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단] 유대인에게 배우지 말아야 할 것들
[교수논단] 유대인에게 배우지 말아야 할 것들
  • 한인수 충남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12.01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인수 충남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얼마 전 미국의 여성 대법관 루스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그녀가 인터뷰 중 남긴 몇 마디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긴즈버그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여성으로 대법관이 된 분이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여성차별 철폐와 인간의 평등을 위해 헌신하였다. “ 나는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녀의 스토리는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나 다큐멘터리 ‘나는 반대한다’에서 만날 수 있다. 애석하게도 그녀는 코로나 시국이었던 2020년 암으로 별세하셨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법관이 되는데 세 개의 장애가 있음을 회고하였다. 첫째는 유대인이라는 것, 둘째는 여성이라는 것, 셋째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딸린 여성이라는 것이 지극히 보수적인 법조계 특히 대법원에서 장애가 될 수 있음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대인이 장애가 되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상층부에서 가지는 유대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러하다. 정치, 금융계, 미디어 등에서의 유대인이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유명인사의 프로필을접할 때 “ 그 사람도 유대인이었어”라고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유대인의 영향력은 미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칼 마르크스, 뉴턴,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4인을 꼽는데 뉴턴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대인이다. 그들은 또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함으로써 인류발전에도 큰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이러한 탁월함과 공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싫어하는 정서 역시 매우 강하다. 이러한 정서는 상류사회에서 특히 강하며 반유대주의( antisemitism)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위 유대인을 혐오하는 반유대주의는 매우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추방되어 디아스포라(diaspora)의 신세가 되었을 때부터 그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차별과 핍박의 생활을 견디어내야 했다. 농토를 소유하지도 군인이나 관료가 되지 못하였으며 상업이나 수공업만이 그들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직업들이었다.

그들이 억척스러운 노력으로 부를 일구었다 하더라도 무슨 사건만 생기면 희생양으로 몰려 가진 것을 빼앗긴 채 내쫓기거나 죽임을 당하였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동구 및 소련에서도 대규모 학살을 경험했고 2차 세계 대전 중 홀로코스트는 그들의 고난의 정점이었다.

그들이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는 해안 주변에 모여 살았다는 사실이 그들의 불안한 위치와 고단한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 없는 설움과 2000년간의 거듭된 고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그들이 위치한 어디에서나 탁월한 성취를 이룩하고 있다.

실로 대단한 민족으로 칭송 받을만 하다. 여기에는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히 선택된 민족이라는 선민의식과 함께 유대인만의 독특한 자녀 교육방식과 뜨거운 교육열, 지혜로운 처세술 등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수많은 고난은 오히려 그들이 순금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단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면면이 이어온 반유대주의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일까? 우선 기독교가 자리 잡은 유럽에서는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유대교( 물론 모든 유대인이 유대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에서는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예수의 죽음에 일조를 했던 역사가 있다.

또 하나는 유대인이 고리대금업에 많이 종사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신약에서는 부가 천국에 가는 길의 장애 요인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칼뱅주의에서 청부(淸富)는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주장이 되기 전까지는 ) 구약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어 유대인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고리대금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 중세의 기독교도인 귀족들이 자신의 부를 늘리는 수단으로 유대인들을 이용했다는 설(說)도 있다.

어쨌든 소위 돈놀이를 하면서 주위에 좋은 평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유대인은 수전노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셋째로는 똑똑한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 느끼는 열등감과 질투심도 반유대주의의 형성에 한몫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당한 대접과 가혹한 고난은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억울했을 것 같다. 그들은 누구에게 모진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반유대주의와 그들이 당한 부당한 평가와 고난의 배후에 아마도 그들조차도 인지하지 못했을 하나의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유대인들은 선택된 존재, 잘남, 똑똑함 등의 탁월함에 곁들여 드리울 수 있는 그림자의 존재에 대해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그들은 수 천년을 남의 땅에 살면서도 함께 모여 살면서 상부상조하며 유대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대단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선택받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보다 덜 잘난 사람들, 못사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눈길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그들은 한 몸 추스르기에도 바빠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유대인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위한 기여가 당연히 있었겠지만 그들이 이웃과 ‘함께’하려 했던 노력으로 눈에 띄는 것이 없었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유대인들은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나 그들만의 천국을 이룩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었을까?

유대인의 관습 중에 ‘메주자’라는 것이 있다. “여호와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신명기의 구절을 양피지에 접어 넣은 메주자를 문설주에 붙여 놓은 다음 집을 들고 날 때 키스하면서 하나님과의 약속을 거듭거듭 마음속에 새긴다.

구약에는 그 정신을 관통하는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하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라“ 라는 문구이고 다른 하나는 레위기에 나오는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 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후자의 문구는 유대인이 끔찍하게 생각하는 메주자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오늘 이 시점에서 유대인의 아쉬운 점을 다시 들추는 것은 작금의 중동사태와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인의 삶의 궤적과 관련하여 드는 우려 때문이다.

오랫동안 한국인에게 유대인은 선망의 대상이며 역할모델이었다. 책방에는 ‘유대인의 처세술’, ‘유대인의 자녀교육법’ ‘유대인 이야기’ 등 유대인을 미화한 책들이 적지 않다.

한인수 충남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한인수 충남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실제로 미국 이민의 초창기에 한국인이 했던 비즈니스는 유대인들에게 물려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국인도 유대인들 만큼 사는데 열심이며( 나쁘게 말하면 ‘돈독’이 올라있다), 똑똑하며( 노벨상이란 면에서는 아직 유대인이 큰 형님이다), 자녀교육에 열성적이다( 뉴욕의 유명 초등학교에서 자녀의 하교를 기다리며 진치고 있는 엄마들은 대부분 유대인이나 한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은 유대인들로부터 분명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또 배워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배워야 할 것과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