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6] 유산…서산시 인지면 산동리 소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6] 유산…서산시 인지면 산동리 소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3.1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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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서산시 인지면 산동리 마을 어귀에는 269년 수령의 소나무가 있다.

주변에 큰 나무가 없어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소나무는 멀리서도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20m가 훌쩍 넘는 수고, 사방으로 거침없이 뻗어낸 가지에서는 노목(老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백(氣魄)이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압도적인 크기와 수형보다 산동리 소나무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이 나무가 누군가의 노력으로 지켜낸 유산(遺産)이라는 사실이다.

앞세대가 물려준 사물 또는 문화를 우리는 유산(遺産)’이라고 칭한다.

산동리 소나무는 이 마을에 거주하는 93세의 박창환 어르신의 고조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다.

어떤 이유로 소나무를 심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조할아버지가 심었고 윗대부터 관리를 해왔단다.

“나무가 좋으니까 나무 장사가 팔라고 몇 번이나 사정했는데 우리가 안 팔았어요. 돈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나무를 팔면 완전히 사라지는 거잖아. 그게 싫어서 형님이 쭉 관리를 하다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나무를 돌 볼 사람이 없어서 서산시에 관리를 위임했어. 서산시가 관리하니까 사라지지는 않겄지.”

‘사라진다’는 말이 유독 아프게 다가오는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나무는 과거 우리 삶 가장 가까이 있던 나무였다.

금줄에 걸린 솔가지로 탄생을 알렸고,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솔가지와 솔잎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소나무 관에서 세상과의 작별식을 치렀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주변에 소나무가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매해 수업이 많은 나무가 개발과 산불 등으로 사라졌고 그중 상당수는 소나무였다.

그래서 현실에서 소나무 노목을 발견하는 건 그리 흔치 않은 일이 되었다.

더구나 몇 년 전부터 재선충 피해가 급격하게 늘면서 소실되는 소나무의 수 또한 급증하고 있다.

2020년 30만 8천 그루, 2021년 37만 8천 그루, 2022년 106만 6천 그루가 소실되었는데 이대로 가면 10년 내 소나무의 78%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이기에 산동리 소나무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아닐까 싶다.

나무를 유산으로 여기고 지켜온 사람들의 정성이 없었다면 산동리 소나무는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고조할아버지의 유산에서 우리 모두의 보호수가 된 산동리 소나무의 푸르름을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서산시 인지면 산동리 685-2 소나무 269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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