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외전]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삐걱거림, 나무가 가져다 주는 국격에 대하여
[일상외전]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삐걱거림, 나무가 가져다 주는 국격에 대하여
  • 손영무 미국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 건설구조공학교수
  • 승인 2023.12.12 09: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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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콘크리트 아파트와 미국식 목조주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식 콘크리트 아파트와 미국식 목조주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의 삶을 돌이켜보면 구조공학도로서 가장 낯설었던 것은, 목재(나무)로 만들어진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를 비롯, 대한민국의 대부분 구조공학자들이 건설재료로써 콘크리트와 강재만을 배우고 사용해 왔었다. 

아기 돼지 삼형제 동화에나 나올 법한 삐걱 거리는 나무집에서 산다는 불안감 못지 않게 낯설었던 것은, 윗집 강아지의 이동 방향이나, 옆집의 기상 시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섭게 들려오는 층간 소음이었다. 

목재로 된 원룸에서 시작된 독신의 타국 삶이, 이제는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대형견 한 마리까지 추가된 복층의 목조 주택으로 변화하기까지 거의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에 다다름에, 이제는 내 가족과 반려견이 만들어 내는 목조 주택의 삐걱거림이 정다운 재잘거림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클렘슨 대학교의  중대형 목조 건축물 “Outdoor Education Center” [사진: 손영무]
클렘슨 대학교의 중대형 목조 건축물 “Outdoor Education Center” [사진: 손영무]

이제 이곳 미국에서는, 주택 외에도 교량이나 중소형 빌딩을 목재로 지으려는 경향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Central Connecticut State University)는 위도가 거의 북녘의 중강진과 같기에 계절에 따른 온도와 날씨의 변화가 극심함에도 교내의 신축 4층 건물을 CLT (Cross Laminated Timber-교차 접합 적층 목재)와 Glulam(Glued Laminated Timbe-구조용 집성재)를 사용하여 건설하는 중이다. 

아울러, 코네티컷 주 내에서도 지역의 경관을 증진키 위해 목재를 사용한 교량 건설이 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목재를 사용한 교량이나 건물 등은, 기존의 콘크리트나 강재보다 초기 건설 비용이 증가되고, 유지관리에 있어서 구조변형이나 화재방지 대책 등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이 필요로 되기는 하지만, 매우 자연친화적이고 탄소저감에 효과적인 사회시설물이 될 수가 있다.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보 듯, 사람들의 ‘욕망’으로 대변되는 콘크리트 건축물은, 급속 건설로 인한 빠른 가치 실현에 그 값어치가 있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으로서 당연했던 이 현상은, 이제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에게는 살짝 멀어져야 할 구습이 아닐까? 

콘크리트나 강재에 비하면, 수십년의 노력이 들어야 구조재로써 쓰임이 가능하고, 꾸준한 유지관리로 길을 들여야 하는 목재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어쩌면 발전된 사회의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표상하는 새로운 국격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클렘슨 대학교의  중대형 목조 건축물 “Samuel Cadden 예배당” [사진: 손영무]
클렘슨 대학교의 중대형 목조 건축물 “Samuel Cadden 예배당” [사진: 손영무]

아울러 콘크리트나 강재로 만들어진 벽체나 기둥은 촉각으로 느껴 보고 싶지 않는 반면, 목재로 되어있는 구조물은 괜히 한번 손으로 쓸어보고 싶고, 가급적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대중의 공감이자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현재 미국은 과밀한 조림으로 인해 오히려 식생이 망가지고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으로 벌목이나 간목을 장려하고, 이로 인해 더 많은 목재를 건설 구조재로 사용키로 권장하는 중이다. 

손영무 미국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 건설구조공학교수
손영무 미국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 건설구조공학교수

성공적인 조림사업을 이뤄낸 대한민국도 이제는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에 걸맞게 목재를 사용한 교량이나 빌딩 등을 장려하고 지원할 적기를 맞이한 듯싶다.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누구나 한 번쯤 만져보고 싶은, 목재 구조물을 일상 어디서든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이 또한 K건설의 새로운 시작이며 국격을 높이는 또다른 세련된 방편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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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2023-12-12 15:24:05
나무처럼 향기와 온기가 느껴집니다. 목재건축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장 효과도 있습니다.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목재는 성장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기 때문에, 목재를 건축에 사용하면 그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제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목재는 다른 건축자재에 비해 제조 및 시공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목재건축은 기존 건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유지원 2023-12-12 12:24:49
글이 참 좋습니다. 손으로 만져보고싶은 삐걱거림… 캬…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어요. 목조주택의 감성! 플러스 신선한 사고의
전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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