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3] 경계 위에서…서산시 온석동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3] 경계 위에서…서산시 온석동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2.2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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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 진보 아니면 보수, 금수저 아니면 흙수저...... 우리 삶에는 숱한 경계가 존재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적당히 자리를 찾으며 산다.

때때로 경계인(境界人)으로 남는 것이 두려워서 득과 실을 따져보기도 하고,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말이다.

그런데 여기, 경계에 뿌리내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 있다.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 팽나무가 그렇다.

축축한 땅과 마른 땅의 경계에 주로 사는 팽나무는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고, 추위에도 잘 견디며, 공해 속에서도 푸르름을 뽐낸다.

느티나무처럼 천년을 사는 나무는 아닐지라도 500여 년을 굳건히 살아내는 장수 종이다.

생명력이 뛰어나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견뎌낸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242년 수령의 서산시 온석동 팽나무는 한눈에도 나무의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나무다.

비스듬히 자란 줄기는 한 아름이 훌쩍 넘고, 사방을 향해 뻗어낸 가지에는 무성한 나뭇잎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어린 팽나무의 경우 갈라짐이 없고 잔털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팽나무의 줄기는 거칠어진다.

마치 사람의 피부처럼 그렇게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이다. 그러나 표면이 거칠어질 뿐 팽나무는 더욱 넉넉하게 생명을 품는다. 나무에 자리 잡은 이끼가 그 증거다.

온석동 팽나무의 줄기 한 면에는 푸른 이끼가 그득하다.

양지가 아닌 음지, 그리고 축축한 땅에서도 삶을 멈추지 않는 팽나무이기에 이끼와 공생이 가능하다.

팽나무에 더부살이 중인 이끼는 거칠어지고 틈이 생긴 팽나무의 수피를 좋아한다.

틈이 많을수록 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많아지니 얻어갈 수 있는 물이 많아지는 데다, 고인 물기가 오래가기 때문에 이끼가 살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이끼는 팽나무가 커질수록 그 영역을 함께 확장해 간다. 팽나무에 열매가 맺히고 붉게 익어가듯 이끼 또한 작은 꽃을 피우기도 하면서 말이다.

문득 일생을 경계에서 살아가는 팽나무기이게 나이 듦조차 익어감으로 삶의 모습을 채워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는 한계를 만들지만, 경계 위에서 삶을 이어가는 팽나무에 한계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어떠한가? 한 걸음씩 청춘에서 멀어져 간다는 이유로 도전에는 한계를 규정한 채, 경험을 무기 삼아 아집으로 높은 담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에게 곁을 내어줄 마음조차 접어버린 채.

서산시 온석동 480 팽나무 242년 (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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