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없앤 것 맞나?
킬러 문항 없앤 것 맞나?
교육 정책에 혼란만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들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12.07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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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모의고사 직후 '킬러 문항'을 두고 '사교육 이권 카르텔' 운운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들.(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6월 모의고사 직후 '킬러 문항'을 두고 '사교육 이권 카르텔' 운운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들.(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일명 ‘작은 수능’이라 불리는 6월 모의고사가 끝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난데없이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하며 “수능의 ‘킬러 문항’이 사교육과 교육 당국 간의 ‘이권 카르텔’ 산물”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정부와 국민의힘은 ‘일타강사 악마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11월에 있었던 수능에서 정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도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7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말과 달리 올해 수능은 ‘난이도 조절’에 성공하기는커녕 킬러 문항이 잔뜩 들어간 역대급 ‘불수능’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럴 것이면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킬러 문항’ 발언을 하고 ‘이권 카르텔’ 운운하며 일타강사 악마화 작업에 나섰는지 의문이 남는다.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올해 수학영역 22번 문제의 경우 함수사이의 관계를 묻는 문제인데, EBS와 종로학원의 예상 정답률은 각각 1.5%와 8.8%에 그쳤다고 한다. 교육 시민단체는 함수부등식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나오지 않는다며 킬러문항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학원 등에서 대학 교재에 나오는 내용을 선행학습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제라는 것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최수일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과정에서 다루는 함수 방정식에 준하는 부등식을 제시했는데, 그림 위에서 학생들이 주어진 조건을 해석하는 데 극도의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처럼 교육 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전체 문항 44개 중 6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중등교사노조 설문조사에서도 현장 교사 4000여 명 중 76%는 '이번에도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대통령이 왜 직접 나서서 ‘킬러 문항’ 운운한 것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수능에 대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수학·영어영역 모두 상위권 체감 난도가 작년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우선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을 기록해 작년 수능보다 16점 수직 상승했다고 한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만점자의 표준점수, 즉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하게 된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대를 기록한 것은 2019학년도(150점)와 올해 두 번뿐이다. 대학 입학전형에서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를 쓰게 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얘기란 뜻이다.

2019학년도 수능 직후에 이러한 높은 난도가 논란이 되면서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채점 결과 발표에 앞서 "금번 수능 난이도에 대해 전국의 수험생, 학부모님,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국어영역 만점자는 148명이었는데 올해는 만점자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64명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상위권 체감난도는 그 2019학년도 수능보다 더 어려운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런 터무니 없는 높은 난도는 국어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학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145점이었던 작년보다 3점 상승했다고 한다. 수학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대 후반까지 올라서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올해는 만점자 수가 612명에 불과해 2018학년도(수학 가형 165명, 수학 나형 362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영어영역도 마찬가지로 상위권 학생들의 허를 찔렀다고 한다. 정부는 사교육비 축소를 위해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원점수 90점 이상 수험생에게 1등급을 줬다. 교육당국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절대평가 전환 취지를 고려하면 적게는 6~8%, 많게는 10%가량이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출제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 영어 1등급은 4.71%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지난 6월 발언은 오히려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불과한 발언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교육계에선 정부가 교육과정 밖 킬러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능이 이처럼 높은 난도를 유지하는 것이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 당국은 "어려운 문제는 맞지만 교육과정에 위배 되거나 문제풀이 기술을 요구하는 문항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선 문제 푸는데 20분이나 걸리는 문제를 두고 킬러 문항이 아니라고 하는 것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름은 ‘킬러 문항’이 아니라고 하면서 실제 하는 역할은 ‘킬러 문항’이라면 그걸 ‘킬러 문항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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