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세상을 꿈꾸는 마당극패 우금치
신명나는 세상을 꿈꾸는 마당극패 우금치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18)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5.08.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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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우리민족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당극패 우금치를 찾았다. 대흥동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서자 ‘얼쑤~좋다!’ 흥겨운 장단이 먼저 반겨주었다. 문득 그들의 무대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대전 유일의 마당극패!
대흥동 사무실은 매일 22명의 단원들이 출퇴근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곳이다. 하지만 연습실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환경이다. 방음시설이 완벽하지 않아 풍물이라도 사용하게 되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배우들은 연습 중에도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두가 배우이자 행정 업무와 홍보, 스텝 역할까지 해야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금치는 전통연희를 계승하고 가장 한국적인 연극을 만들기 위해 매년 100회 이상의 창작극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4년차 배우 김연표씨는 “마당극이란 관객의 흥, 마음을 나누는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돼지잔치 공연 할 때도 죽마(대나무로 만든 기구)놀이 부분에서는 관객들이 무대로 나와서 죽마를 같이 올리면서 참여했거든요. 열린 무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죠. 그때 벅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객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죠“ 라며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마당극의 매력이라고 손꼽았다. 우금치 창단 때부터 배우로 활동한 이주행씨는 관객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전국순회공연을 하다 보니 대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우금치의 마니아층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연령대가 다양해졌어요.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 가족단위 관객들도 많아졌습니다. 재밌고 쉬운 마당극이지만 그 속에 환경 문제, 역사 이야기, 노인 문제 등 우리 사회 모습들이 담겨져 있거든요. 관객과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겠죠”

   
   
 

한바탕 시원한 웃음, 시대정신을 추구하는 무대
1990년대 창단한 우금치는 전봉준 장군이 이끌었던 농민군과 일본·정부연합군이 전투를 벌였공주의 고개 이름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부르짖었던 농민들. 그 뜨거운 열정과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당극패 우금치가 탄생했다.

이주행씨는 “문화운동을 힘 있게 펼쳐보자는 뜻에서 7~8명이 같이 시작했는데요. 그때가 농민운동이 번성하는 시기였어요. 농촌이나 시골장터에서 공연을 많이 했죠. 어르신들이 자기들의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다고 공연비 대신 과일이나 요구르트를 건네주시고 하셨어요” 라고 회상했다. 그동안 우금치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마당극을 추구하면서도 농민·역사·환경 등 사회적으로 문제를 소홀히 넘기지 않았다. 실제로 <호미풀이>, <아줌마 만세> 마당극에서 쌀시장 개방과 추곡수매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뤄서 주목을 받았다.

이주행씨는 기억에 남는 무대를 묻자 아줌마 만세 공연을 떠올렸다. “마을 이장이 대사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이렇게 살지 맙시다. 우리가 못 나서 못 사는게 아니다 라고 말하는데 보통 이 장면에서 관객들 반응이 터지거든요. 그날은 관객들이 너무 조용한 거예요. 그리고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변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남자 관객들이 피운 담배 연기 때문이었어요.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위로를 받고 담배를 피우며 숨죽여 울고 계셨던 거예요.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배우들이 힘들고 어려워도 무대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관객 때문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마당을 찾아 농촌, 바닷가, 산골을 비롯해 교도소, 군부대 등 전국을 순회하며 신명나는 한 판을 벌여온 우금치. 야외에서 펼쳐지는 마당극이기 때문에 날씨를 비롯해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지만 배우들은 신명나는 무대를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사라져 가는 전통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되살리기 위해 소외된 계층과 외지지역을 찾아가 문화체험 및 공연예술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도 힘을 쏟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제33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특별상, 제1회 창작 국악극대상 연주상(돼지잔치), 제2회 창작 국악극 대상(쪽빛황혼)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을 받으며 한국 마당극을 대표하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김연표씨는 “이제 20대 단원도 저를 포함해서 9명이나 됩니다. 처음에는 연극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서울로 가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부러운 시선을 받고 저 스스로도 자랑스럽습니다. 선배님들이 우금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본받아서 대전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기량을 끌어 올려야죠” 라며 자부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마당극패 우금치에게는 오래된 고민거리가 있다.
김연표씨는 “25년의 역사 있는 마당극패인데 정작 저희 연습공간이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하니까요” 그동안 우금치는 동구 대동 작은 사무실을 시작으로 선화동 지하, 하소동을 거치며 대전 외곽에서 15년 세월을 보내고 지난 2011년 원도심에 터전을 잡았다. 그러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 자유롭게 소리 내고 풍물을 연습할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주행씨는 “대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할 때도 있었고 하소동 산골로 들어가서 저희들끼리 혹독하게 내실을 다지기도 했죠. 단원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떠도는 생활이 불안할 수 밖에 없죠” 라고 아쉬워했다.

결국 지난해 5월 단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대흥동에 오래된 건물을 매입했다. 10년 이상 방치된 곳이지만 원도심에 위치해 있어 예술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부공사 비용이다. 낡은 공간과 전기시설 등 손볼 곳이 많지만 단원들끼리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변화와 도약을 위하여~ ‘별별마당 우금치’
지난 7월 7일 마당극장 건립 예정지인 별별마당 우금치에서 ‘우금치를 위하여’라는 터닦음 공연이 열렸다. 함순례씨의 시 낭송, 정진채 밴드가 공연 등을 선보이며 별별마당 우금치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기획공연을 펼친 것이다.

류기형 대표는 “단원들이 힘을 모아 건물을 매입하기는 했지만 2억원 정도의 공사비용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모금활동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마당극의 가치를 더 발전시키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우금치 문화예술공간 건립을 위한 시민추진위원단이 결성됐다. 대전에서도 마당극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이다. 우금치와 시민추진위원단은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 일명 ‘우금치 지킴이’ 300명을 모집해 올해 말까지 목표금액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터닦음 공연이 그 시작을 알렸다.

김연표씨는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터닦음 공연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예상한 것보다 많이 찾아주셨어요. 많은 분들이 저희를 위로하고 축하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좋은 공연이 됐죠” 라고 그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류기형 대표는 “우금치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대전 시민의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당극의 존재가치를 나누고 지키는데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모금 활동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층은 지역 커뮤니티 교육공간, 2층은 공연 및 연습공간, 3층은 사무 및 생활공간, 옥상은 소품제작 및 소품창고로 활용해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될 예정이다.

이주행씨도 ”원도심이 문화적으로는 발전한 것 같은데 활성화시킬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아요“라면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별별마당 우금치 건립에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과연 대전 유일의 마당극장이 탄생할 수 있을까?
재도약을 준비하는 우금치의 신명나는 행보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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