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8] 봄을 기다리다…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68] 봄을 기다리다…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2.1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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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아파트 단지, 분주히 움직이는 주민들을 우두커니 내려다보는 나무가 있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는 이 나무는 1982년 충청남도 보호수로 지정된 392년 수령의 느티나무다.

아파트 단지 안, 그것도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한 15m가 훌쩍 넘는 수고의 느티나무는 400년 세월을 고스란히 덧입고 살아가고 있다.

느티나무가 버텨온 긴 세월은 뿌리를 기점으로 넓게 그리고 높이 펼쳐져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여러 그루의 나무가 군상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였을까? 문득 흙 속에 숨겨진 느티나무의 뿌리가 나무와 닮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수없이 많은 잔뿌리를 뻗어내고 흙을 움켜쥔 채 살아온 나무의 400여 년이 오롯이 나무에 기록되어 있을 테니.

사실 이곳엔 340년 수령의 느티나무 보호수가 한 그루 더 있었다.

1982년 시 보호수로 지정된 수고 16m, 둘레 3.3m의 거목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느티나무를 보존한다는 조건으로 택지개발을 승낙했고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러나 1996년 옹벽 공사를 하면서 복토를 너무 높게 쌓은 데다 배수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뿌리가 썩기 시작했다.

뒤늦게 배수시설을 보완하고 영양제를 놓고 관리를 시작했지만 이미 뿌리가 70% 이상 죽은 상태라 느티나무를 살리지 못했다.

사라진 느티나무는 1999년 산림청이 선정한 ‘밀레니엄 나무’였다.

새천년을 앞두고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목적으로 지정한 나무였고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져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함뿍 받았더랬다.

그런 귀한 나무가 개발로 인해 사라져 버렸으니 마을 사람들이 느꼈을 헛헛함은 얼마나 컸을까?

시 보호수 느티나무 한 그루를 떠나보낸 후 마을 사람들은 충남도 보호수인 느티나무와 어우렁더우렁 살아갈 방법을 생각한다.

그리고 2016년 느티나무 보호수 주변에 작은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데크와 의자를 설치해 느티나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마을 사람들에게 느티나무는 휴식 공간이고, 느티나무에 이 공간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표식인 셈이다.

봄이 오고 있다.

찬 바람 몰아치는 겨우내 조금은 쓸쓸했을 느티나무에 이 봄이 더없이 따뜻했으면 좋겠다.

느티나무 아래 음악이 흐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득한 날을 기대한다.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1914 느티나무 392년 (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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