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5] 이정표…논산시 연산면 어은리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5] 이정표…논산시 연산면 어은리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12.0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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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긁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어머니의 묵주에는 향이 있었다 
묵직한 미련 같기도 하고
곰삭은 슬픔 같기도 하고
가끔은 달큰한 향이 첫사랑처럼 피어올랐다

가난이 더욱 짙게 드리운 겨울밤,
호롱불 타는 냄새에 올라탄 어머니의 묵주 향이
먼지처럼 코끝에 내려앉을 때면
유행가 가사 같은 어머니의 기도가 
방을 그득 채웠다

세상의 시름과 절망이 
나를 주저앉혀도 좋으니
가엾은 내 아이들의 눈에는 
고단함이 쌓이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가혹한 침묵과
차디찬 시선에 주눅 들지 않게 하시고
어떤 선택을 하든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옵소서
삶이 서러워 울기보다
삶의 허기를 채워가는 
복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어머니의 기도는 때때로 묵음이었고
가끔은 흐느낌이었다
나는 흔들리는 어머니의 등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흐느낌 사이로 숨어 버린
단어를 맞추며 자랐다

어머니의 묵주는
강산이 변하고
자식 일곱이 반백 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의 손에서 반질거렸다

때때로 묵음이었고
가끔은 흐느낌으로 채워지던 
어머니의 기도는 못갖춘마디로 끝이 났지만
여전히 일곱 개의 생(生),
그 한 가운데 뿌리내리고 있다 

광산김씨가 이사를 오며 심었다는 262년 수령의 팽나무는 마을을 찾아오는 이에게 이정표다. 

병충해를 앓기도 하고, 천재지변으로 외상을 입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흔들리고, 꺾이면서도 가지를 키워낸 나무에서 흙으로 돌아간 나의 할머니, 내 아버지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논산시 연산면 어은리 542-4 팽나무 262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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