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7] 이름의 무게…아산시 배방읍 수철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7] 이름의 무게…아산시 배방읍 수철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3.19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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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흔히들 나무의 이름이라고 하면 소나무, 대나무, 사철나무 등 학명에서 분류되어 나온 나무의 명칭을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보존 가치가 높은 나무라 할지라도 사람의 이름처럼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이름을 붙이는 일은 극히 드물다.

수령이 1,300년에 이르는 한국 최고령 느티나무, 기장군 장안읍 장안리 느티나무 또한 별다른 이름 없이 나무 이름 앞에 지명을 붙여 ‘장안리 느티나무’로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산시 배방읍 수철리에는 일헌수(日軒樹)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가진 515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있다.

마을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느티나무가, 그것도 2009년에서야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수철리라는 지명은 삼국시대부터 이 지역에서 철을 많이 생산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중 느티나무 보호수가 자리한 수철3리는 ‘산의 날에 해당하는 마루턱’이라는 의미로 ‘날마루(日軒)’라 불렸다.

원래 느티나무가 있는 터에는 초가가 있었고 그곳에 돌미륵불이 안치되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돌미륵불에 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2006년, 초가와 돌미륵불이 철거되면서 그 자리에 정자가 세워졌다.

하지만 이러한 세월의 변화에 아랑곳없이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키고 서 있었다.

마을이 변하고, 마을을 찾는 이보다 떠나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도 느티나무는 매해 봄이면 새잎을 틔우며 마을을 지켰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느티나무의 한결같음에 감사하면 2009년 일헌수(日軒樹)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느티나무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표지석을 세웠다.

마을 사람들의 이런 바람 때문인지 느티나무 주변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느티나무 옆에 세워진 정자는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되고, 정자 옆에 자리한 운동기구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주말이면 나무 옆 교회당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더해지니 영원히 함께하자는 마을 주민들의 바람은 이미 이뤄진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 끊이지 않는 도시개발 속에서 나무의 자리는 늘 위태롭다.

일헌수(日軒樹)라는 이름의 무게를 짊어지는 건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수철리 느티나무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름을 짓고, 표지석을 세운 이들이, 더 나아가 일헌수를 보호수로 지정한 우리 모두가 이름의 무게를 지고 느티나무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

아산시 배방읍 수철리 1055-2 느티나무 515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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