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대흥동에서 대전중학교로 방향을 잡고 10여 분 정도 걷다보면 테미예술창작센터를 알리는 빨간 표식을 만난다. 이때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테미 언덕을 오르는 소담한 골목이 기다리고 있다. 옛 골목으로 두리번거리며 언덕을 오르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살짝 숨이 빨라진다고 느끼는 순간, 정상 언저리에서 대전이라는 공간을 응시하고 있는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1979년, 대전 최초의 시립도서관으로 출발했던 테미도서관이 창작센터의 전신이다. 그렇게 도서관으로 시민들과 만나던 시간을 뒤로하고 2012년, 신축된 산성도서관으로 도서관의 업무를 이전하면서 2014년 3월 27일에 시각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장맛비가 시작되는 한여름의 아침,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 놀러가 프로그램 매니저 김수연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지던시라는 공간은 작가들이 일정 기간 거주하면서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하는 일이 제가 하는 일이고요. 미대를 나오고 미술사를 전공했던 개인적인 경력을 바탕으로 작가들을 이해하고 뒷받침해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레지던시에 대해 잘 모르는 저를 위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예, 우리 사업은 크게 입주작가를 모집하는 공모와 진행된 창작활동을 선보이는 기획전시, 그리고 워크숍 프로그램들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공모와 전시는 레지던시의 기본활동이고요.
외부와 소통하는 워크숍은 입주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있고 지역의 예술가들이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있어요. 그 결과 지역의 시민과 입주작가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자연스레 만들어집니다.”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여기에 교류프로그램도 있어요. 레지던시가 단순히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에게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도 하는 거죠. 인적교류뿐 아니라 공간적 교류도 합니다. 해외 레지던시와 교류를 통해 우리 입주 작가가 지금 베를린에 가 있는 경우도 그 예입니다.
또 하나, 8월 20일부터 우리 테미에서 열리는 교류전이 있습니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디어아트 레지던시와 우리 입주 작가들의 교류전이죠. 작년에는 광주에서 열렸고 올해는 테미에서.”
전국에 적지 않은 레지던시가 있죠? 그중 테미는?
“전국적으로 시각, 공연 등 예술 레지던시가 240여 개 운영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각 지자체나 문화재단들이 주체죠. 그중 테미는 전문성을 중요시하고 있어요. 스튜디오가 6개로 비교적 작은 규모의 레지던시이지만 예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입주 작가들이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6개의 스튜디오요?
“6명의 작가마다 거주하고 또 작업하는 개별공간이 있습니다. 스튜디오라고 하지요. 작가들은 보통 1년 단위로 입주하고 해외작가의 경우에는 비자 문제 등이 있어 최소 3개월에서 1년 동안 지내고 있습니다. 선정기준은 일단 시각예술가이고 25세 이상입니다.
공모가 시작되면 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잠재력이 있고 왕성하게 활동할 작가를 선정하게 되죠. 선정위원의 수가 많아 아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대전의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전국의 모든 시각예술가들과 외국작가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이는 외부의 시각으로 대전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죠.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원래 레지던시는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을 그들의 흔적을 남기고 가는 공간이죠.”
테미만의 예술적 가치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우리가 위치한 지역과 자연스레 소통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일구기 위해 창구를 열어두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 예술가들의 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되어야 우리 테미도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지역의 대학생이나 신진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입니다. 작년에도 7회에 걸쳐 전문가를 초청해 작가로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장을 마련했죠. 올해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요.”
올해가 2기죠?
“작년에 1기 6명과 해외작가 두 명이 있었죠. 올해는 2기 작가들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우리 테미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족적이고 서로 교류도 왕성합니다. 성과에 관한 전시와 프로모션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전시 이후에 작품들이 다른 전시회에 초청받았어요.
우리 성과란 것은 이렇게 작가들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올해에는 아주 재미있는 작업이 진행되었어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 여성의 관점으로 부조리한 한국 사회를 꿰뚫어봤던 조영주 작가가 대흥동에서 만난 50대 이상의 어머니들과 ‘그랜드 큐티(Grand Cutie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중년 여성들과의 예술 연계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이번 작업은 현대 무용가들을 초청해 안무를 만들고 그분들이 항상 많이 다니는 대흥동과 은행동, (구)충남도청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영상으로 결과물을 남겼죠. 어머니들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자로서의 섹시함과 귀여움 등을 끄집어내는 작업이었어요. 작업 이후로 원도심에서 어머니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또 우리 센터에 편하게 놀러오기도 해요. 우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지역과 연계한 대표적인 예술 활동의 예이죠.”
재미있는 일은 계속 궁금합니다.
“1기 작가 중에 정재은 씨는 ‘테미 아티스트를 위한 가이드북’이라는 책자를 만들었어요. 서울에서 온 작가가 대흥동에서 생활하면서 하나씩 알아냈던 지역의 무늬를 넣은 책자이자 낯선 곳을 점차 알아가면서 과정의 정리입니다. 지역적 특성에 따른 권고사항, 화방의 위치와 각종 맛집 등을 소개하는 핸드북인데 한영판으로 만들었어요. 때문에 새로 테미에 오는 분들에게 드리면 이걸 들고 원도심을 돌아다니면서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올해 개정해서 보완했습니다.
이런 작업 또한 자연스러운 지역문화와의 소통이라고 봅니다. 커뮤니티 아트 부분에 지역과 관련된 사업을 따로 지원하려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외부에서 온 작가들이 자연스레 대전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움직였으니까요.”
다가올 시간은 무엇으로 채우실 계획입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레지던시의 궁극적 목적은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에요. 다른 모든 것보다 예술 작업이 중요하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할 계획입니다. 내년이면 3년차인데 이곳을 거쳐 간 작가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지역의 작가들과도 소통하고 지원해야지요. 그래서 올해부터 ‘지역 리서치 프로젝트 작가’를 공모하고 있어요. 이 계획은 입주 작가와 프로젝트 작가,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데 프로젝트 작가는 반 이상을 지역작가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지역 작가의 창작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죠. 이렇게 두 부분에 균형을 맞춰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행사도 소개해주시죠.
“일단 8월 20일에서 30일까지 우리 테미에서 광주문화재단 입주 작가들과의 교류전이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 지역 리서치 프로젝트 작가들의 결과보고전이 대전예술가의 집 전시실에서 9월 17일부터 10월 1일까지 계획되어 있고요. 대전의 지역작가와 외부작가들이 팀으로 작업할 것이라 대전에 관한 내부와 외부의 시선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자리일 겁니다. 또 원도심의 소제동과 엑스포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11월 한 달은 2기 입주 작가들이 테미를 나서기 전에 1년의 작업을 보여주는 ‘기억전’이 있습니다. 이때는 작업뿐 아니라 스튜디오도 오픈해 생활공간까지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사 아니더라도 테미의 학습관에는 인문예술서적이 비치되어 있고 일부 작품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