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학과 통폐합 물살에 역풍 맞는 대학생들
[취재수첩] 학과 통폐합 물살에 역풍 맞는 대학생들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5.08.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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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솜 기자

[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1년에 두 번, 내가 다니는 대학교가 각종 포털사이트 1위를 차지하는 날이 있다. 학교에 뭔 일이 났나 싶지만, 대학생활을 경험한 이들은 이내 ‘아 오늘 그날이구나’ 눈치를 챈다.

‘그 날’은 바로 대학생들이 앞으로 3개월의 운명을 결정하는 수강신청 하는 날이다. 학점을 잘 주고 내 시간표와 잘 맞으며 재밌는 수업은 언제나 경쟁률이 높기 마련. 수강신청 하는 날에 컴퓨터 사양이 좋은 피시방에 주르륵 모여 앉아 새로 고침만 누르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21세기 대학생활의 진풍경이다.

어렵게 수강신청을 끝내면 원하는 수업을 모두 신청한 ‘성공한 자’와 정원이 꽉 차 밀려난 ‘실패한 자’의 희비가 갈린다.

그러나 여기, 계획한 수업을 모두 신청했지만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이들이 있다.

통폐합 또는 개편의 기로에 놓인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이들은 당장 내년에라도 자신이 다니는 학과가 사라져 버리거나 다른 학과와 통합돼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 위기에 놓여있다. 통폐합에 미리 대비하고 싶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어 그저 현재에 충실할 뿐이다.

지역 대학가에서의 학과개편 물살은 여전히 거세다. 대전권 대학이 올해 정부지원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앞으로 남아있는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프라임 사업)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지원금을 받으려면 학과 통폐합을 피해갈 수 없는 탓이다.

실제 올해 대전권 대학 중 충남대는 2개 학과를 1개 학과로 통합했고, 한남대는 6개 학과 및 전공을 3개 학과로 통합했다. 배재대도 4개 학과를 2개 학과로 통합키로 했다.

인문계열의 통폐합이 두드러지는 것도 문제다. 대전권에서 6개 대학이 운영했던 국문학과는 최근 5년 새 1곳으로 줄었다. 통폐합이 대부분 인문계열 학과에서 진행되면서, 수강신청을 하며 차후 자연계열로의 전과를 목표로 자연계열 과목을 수강하는 인문계열 학생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학과가 통폐합되면 자연스럽게 과목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동안 학기 연계수업으로 들어왔던 과목이 사라져 지난 학기에 들었던 강의가 의미없어지기도 하고, 중점적으로 배웠던 전공과목의 성격이 달라져 본인이 추구했던 학문방향과 달라질 수도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학과가 사라지는 경우다. 최근 대부분 사라진 국문학과 학생들의 경우, 타과로 전과해 그동안 들어왔던 수업과 관련 없는 강의를 다시 들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원하는 학과로의 전과 기회가 주어지지만, 옮겨도 문제다. 기존 국문학과에서 배워왔던 전공과목을 모두 전공학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타의적인 전과지만 이전 학과에서 이수한 전공필수 과목을 학점으로 인정받지 못해 졸업을 위해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발생한다.

통폐합의 기로에 놓인 학과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며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취업 등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대학생들은 학과의 지원과 도움을 등에 업고 취업준비를 해도 불안하다.

헌데 당장 눈앞에 닥친 미래에 어떤 학과에서 어떻게 취업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은 이들이 먼 미래를 준비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학과 통폐합이라는 칼바람이 대학생들이 도약을 준비할 든든한 발판마저 앗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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