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소외(人間疎外)
[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소외(人間疎外)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3.12.2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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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해충으로 변신한다면······???

“어느 날 아침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불길한 꿈에서 깨어난 뒤 자신이 한 마리 끔찍한 벌레로 둔갑해 있는 것을 침대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한 그는 기가 막혔습니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변신》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시작합니다. 회사 지배인은 그레고르가 아침 열차로 예정된 출장을 떠나지 않자 그를 찾아오지만, 흉측한 그의 모습을 보고 놀라 황급히 도망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여동생 크레테 또한 너무 놀란 나머지 시종일관 긴장된 표정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레고르는 온종일 방 안에 갇힌 채 밤새 소파 밑에 누워서 반쯤은 졸기도 하고, 때로는 걱정과 막연한 희망을 품기도 하며 하룻밤을 지새웠습니다. 결국 그가 얻은 결론은 어쨌든 꾹 참고 한번 견뎌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레고르는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자 온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해왔고, 그 결과 일개 점원에서 외무사원으로 승진까지 하였습니다. 가족들은 매우 고마워했으며 바이올린 연주에 소질이 있는 자기가 가 장 사랑한 여동생 크레테를 음악학교에 보내 제대로 공부시키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후에 온 식구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먹고살기엔 너무 힘들자, 아버지는 은행 수위 일을 시작했고, 어머니는 어느 양장점에서 삯바느질을 했으며, 여동생은 점원으로 취직하였습니다.

그레고르가 변신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그도 작은 방안에서 이곳저곳을 기어 다니며 기분을 바꾸어 보려고 애썼습니다. 그는 특히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여동생 그레테는 그레고르가 될 수 있는 대로 넓은 데서 자유롭게 기어 다닐 수 있도록 그를 위해 방안의 가구들을 치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레고르는 이것들이 없으면 인간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다 잊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고, 좋아하는 모든 것을 뺏기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재빨리 그림 액자의 유리 위에 몸을 찰싹 붙였습니다.

어느 날 퇴근한 아버지는 어머니가 거실로 기어 나온 그레고르를 보고 기절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격분하여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마구 던졌고, 그중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에 박히고 말았습니다. 그레고르는 정신을 잃었으며 등에 박힌 사과는 어느 누구도 꺼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훨씬 비참하고 징그럽게 변해버렸습니다.

그레고르 가족의 살림이 점점 궁핍해지면서 그들은 여러 가지 장식품도 팔아 버렸고, 이제는 넓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레고르의 모습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식구들도 힘든 일에 지쳐서인지 그레고르를 아예 무시하고 함부로 하였습니다. 이 집에서 일을 하는 파출부 할멈도 쓸데없이 그레고르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식구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생활비가 모자라 방 하나를  빌려주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부엌 쪽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고, 그레고르는 그 소리에 끌려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거실 쪽으로 내밀었습니다.

하숙인들을 위한 그레테의 연주는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하숙인 한 사람이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며 천천히 그들 앞으로 기어 나오는 그레고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갑자기 그레테는 연주를 중단했고, 하숙인들은 불쾌한 듯 임대를 해약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탁자를 치면서 단호하게 소리쳤습니다.

“저런 괴물을 계속해서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겠어요. 저런 괴물을 빨리 없애 버려야 해요.”

그레고르는 방에 들어가고 이내 급히 문이 닫히더니 자물쇠가 꽉 잠겼습니다. 그레고르는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려웠고, 등에 박힌 썩은 사과에도 먼지가 켜켜이 쌓여 갔습니다. 그는 진작부터 자기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레고르는 마침내 죽었습니다.

“자아, 이제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해.”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면서 가슴에 성호를 그었습니다. 죽은 그레고르의 몸은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지 바싹 야위어 있었고, 뱃가죽은 등허리에 착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레고르의 시체는 파출부 할멈 손에 치워졌고, 세 사람은 모처럼 함께 집을 나서 전차를 타고 교외로 놀러 나갔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딸 그레테가 이제는 토실토실 예쁘게 피어나서 처녀티가 물씬 풍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레고르의 부모 눈에는 딸의 모습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아름다운 계획을 다짐해주는 증거처럼 비쳤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변신》에서 벌레로 변신하기 몇 달 전만 해도 이 집의 경제적 기둥으로 온 가족의 사랑을 받았던 주인공이 더 이상 집에 경제적 기여를 할 수 없게 되자 가족에게 해충으로 취급받는 비극적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변신》은 인간소외(人間疎外)를 다룬 소설로 오늘날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한낱 경제적 수단으로 전락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고, 경제적 가치에 의해 평가되고 지배당하는 현상을 그린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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