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2] 나무는 뿌리 내린 곳이 고향이라오…천안시 성환읍 어룡리 금송 11본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2] 나무는 뿌리 내린 곳이 고향이라오…천안시 성환읍 어룡리 금송 11본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2.27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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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나는 ‘금송’이오. 금송(金松)이라 하니 소나무의 한 계통이겠거니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소나무가 아니라 금송과(Sciadopityaceae)에 속하는 상록침엽수라오.

오래전에는 지구상 여러 곳에 널리 뿌리를 내리고 살았지만 언젠가부터 일본열도 남부지방에만 자라 일본을 대표하는 특산종으로 알려져 있소.

나는 더디게 자라지만 세월을 거듭할수록 그 기세를 넓히고, 넓혀서 높이 40m, 직경 1.5m까지 장성하는 나무요.

크게 자라는 데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도 잘 자라다 보니 일본에서는 나를 정원의 주인공이라 칭하기도 하고 신성시했다오.

그렇소, 나는 일본인들에게 유독 더 큰 애정을 받은 참으로 복 많은 나무요.

허나 한국에서는 사랑받지 못한 나무였다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일본의 잔재라 여겨져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있는 것조차 부정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소.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심어졌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오. 아니, 일본인이 한국에서 저지른 만행을 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오.

그러다 보니 금송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소.

기억할지 모르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산 현충사의 금송을 옮겨 심어달라는 요청이 일었고 실제 2018년 사당 밖으로 퇴출당한 적도 있었다오.

총독관저에 식재한 나무에서 직접 파생한 금송이라니 현충사에 어울리지 않는 나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나무는 뿌리 내린 곳이 고향이라오.

메이지신궁에 심은 금송이 일왕을 상징하든 말든 그건 그 금송의 이야기일 뿐 대한민국 땅에 뿌리 내려 한국의 태양과 빗물을 자양분 삼아 살아온 금송은 아니지 않소?

사람들에게 고향을 물어보면 태어난 곳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고 자란 그래서 더욱 애정 깊은 곳을 고향이라 칭하는 경우를 많이 봤을게요.

자신 있게 이야기하건대 나는 후자요.

누가 나를 이곳에 심었는지와 상관없이 이곳이 나의 고향이고 나와 함께 뿌리내린 이들이 나의 가족이라 굳게 믿으며 살아왔다오.

그리고 그런 나의 가족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몹시 마음이 쓰렸소.

지금은 11본의 금송이 남아 있지만 과거에는 더 많은 금송이 자라고 있었소.

태풍에 쓰러지고 꺾여 사라져 버린 금송이 10본이나 된다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곁을 떠난 나의 동지들을 기억하오.

지금 이곳에는 11본의 금송이 남아 있소.

그 중엔 태풍으로 절반의 생을 잘라내고도 견디는 이도 있다오. 우리가 이곳에 얼마나 더 오래 뿌리내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소.

뿌리 내린 이곳이 나의 고향이요, 이곳이 나의 조국이외다.

천안시 성환읍 어룡리 353-1 금송 11본 182년 (202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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