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민선6기 1년, 행복했습니까?
[편집국에서] 민선6기 1년, 행복했습니까?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5.07.13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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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근 편집국장

[굿모닝충청 최재근 기자]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 이달 초 광역시·도나 시·군·구에서 어김없이 재현됐다. 해당 자치단체장들이 취임 1년을 기념하는 자리이다. 지난 1년의 공과(功過)를 따져보고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이뤄야 할  일들을 풀어놓는 자리지만 대부분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만 연출됐다. 

한마디로 말의 성찬과 자화자찬에 지나지 않았다고나 할까.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 과(過)는 없고 공(功)만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 두 번이지…’ 아마도 대다수 주민들의 마음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듯 싶다.

어찌된 일인지 키워드도 비슷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행복’이란 단어가 유난히 많이 띄었다. ‘행복한 00를 위해 달려왔다. 00행복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상투적인 구호들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과연 해당 지자체 주민들은 지난 1년 행복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나는 행복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오롯이 자치단체장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다. 중앙정부와 정치에 예속돼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행복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공허해 보인다.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지만 감동은 주지 못한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경기 침체는 언제 끝날지 모르게 이어지고 있고, 세월호, 메르스 등 지난 1년 우리의 삶을 제약하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대다수 주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고단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4월 말 유엔이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은 국민의 행복도 점수에서 10점 만점에 총 5.984점을 기록, 전 세계 158개 중 47위에 랭크됐다. 지난 2013년 조사에서 기록한 41위보다 여섯 계단이 하락해 대만(38위), 일본(46위)에 모두 뒤처진 결과다.

여기에 ‘행복’을 운운하는 것은 분명 넌센스다. 이제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그 시작은 반성과 성찰로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취임 1년을 기념하는 자리는 공만 내세우고 과는 회피하는 자리가 아닌 공보다 과를 더 많이 얘기하는 자리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 자치단체장들이 지난 1년 노심초사하며 열심히 달려온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어딘지 들어본 듯한 노래를 또 다시 트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대다수 주민들도 단체장이 지난 1년 자신의 실수나 과오를 고백하고 그러한 일들을 없애기 위한 다짐을 ‘처음처럼’ 재차 강조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예로부터 큰 업적을 세운 사람들의 덕목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반성하는 삶이다. 반성은 가장 중요한 품성 가운데 하나로, 성공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주 자신을 되돌아본다. 2000여년 전 전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하루에 세 번 내 몸을 살핀다는 오일삼성(五日三省)이라는 말로 반성의 중요성을 설파했고, 춘추시대 말기 월(越)나라의 왕 구천(句踐)은 ‘와신상담(臥薪嘗膽)’해 자신을 돌이켜 본 덕에 어려움을 딛고 패자(覇者)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것을 모르는 자치단체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부끄러운 것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태도다.

민선6기 1년이 지났다. 지금은 무엇보다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스스로 ‘잘했다’고 하기보다 먼저 반성하고 그 반성을 토대로 새로운 뼈대를 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단체장들의 남은 임기동안 행복하길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이다. 자치단체장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3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인가 아니면 ’3년이나 남았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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