고 끝에 한자말 조(調)가 붙어서 마치 한자말처럼 보입니다. 느릿느릿하면서도 가장 힘주어 불러야 하는 가락입니다. ‘tiņņiyaṉ(힘찬 사람)’에서 온 말입니다. 진양 다음으로는 ‘중모리, 중중모리, 잦은모리, 휘모리’ 순입니다.

‘긴가민가’는 ‘tika-maka(혼란)’에서 온 말입니다.

이 밖에도 엄청 많지만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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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 2023-11-30 13:38:14
빈대떡이 밀가루 떡이라 하셨는데 빈대떡은 녹두로 만드는 전인데 파전, 김지전등 모두 밀가루로 만드는 전들은 따로두고 빈대떡만 녹두로 한다는건 빈대가 밀가루를 말하는게 아닌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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