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어원상고사] 어원 상고사를 마무리하며
[정진명의 어원상고사] 어원 상고사를 마무리하며
정진명 시인, 어원을 통한 한국의 고대사 고찰 연재 '73-어원상고사 마무리’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4.02.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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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64괘도.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기원전 8,000~7,000년 전, 북위 40도 동경 120도가 만나는 언저리에 해를 거룩하게 섬기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꼭대기에 북이 달린 큰 나무를 마당 한가운데 세워놓고 한낮의 그림자를 살펴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들은 그림자가 땅에 드리우는 데 일정한 가락이 있음을 알아냅니다. 우주가 춤추는 율려(律呂)의 노랫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솟대의 그림자가 알려준 내용은 이렇습니다.

해가 가장 높이 떴을 때를 정오(正午)라고 합니다. 정오의 그림자를 날마다 들여다보면 길이가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는 때는 덥고, 그림자가 가장 길어지는 때는 춥습니다. 이것을 각기 하지와 동지라고 하고, 이 둘을 합쳐 ‘2지’라고 합니다. 반면에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날이 2차례 생깁니다.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이죠. 이를 각기 춘분과 추분이라고 하고, 이 둘을 합쳐 2분이라고 합니다. 2분과 2지가 드러나면 나머지 절기는 저절로 나뉩니다. 한 번 더 나누면 8이 되고, 한 번 더 나누면 16이 되며, 한 번 더 나누면 24가 되고, 한 번 더 나누면 32가 되고, 한 번 더 나누면 64가 됩니다. 한없이 나누다 보면 360이 되고, 1년의 날짜가 되어, 그날의 특징이 드러나고, 그에 따라 사람이 그날 꼭 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주역 64괘 해설 부분. 자료=정진명/굿모닝충청

밤에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목이 아프면 커다란 물동이에 가득 담긴 별들을 들여다봅니다. 낮에 본 그림자의 길이가 밤하늘의 별이 보여주는 질서와 맷돌처럼 맞물려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늘에서도 1년간 한 치 오차 없는 질서가 투명 그물처럼 펼쳐집니다. 1년 내내 못 박힌 북극성을 중심으로 삼아, 4방에 가지런히 놓인 숱한 별을, 국자 닮은 북두칠성이 이끌고 돌아갑니다. 그 네 방향에는 신이 있어, 별들의 질서를 주관합니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북극성은 곧 무당 자신이 사는 세상의 한가운데입니다. 이 질서를 땅 위로 내려 세상을 넷으로 나눕니다. 전후좌우, 그리고 무당은 가운데 자미원에 앉습니다. 비로소 하늘의 시간이 땅의 공간에 지은 집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우주는 하늘과 땅이 한 바탕 어울리는 춤사위입니다.

새벽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칠성님께 소원을 비는 한겨레의 풍속은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원래는 하늘을 올려다보기 힘들어서 커다란 물동이를 거울삼아 거기 비친 별자리를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기도하는 모습으로 비친 것입니다. 실제로 하늘에는 땅을 다스리는 사신이 있고, 사방의 네 신을 거느리는 별이 북두칠성입니다.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중심에 놓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별을 거느리고 하늘을 한 바퀴 돕니다. 왕의 명을 받아서 세상을 실제로 움직이는 재상의 노릇을 하는 현실과 똑같습니다. 그렇기에 북두칠성은 하늘의 주재자가 되었고, 장독대의 정화수 주인인 ‘칠성님’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정화수 떠놓고 칠성님께 소원을 비는 풍속은 그들이 박달족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하늘과 땅이 어울려 춤추는 이 복잡한 질서는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들은 자손에게 이런 질서를 전해줍니다. 그리고 자연의 변화가 그 그림자 속의 질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자신이 알아낸 기쁜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려줍니다. 그 값진 소식을 들으려고 사람들은 멀리서 찾아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밝달(赤峰, 紅山), 또는 아사달(朝陽, 朝鮮)이라고 불렀습니다.

돌로 연모를 만들어 들짐승과 맞서고 사냥과 채집으로 굶주림은 겨우 면할 수 있어도, 자연이 부리는 횡포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던 사람들은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는 박달의 임금(檀君)을 하늘의 자손으로 떠받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섬기는 하늘에게 기꺼이 제사 지내고, 하늘의 뜻을 대신 물어 알려주는 무당들을 극진히 섬겼습니다. 그들 일족을 가리키는 말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용(龍)! 용은 하늘이 알려주는 자연의 질서이자 그것을 주관하는 무당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사람들은 이런 권능을 이어받고자 옥돌로 용의 모습을 깎아서 몸에 지니고 경배했습니다. 무당의 공수를 받는 모든 사람은 용의 자손이 되었습니다. 용이 모여 사는 가운데 땅을 ‘박달(龍城)’이라고 했고, 솟대가 선 왕궁을 ‘소도(蘇塗)’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멀리서 찾아와 이들이 알려주는 자연의 이치를 배워갔습니다. 세상의 중심 박달에서 무당을 도와 사람들에게 우주의 법칙과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주는 이는 모두 스승이었습니다. 바람 스승(風伯), 구름 스승(雲師), 비 스승(雨師). 이들 밑에는 다시 네 ‘장군(加)’이 있어, 구역을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다스렸습니다. 세상은 저절로 25구역으로 나뉘어 조화와 질서를 이루었습니다.

이들에게 와서 이런 이치를 배운 겨레는 서쪽으로 흙탕물(黃河) 건너까지 이르고, 동쪽으로는 대해(大海)에, 남쪽으로는 발해(渤海)에 이르렀습니다. 부족 간의 갈등이나 싸움이 생기면 이들에게 와서 묻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올 수 없는 겨레를 위해 이들은 해 뜨는 동쪽과 해 지는 서쪽에도 선무당을 보내어 ‘소도’를 세웠습니다. 박달 본터의 무당은 ‘거서간(*kese-kan)’이라 부르고, 동쪽 아사달과 서쪽 금미달의 무당은 ‘거수(渠帥)’이라고 불렀습니다. 각기 좌거수 우거수입니다. 이들 거수를 돕는 이가 ‘박수(博士)’로 오늘날에도 박수무당이라는 말로 쓰입니다. 이렇게 하여 복판의 거서간과 좌우 두 거수가 거느리는 세상은 다시 큰 고을마다 장군이 다스리며 서로를 도왔습니다.

‘거서간(*kese-kan)’은 말 그대로 ‘하늘 임금’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을 중국 쪽에서 적을 때 ‘천군(天君)’으로 번역하였고, 중국어 발음으로는 ‘tianjun’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책임자라는 뜻으로 단군(壇君)이라고 적었는데, 그것은 중국 발음으로 ‘tanjun’이어서 ‘천군’과 같은 말입니다. 이들이 사는 곳을 ‘밝달’이라고 했는데, 해의 아들이 사는 곳은 늘 밝은 곳이어서, ‘밝은뉘(弗矩內)’라고 한 것입니다. 해의 아들은 ‘거서간’이고, 그들이 사는 곳은 ‘박달’이어서, 그곳에 사는 우두머리를 ‘박달의 임금’이라는 뜻으로 단군임금(檀君壬儉)이라고도 적고 불렀습니다.

이런 세월이 5,000년 흘러 기원전 2,500년 무렵에 이르렀고, 다시 1,000년이 더 흘러, 기원전 2,500년과 1,500년 사이, 세상은 변화가 일었습니다. 붉달(赤峰, 紅山)의 북쪽 초원에서 말이 사람의 손에 벌써 길들여졌고, 발 빠른 말을 따라 서쪽 세상에서 청동기가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의 이동이 빨라졌고, 돌 연모보다 훨씬 더 나은 쇠가 들어와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습니다. 무당이 전하는 하늘의 말씀만으로 살던 시절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연모는 무기가 되었고, 여기저기 나타난 대장장이들이 앞다투어 만들어낸 쇠 무기는 무질서한 자연의 폭력보다 더 큰 재앙이 되었습니다. 말씀의 시대가 가고 싸움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상생의 시대가 가고 상극의 시대가 닥쳤습니다. 짐승의 시간이 하늘의 시간을 대신했습니다.

흙탕물(黃河) 상류 거친 땅에 살던 서쪽 박달의 한 갈래가 청동기를 앞세워 하류로 내려오며 정복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물길 아래쪽과 바닷가에 널리 흩어져 살던 겨레는 그들에게 복속되거나 동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뒤늦게 청동기를 접한 동쪽의 임금이 서쪽으로 와서 침략자에 맞서며 스스로 ‘기자(王)’라 일컬었습니다. 말씀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게 된 단군은 기자에게 임금 자리를 내주고 세상을 떠나 동쪽의 ‘소도’인 아사달로 돌아갔습니다. 기원전 1,122년의 일입니다.

제정일치였던 단군조선과 달리, 제정이 나뉜 기자조선에서는 제사장보다 임금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최고 우두머리를 거서간(단군)이라고 부르지 않고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한, 칸’이라고 불렀습니다. 해모수(解慕漱), 해부루(解夫婁)의 ‘해’가 바로 이것입니다. 몽골어를 쓰는 부족 중에서 특히 ‘기지’족이 우두머리가 되었기에 그를 ‘긔ᄌᆞ(王)’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풍백 운사 우사 같은 스승이 없어졌습니다. 대신에 직접 사람을 다스리는 벼슬이 존재합니다. 부여의 사출도에서 보이는 짐승 이름을 붙인 가(加, 哥)가 그것입니다. 장군인 이들 밑에는 ‘선비’가 있습니다. 실제 고구려를 버티는 벼슬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골, 홀’에서 삽니다. 그래서 이런 곳을 구루(溝婁)라고 합니다.

기자는 스스로 단군이 되어 세 박달을 두루 다스렸지만, 서쪽에서 밀려드는 침략자와 끝없는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침략자들은 흙탕물 끝의 동쪽 갈석산에서부터 서쪽 끝까지 만리장성을 쌓아 자신들의 영역에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자리 잡았지만, 곧이어 장성의 바깥으로도 영토를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는 침략자들이 ‘먼 물길(遼河)’이라 부르는 ‘패수(渤水)’를 경계로 하여 이들과 맞서 싸웠으나 역부족이었고, 패수는 사람들을 따라 점차 동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발해로 흘러드는 여러 물길(黃河, 永定河, 白河, 灤河, 大陵河)에 ‘발수, 패수’라는 이름을 차례로 넘겨주고, 발해만 안의 마지막 패수인 지금의 요하(遼河)까지 밀려납니다.

이 전쟁의 마지막 모습이 침략자의 기록으로 생생히 남았습니다. 기록자는 사마천, 기록물은 『사기』. 정복 전쟁에 밀린 위만이 조선을 찬탈하고, 용상에서 밀려난 기자 준은 남쪽으로 내려가 다시 삼한을 세웁니다. 마한 진한 변한. 우두머리(단군)가 사라진 조선은 내분으로 망하고, 침략자에게 무릎 꿇기를 거부한 사람들은 수천 년 살아온 터전인 발해(渤海) 바닷가를 떠납니다.

발해 안의 마지막 박달(蓋平, 海城)을 끝으로 조선의 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서쪽 기자 시절부터 침략자와 맹렬히 싸우던 겨레는 ‘발해 밖의 첫 번째 패수, 송화강’에서 다시 일어나 나라를 세웁니다. 용의 후예들은 발해 밖의 두 번째 패수인 압록강 기슭에 둥지를 틀고 조선 ‘단군의 아들(壇君之子-『삼국유사』 王曆)’로 거듭납니다. 사명을 다한 동명성왕은 황룡을 타고 하늘로 돌아가고(『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얼마 안 가 고구려는 동기자가 지배했던 영역을 모두 되찾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동북아시아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듭니다. 발해만 근처에서 무수히 많은 부족이 독립된 나라를 세웠던 열국 시대가 끝나고,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 시대가 열립니다. 이상이 어원으로 본 한국 상고사입니다.

참고로, 조선의 수도 왕험성(王險城)을 신채호는 중국 요하의 동쪽 해성(海城)으로 보았고, 북한의 리지린은 해성의 조금 아래쪽 개평(蓋平=蓋州)으로 보았습니다. 해성이나 개평나 모두 박달을 뜻하는 말입니다. ‘해, 개’는 우리말 ‘해’의 소리를 적은 것이고, 城과 平은 모두 언덕이나 마을을 뜻하는 고구려어 ‘달(達)’을 적은 것입니다.

赤峰, 紅山, 朝陽, 朝鮮, 白岳, 蓋平, 海城, 龍城, 北平, 平壤, 柳京, 北京. 이 모든 한자는 ‘밝달’을 표기한 것입니다. ‘밝’은 ‘해’로도 나타나고, ‘개’로도 나타납니다. ‘ᄒᆡ, ᄀᆡ, ᄏᆡ’는 모두 같은 발음입니다. 왕을 뜻하는 북방어가 ‘한(汗), 칸(可汗), 간(干)’으로 표기된 것을 보면 이런 실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朝는 해 뜨는 때를 나타내고, 陽과 鮮은 볕을 나타냅니다. 平은 ‘벌판’의 ‘벌’이고, 海는 ‘해’이기도 하고, ‘바ᄅᆞᆯ’이기도 한데, 바ᄅᆞᆯ은 ‘발+ᄋᆞᆯ’의 짜임이어서 결국 ‘밝’을 뜻합니다. 대조영이 세운 나라 발해(勃海)도 이것을 적은 말입니다. 북평도 박달입니다. ‘박’을 그대로 ‘北’ 음으로 적고, ‘달, 들’을 ‘平’으로 적은 것이죠. 이 북평을 서울로 바꾸면 ‘북경’이 됩니다.

요컨대, 본래 우리말의 소리가 귀에 들리는 대로 적당히 받아 적은 것이 위의 향찰 표기입니다. 蓋平(ᄏᆡᄃᆞᆯ)과 海城(바ᄅᆞᄃᆞᆯ)은 모두 요동 반도 안쪽에 있는 도시인데 거리가 가까워서, 아마도 옛날에는 ‘윗박달, 아랫박달’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윗박달이니 아랫박달이니 하는 지명은 우리나라 곳곳에 많습니다. 고구려도 이것을 본떠서 국내성과 위나암성을 동시에 쌓아 전쟁을 대비했습니다.

밝달은 해의 자손(龍)이 사는 곳을 말합니다. 중앙이어서 말뜻 그대로 ‘赤峰, 紅山, 龍城’이라고 씁니다. 赤峰은 붉은 봉우리라는 뜻이고, 紅山은 붉은 뫼라는 뜻입니다. 둘 다 ‘붉달’을 적은 향찰 표기입니다. 적봉과 홍산은 지금도 중국에서 그대로 쓰입니다. 용성은 『사기』 흉노전을 보면 흉노의 선우가 사는 곳입니다. 흉노족은 알타이산 근방에서 기원하여 초원지대로 나온 부족입니다. 석탈해가 이 용성국 출신이라고 『삼국유사』는 말합니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죠. 동쪽은 해가 막 뜨는 곳이어서 아침이나 볕을 뜻하는 말로 많이 쓰입니다. ‘朝陽, 朝鮮’이 그것이고, 우리말로는 ‘아사달(阿斯達)’입니다. 반면에 서쪽은 해가 지면서 어두워지는 곳입니다. 땅거미가 지는 곳이기에 검다는 말이 쓰입니다. ‘검’은 신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蓋平, 蓋馬, 熊神山, 神市’가 그것이고, 우리말로는 ‘가마달(今彌達)’입니다. 요동의 개평은, 박달이 요동 밖으로 옮겨간 뒤에 붙은 서쪽 기자의 수도였을 것입니다. 해성이 박달성이었다가 단군이 요동으로 옮기면서 서쪽 기자가 수도를 바로 옆의 개평으로 옮겨서 붙은 이름으로 서쪽 수도인 가마달이라는 뜻입니다. 해성은 아사달, 개평은 가마달.

땅이름의 한자 표기가 이렇게 어지러운 것은, 지난 3,000년의 혼란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화하족의 동쪽 정벌로 촉발된 전쟁이 원래 있던 땅이름을 옮기게 했고, 똑같은 땅을 가리키는 이름이 시대마다 달리 기록되거나 위치가 바뀐 곳의 이름으로 기록되어 서로 뒤엉킨 것입니다. 동쪽과 서쪽이 뒤섞이고 발음에 따라 적는 이에 따라 달리 표기됨으로써 서로 다른 것을 나타내는 말처럼 변한 것입니다. 하지만 잘 보면 한자가 기록하려는 말이 아주 단순하고, 그것이 여기저기 흩어져 나타나는 것을 보면, 원래는 질서정연한 모습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삶은 우주와 자연의 법칙에 지배당하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과 땅의 이로움에 따라 이름이 붙습니다. 요즘처럼 신도시 개발하듯이 이름을 함부로 붙일 수 없습니다. 중국 지명 남경과 북경이 그렇고, 조선 지명 평양과 패수가 그렇습니다. 북경이 있으면 반드시 남경이 있고, 평양(박달)이 있으면 반드시 패수(밝물)가 있습니다. 따라서 땅이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도시를 바라본 옛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땅이름에서 읽어내는 ‘철학’이 틀릴 수도 있지만, 철학 없이 바라보는 땅이름은 그곳에서 산 옛사람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합니다. 철학은 역사의 몸뚱이에 깃든 빛나는 정신이고, 언어는 그 정신의 유리 조각입니다.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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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24-02-09 19:49:55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깨달았네요. 고맙습니다. 너무도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근원을 밝혀주는 연구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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