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세계에서 가장 국경선이 복잡한 바를러
[여행] 세계에서 가장 국경선이 복잡한 바를러
여기는 네덜란드인가? 벨기에인가? 들쑥날쑥 국경선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2.1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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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국경선이 복잡한 곳인 바를러. +표시가 국경선 표시이고 오른쪽의 'NL'이라 표시된 곳이 네덜란드 땅, 왼쪽의 'B'라고 표시된 곳이 벨기에 땅이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세계에서 가장 국경선이 복잡한 곳인 바를러. +표시가 국경선 표시이고 오른쪽의 'NL'이라 표시된 곳이 네덜란드 땅, 왼쪽의 'B'라고 표시된 곳이 벨기에 땅이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튤립과 풍차의 나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남부엔 바를러(Baarle)라는 이름의 작은 시골마을이 있다. 전체 인구는 다 합쳐봐야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데다 풍경 또한 전형적인 유럽의 시골 풍경을 한 마을인데 의외로 네덜란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 가보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위 사진처럼 매우 복잡한 국경선 때문이다.

이 바를러란 곳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양국이 서로 월경지(越境地)와 위요지(圍繞地)를 갖고 있어 국경선이 매우 복잡하기로 악명 높다. 본래 인도와 방글라데시 사이에 있었던 쿠치 베하르가 이보다 훨씬 더 국경선이 복잡했으나 현재 쿠치 베하르는 양국의 협상으로 다하그램을 제외한 대부분의 월경지 정리가 끝난 상태다.

바를러의 지도.
바를러의 지도.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곳이 벨기에 영토이고 그 바깥은 네덜란드 영토인데 벨기에 영토 안에 또 네덜란드 영토가 있어 매우 복잡한 국경선을 갖고 있다.(출처 : 구글 지도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하지만 바를러는 여전히 위 구글 지도처럼 월경지 정리가 되지 못한 상태고 오히려 이 덕에 조용한 시골마을에 불과한 바를러가 관광수입을 벌어들이고 있기에 사실상 양국이 국경선을 정리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네덜란드와 벨기에 모두 쉥겐조약 체결 국가이기에 국경선이 별 의미가 없기도 하다.

이곳이 복잡한 국경선을 갖게된 이유는 순전히 어떤 한 인물 때문이다. 본래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같은 나라였던 시절인 서기 13세기에 브라반트 공작 헨드릭 1세가 브레다 백작 고트프리트 반 쇼텐에게 땅을 분봉(分封)한 바 있었다. 그러나 헨드릭 1세가 슬그머니 욕심이 났는지 자신의 영지였던 바를러 지역 중 가장 비옥한 땅만 골라서 자신의 소유로 남겨두고 그 나머지를 분봉했다.

과거 JTBC 예능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도 나왔던 국경선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 +선을 기준으로 왼쪽이 네덜란드, 오른쪽이 벨기에에 속한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러나 17세기 때 네덜란드 독립전쟁 당시 북부 지역인 지금의 네덜란드는 끝까지 싸워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으나 남부 지역인 지금의 벨기에는 결국 굴복하며 두 나라의 역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세기에 완전히 둘로 갈라져 지금에 이르렀다.

이 때 브라반트는 벨기에에 속하게 됐고 브레다는 네덜란드에 속하면서 브레다 백작에게 넘겨준 땅은 네덜란드에 귀속됐고 브라반트 공작이 자기 소유로 남겨뒀던 땅은 브라반트와 함께 벨기에에 귀속된 탓에 지금과 같은 복잡한 국경선이 탄생하게 됐다.

바를러에 위치한 공용주차장의 모습. 주차장에 표시된 +선은 역시 국경선이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바를러에 위치한 공용주차장의 모습. 주차장에 표시된 +선은 역시 국경선이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네덜란드 쪽에 속한 곳은 바를러나사우(Baarle-Nassau)라 불리고 벨기에 쪽에 속한 곳은 바를러헤르토흐(Baarle-Hertog)라 불린다. 다만 두 지역 모두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지역이기에 언어로 인한 문제는 전혀 없다.

그러나 위 집처럼 대문이 국경선에 걸칠 경우에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양국 주소가 모두 부여되고 세금도 양국에 모두 납부해야 한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집이 국경선에 걸쳐 있을 경우 대문의 위치로 주소를 결정한다. 위 집의 경우 왼쪽 집은 대문이 벨기에 영토에 있기에 벨기에 주소가 부여됐고 오른쪽 집은 대문이 네덜란드 영토에 있기에 네덜란드 주소가 부여됐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국경선이 굉장히 복잡하게 그어져 있는 곳이다 보니 재미난 사실도 많다. 가령 위 사진 속 집처럼 국경선이 집을 관통하는 곳을 바를러에선 전혀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 이 집은 어느 나라에 속할까? 집 주소가 부여되는 것은 대문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대문이 네덜란드에 있으면 네덜란드 주소가 벨기에에 있으면 벨기에 주소가 부여된다.

그러나 위 집처럼 대문이 국경선에 걸칠 경우에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양국 주소가 모두 부여되고 세금도 양국에 모두 납부해야 한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러나 위 집처럼 이렇게 대문이 국경선을 관통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엔 양국의 주소가 모두 부여된다. 이런 집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국적도 네덜란드와 벨기에 양국 국적이 모두 부여되는데 성인이 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때문에 같은 집에 사는 가족인데도 서로 다른 국적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과거 네덜란드 법률에 의해 네덜란드 식당이 벨기에보다 더 일찍 문을 닫아야 했던 적이 있는데 국경에 걸친 식당은 시간이 되면 고객들이 벨기에 쪽 식탁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19가 창궐했던 시절엔 바를러의 방역이 네덜란드와 벨기에 양국 정책에 따라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양 대문 사이에 국경선이 지나가고 있는 집이다. 때문에 왼쪽은 네덜란드 주소가 부여됐고 오른쪽은 벨기에 주소가 부여됐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네덜란드가 벨기에보다 더 유연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실행했기 때문에 벨기에령에 속한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네덜란드 소속 카페 미용실 등은 모두 영업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같은 의류매장 안에서도 네덜란드 쪽 매장은 영업하지만 벨기에 땅인 남성 속옷 코너는 폐쇄되기도 했다.

그 밖에 벨기에 쪽 주민은 외출 제한 명령 탓에 코앞의 네덜란드 가게가 열려 있어도 못 갔으며 벨기에 경찰은 드론까지 띄워 감시했다고도 한다. 워낙 국경선이 복잡한 곳이다보니 버스도 국경선을 여러 차례 넘나드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당시엔 여기서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바를러에 위치한 의류매장의 모습. 이 가게 안에 그어진 +선 역시 국경선이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바를러에 위치한 의류매장의 모습. 이 가게 안에 그어진 +선 역시 국경선이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벨기에 정부는 버스 안에서 마스크 미착용 시 벌금을 물리기로 했는데 네덜란드 정부는 테러 방지 등을 위해서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것을 금지해 이곳 주민들을 무던히도 골탕먹였다. 이에 벨기에 측에선 궁리 끝에 “벨기에 땅에서 탈 때는 착용하고 네덜란드 땅에선 벗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네덜란드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조례가 나와서 바를러에서도 벨기에, 네덜란드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국경선 덕에 웃긴 에피소드가 있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던 셈이다.

만약 네덜란드 여행시 바를러에 가고자 한다면 기차를 타고 틸부르흐역이나 브레다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틸부르흐보다는 브레다에서 가는 쪽이 거리가 짧아서 더 빠르다. 브레다역에서 내린 뒤 버스환승센터에서 132번 틸부르흐행 버스를 타고 'Baarle-Nassau Sint-Janstraat'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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