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5] 새잎에 희망을 걸다…서산시 인지면 둔당리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5] 새잎에 희망을 걸다…서산시 인지면 둔당리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3.04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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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서산시 인지면 둔당리 밭 사잇길에서 242년 수령의 팽나무를 만났다.

봄이 시작됐지만, 팽나무는 아직도 겨울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사방으로 뻗어낸 수없이 많은 가지 사이로 찬 바람이 스칠 때마다 가지는 속절없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찬찬히 훑었지만, 연노랑 새잎은 감감무소식이다.

둔당리 팽나무는 이곳 사람들에게 신수(神樹) 즉, 신의 나무였다.

오래전, 마을 사람들은 팽나무의 새잎이 피는 방향을 보며 흉풍을 점쳤다고 한다.

혹여 팽나무 잎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수소문 해봤지만, 아는 이를 만날 수는 없었다.

세월만큼 이곳 주민들의 삶도 달라진 까닭이다.

이젠 나무가 아니라 일기예보를 통해 날씨를 확인하고, 대비하며 내일을 준비한다.

잎점은 그저 옛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어쨌든 보호수를 찾아다니다 보면 과거 잎점을 봤다는 당산나무를 종종 만난다.

잎점을 보는 방법은 다양한데 잎이 무성한지, 듬성듬성한지, 잎이 위에서부터 돋기 시작했는지 아니면 아래에서부터 돋았는지, 잎이 한꺼번에 피었는지 아니면 제각각 다른 속도로 피었는지에 따라 흉풍을 점치는 방법이 다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잎이 한꺼번에 피면 그해 비가 알맞게 흠뻑 내려 풍년이 들고, 조금씩 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이렇게 새잎으로 흉풍을 점치는 건 나름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는데 농사의 흥망을 결정짓는 건 모두 ‘물’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봄날 물이 많고 적음에 따라 잎이 나는 모양이 달랐을 테니 잎이 한꺼번에 피면 물이 많다는 이야기고 이는 곧 풍년이 든다는 나름의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사람들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그저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해답’이 필요했기에 새잎에 희망을 걸었다.

과학도 기술도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함, 불확실성은 더욱 컸다.

더구나 먹고 사는 문제로 직결되는 농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였고 가장 큰 희망이었을 테니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새잎에 희망을 걸지 않았을까?

꽃샘추위가 시작될 때쯤, 둔당리 팽나무에도 새잎이 돋기 시작할 것이다.

문득 올해 새잎은 어디서부터 시작될지 궁금해졌다.

팽나무로 내일을 점치는 이는 없겠지만 새잎이 하나씩 존재감을 발현할 때쯤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희망 하나쯤 움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산시 인지면 둔당리 415-1 팽나무 242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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