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8] 인생수업…아산시 배방읍 중리 느티나무 2본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78] 인생수업…아산시 배방읍 중리 느티나무 2본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3.2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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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양팔로 끌어안을 수 없는 이 느티나무도

처음엔 새싹이었다

무겁게 짓누른 흙더미 사이로

연둣빛 새잎을 뾰족이 들이밀며

따뜻한 봄 햇살에 기지개 켜던

이름 모를 생명이었다

싹은

바위틈이든, 벼랑이든, 큰 길가의 모퉁이든

자리를 탓하지 않았다

뾰족한 찬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밤새 내린 눈에 파묻혀도

호들갑 떨지 않았고

노오란 복수초, 붉은 매화 꽃봉오리의 탄성에도

요동치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 순간보다

흔들리는 순간이 더 많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그늘을 키웠다

너른 품을 갖는 것이

느티나무의 숙명이기에

새의 둥지를 허락하고,

매미의 찬란한 무대가 되어주었으며

아이와 노인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뜨거운 햇살을 가려 주었다

투정 섞인 누군가의 푸념을 듣거나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느티나무의 몫이었다

넉넉하지만 거만하지 않고

굳건하지만 유연하고

웅장하면서도 소탈하게

삶을 드리웠다

얼마나 뛰어놀았는지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아이들이 느티나무 아래 앉아 숨을 고른다.

금곡초등학교가 개교한 이후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 그늘은 오롯이 아들의 차지가 됐다.

그리고 온몸으로 아이들과 일상을 엮어내고 있다.

아산시 배방읍 중리 345 느티나무 2본 302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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