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KBS에 맞서 싸우는 KBS 기자를 응원하며
[조하준의 직설] KBS에 맞서 싸우는 KBS 기자를 응원하며
"권언유착이 부활하면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2.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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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KBS 박장범 앵커 간의 신년 대담.(사진 출처 : 대통령실 홈페이지)
지난 7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KBS 박장범 앵커 간의 신년 대담.(사진 출처 :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는 ‘땡윤뉴스’라는 조롱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어용방송’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KBS 안에는 이렇게 급속도로 망가져가는 KBS를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경향신문 보도로 KBS 취재팀이 KBS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 이유는 해당 취재팀이 보도한 ‘오세훈 처가 땅 의혹 보도’를 문제의 그 박장범 앵커가 사과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KBS ‘오세훈 검증 보도’ 취재팀이 KBS를 상대로 지난 5일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 취재팀은 접수 이튿날인 6일 사내 게시판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자사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박민 사장과 지금의 보도본부 수뇌부는 취재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저널리즘의 최소한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작년 11월 14일 박민 KBS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처가 땅 의혹 보도’를 콕 집어 “KBS의 대표적인 불공정 편파 보도” 사례로 지목해 빈축을 산 바 있다. 그리고 같은 날 KBS 9시 뉴스에서 박장범 앵커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기까지 했다. 사실상 같은 방송사 취재팀을 수뇌부가 속된 말로 ‘엿 먹인’ 꼴이 된 셈이다.

경향신문은 취재팀이 언중위에 낸 언론조정신청서를 인용해 취재팀의 주장을 전했다. 해당 취재팀은 “KBS 취재팀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내곡동 땅 의혹과 오세훈 후보 해명의 사실 여부에 대한 취재에 착수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SH공사·당시 건설교통부 사이에서 오간 공문을 검토해 사업 추진 경과를 확인했고, 후보 처가와 경작인 사이에서 체결했던 토지 임대차 계약서,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측량사실 확인서 등도 검토해 SH공사가 내곡지구에 대한 개발 용역을 시작하기 9일 전 토지에 대한 측량이 실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또 “실제 보도에 앞서 다양한 자료와 증거를 철저히 검토하고 다수 관련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활용해 철저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당시 보도가 공직선거법 위반·무고·명예훼손 등 혐의가 있다며 취재진과 경영진을 대검찰청에 고발했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당시 검찰은 “선거와 같은 공적 영역에서 후보자 도덕성과 적격성을 검증하고 사회적 의혹에 관해 확인하는 것은 언론사 본연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취재팀은 사내게시판 글에서 “박민 사장과 KBS 뉴스의 맥락 없는 사과는 취재팀에 대한 무도하고, 근본없는 공격”이라며 “주장을 하려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공정성 훼손’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이렇게 ‘땡윤뉴스’로 전락해 가는 KBS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안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에 MBC의 송요훈 기자는 이 소식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며 “작은 용기가 모여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됩니다. 그분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박수를 보냅니다”고 했다.

필자 또한 동종업계 종사자 중 한 사람으로서 마찬가지로 지지와 연대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론의 별명은 워치독(Watchdog) 즉, 감시견이다. 권력기관을 늘 감시하고 비판하며 올바른 여론을 전달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할 사명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KBS는 상황이 어떠한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을 떠올려 보자. 박장범 앵커가 그 당시 언론인으로서 본인의 사명과 책임감을 다 했다고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는지 그에게 직접 묻고 싶다. 왜 그 당시 박장범 앵커는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면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명품백’이라고 부르지 못했는지를.

문제의 그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백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이름을 불러선 안 될 그 사람(You know who)’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볼드모트라도 되나? 필자가 본 그 장면 속 박장범 앵커의 태도는 볼드모트의 이름을 부르길 꺼려하는 해리 포터 세계관 속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또한 대통령실은 서울의소리의 최초 보도 이후 줄곧 문제의 그 명품백이 ‘반환 창고’에 있다고 발표했다. 박장범 앵커가 명색이 언론인이었다면 “반환 창고를 한 번 볼 수 있을까요?”라는 말을 왜 하지 못했나? 문제의 ‘반환 창고’는 아직까지도 공개된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정말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공간인데 대통령실과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전달하는 것이 언론이 할 일일까?

이렇게 박민 사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KBS를 부식(腐蝕)시키고 있지만 그래도 안에서 그에 맞서 싸우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고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한 채 부식되고 권력과 유착하면 결국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권언유착이 부활하면 민주주의는 후퇴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언론이 권력과 야합을 하면 결국 이런 결과가 초래된다. 중요한 것은 언론이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선 자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가 권력과 거리두기를 하고 자신들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자각하는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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