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잘못 보낸 문자에 생사람 죽을 뻔
[시민기자 눈] 잘못 보낸 문자에 생사람 죽을 뻔
  • 홍경석
  • 승인 2015.08.11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홍경석 수필가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띠리링~ 스마트폰이 문자메시지가 왔다며 고요한 정적을 깼다. 그래서 살펴보니 동창회 총무가 보낸 것이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총무가 보내는 문자의 내용은 대략 다음 중 하나로 귀착되는 때문이다.

동창들 중 누군가의 부모님 상(喪) 통보이거나 동창회 모임의 공지이거나. 한데 나이가 있다 보니 전자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불과 이틀 전에도 또 다른 동창의 부친상을 공지 받았는데 그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동문 000의 장인 어르신 별세-7월 30일 000병원 장례식장 발인-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0일은 또 야근이라서 전날에 미리 동창회 간부 편에 조의금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렇게 생각하며 근무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총무가 보낸 문자가 다시 왔다. ‘뭐야? 또!’ 문자의 내용은 이랬다. ‘우리 동문 000의 장모님 별세-7월 30일 000병원 장례식장 발인-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니~ 장인 어르신에 이어 장모님까지 돌아가셨다는 겨? 그런 두 분이 한 날 한 시에 작고하셨다는 겨? 어이가 없었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총무가 전달을 잘못 하고 있지 싶었다. 즉 동창의 부모님(장인 장모님도 부모님이다) 중 한 분이 타계하신 건 맞지만 그 대상이 부친인지 모친인지의 통보가 헷갈렸을 거란 추측이었다.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아니 그럼 000의 장인과 장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셨다는 거유?”라는 나의 조크 성 질문 문자에 총무는 부음의 최초 전달자가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고 했다. 날이 너무 덥다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렇긴 하더라도 잘못 보낸 문자에 하마터면 생사람까지 죽을 뻔 했다는 곳에 정서가 정박하자 피식 실소가 나왔다. ‘생사람’은 어떤 일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과 동시에 몸이 튼튼하여 아무런 병이 없는 사람까지를 아우른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자식(들)은 자신의 부모님께서 언제까지나 ‘생사람’으로 남으시길 소망한다. 하지만 생로병사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선친께서 저 세상으로 가신 지도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껏 생사람으로 계셨더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효심 가득한 손자와 손녀로부터도 푸짐한 존경과 용돈까지 받으실 수 있었을진대. 나훈아가 부른 곡 중 다음과 같은 가사가 등장하는 노래가 있다.

“살다보면 알게 돼~ 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잠시 왔다 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백 년도 힘든 것을 천 년을 살 것처럼…”

그 노래의 ‘주장’처럼 우리네 인생은 잠시 스쳐 가는 청춘이요 또한 훌쩍 가 버리는 세월이다. 그렇긴 하되 부모님과의 영원한 이별은 견딜 수 없는 슬픔의 정점에 다름 아니다. 삼가 동창의 장인 어르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