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7] 영험이 깃든 수랑골 팽나무…논산시 취암동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7] 영험이 깃든 수랑골 팽나무…논산시 취암동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12.05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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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팽나무는 500년을 거뜬히 사는 장수종이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도시화 과정에서 녹지가 사라지며 노거수 또한 무참히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보존보다 개발이 우선되던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도심 한 가운데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억세게 운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논산시 취암동 529년 수령의 팽나무는 천운을 가진 나무다.

도심의 길가에 당당히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은 것뿐 아니라 82년 일찌감치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니 말이다.

마을에 독수리가 나는 형태의 수리바위가 있어 ‘수름바위’ 혹은 ‘취암(鷲岩)'이라 불리던 취암동에는 여러 개의 자연부락이 있었다.

그중 팽나무가 위치한 곳은 ’수랑골‘이라 불리는데 마을의 지형이 술항아리를 닮아 주항(酒缸)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수랑골의 팽나무는 오랜 시간 마을 사람들에게 영험한 나무로 인식되어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수많은 나무 중 유독 마을의 신목이나 당산목은 팽나무가 많았는데 팽나무의 한자명 박수(朴树)는 무당 즉, 점(卜)을 치는 사람의 나무(木) 혹은 영험이 깃든 신령스러운 나무라는 의미다. 박수무당(朴树巫堂)이라는 단어 또한 팽나무(朴树)로 대표되는 마을 당산나무 아래에서 굿을 하는 남자 무당을 말하는 것이다.

취암동 팽나무는 신목이나 당산목은 아니지만 나무의 생장으로 미래를 점쳐온 나무다.

팽나무에 전해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봄날 팽나무 잎이 빼곡히 들어차지 않으면 그해는 물이 귀해 농사를 짓는 게 어렵고, 잎이 무성하면서도 고르게 자라면 물이 많아 풍년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가을에 잎이 샛노랗게 물들면 이듬해에는 어김없이 나라에 좋은 일이 생겼단다.

이렇듯 나무의 성장에 한 해의 운이 점쳐지다 보니 사람들은 나무를 해하거나 어떤 식이든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야 봄에는 무성한 잎을,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팽나무를 볼 수 있을 테니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온 것이다.

세월이 변해 그 옛날처럼 나무에 내일을, 운명을 거는 이는 없지만 여전히 이곳 사람들은 나무를 통해 희망을 그려가고 있다.

올해 유난히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었으니 곧 다가올 2024년에는 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논산시 취암동 623-7 팽나무 529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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