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4.16] 기억을 다시 돌아보다
[숨쉬는 4.16] 기억을 다시 돌아보다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굿모닝충청 세월호 공동기획 ‘숨쉬는 4.16’ ⑭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5.08.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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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망각과 기억 사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망각이 기억을 밀어내는 힘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유가족들은 기억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숨쉬는 4.16> 기획물을 연재하는 이유는 잊혀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의 죽음이 아니었다. 하나의 우주이자 세계였다. 사고 이후 혼미했던 정신을 잡으며 기획을 한 것은 지난 여름, 연재를 이끌어 온지도 어느새 1년을 넘겼다.
2014년 4월 16일을 지나간 과거로 묻을 수 없는 것은 슬픔과 고통, 그리고 분노가 현재 진행형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아물지 않고 깊어지기 때문이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세월호 대참사 기획시리즈를 2017년 4월16일, 3년 상이 끝날 때까지 이어가려는 것은 세월호사고가 현대사의 비극이자 민주주의 사회로 가는 중요한 기점이라는 이유에서다.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그동안 인터뷰 했던 인물들이 전했던 말들을 짚어보며 세월호 사고를 다시 한 번 기억의 밖으로 꺼내려고 한다.

 

세월호 사고를 말하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처음 만난 이는 스무살 청년 송인효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않고 자신의 음악인생을 만들고 있던 이 청년은 수시로 대전 대흥동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가만히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세상은 참 아픈데 노래하는 건 너무 쉬워, 세상은 또 이렇다 저렇다 하는데 말은 쉬워, 위로하는 내가 부끄러울 때 같이 가자 못하면서, 나 살길만 찾아가면서…” 그가 만든 <노래하는 건>의 가사처럼 노래를 부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상처를 평생 품고 살아가야 하는 유가족과 살아남은 학생들의 고통에 비교하면 턱없이 쉬운 일이었다.

세상의 많은 아픔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물었다. 그래서 기타를 메고 거리 공연에 참여한 것이다. 재난전문가 김겸훈 교수는 인터뷰 하는 동안 상식과 기본이 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 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에서는 사고에 대응하는 국가 시스템 자체가 없었습니다. 사고가 터지면 중앙대책본부가 가동됩니다. 이것은 전원을 넣으면 돌아가는 장비와 같은 것으로 다 있는 시스템입니다. 5분 이내로 움직이죠. 늦어도 10분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50분 이상 걸렸고 또 보고나 관리, 지휘체계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모두 존재하지만 서로 연동되지 않은 거죠. 이번 사고는 재난관리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문제가 일거에 드러난 사태입니다.”

그러면서 각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던 세월호 관련 기록운동에 대해서 의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세월호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사실 중 하나는 전 국민이 다 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배도 있고 헬기도 떠있었는데 왜 구하지 못했을까? 그 상황에서 우리나라 모든 기관에서 오간 이야기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자료가 있어야 하고 또 이것을 분석해야합니다. 이것은 처벌의 문제와는 다르죠. 아주 미묘합니다. 현장에 구조대원이 도착했다고 합시다.

그러나 구조하지 못했죠. 구조대원이 두꺼운 문을 열고 들어갈 장비가 없었을 수도 있고 그처럼 거대한 선박을 구조하는 훈련이 없었을 수도 있고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진솔한 고백과 담당 부처와 기관의 내밀한 이야기를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똑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죠. 그 안에는 내부고발적인 이야기들도 있어야 하고요.”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대단히 중요하다. 수사 기관의 조사에 의한 자백이 아니라 양심적인 고백은 무책임과 무능에 대한 사죄이며 살아남은 이들의 치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요원하다.

책임회피가 비일비재하고 처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자기 고백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무책임과 무능은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확하지 않은 보도는 물론이고 언론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않은 모습은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언론학자 이승선 교수는 우리 언론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언론 침몰의 중요한 원인은 한마디로 베껴쓰기 언론, 받아쓰기 언론의 행태에서 왔다고 할 수 있어요. 주로 언론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그룹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이죠. 이러한 기관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베껴쓰고, 그대로 받아쓰는 과정에서 이 정보가 진실한지 정책의 대상인 소비자나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과연 정부나 기업이 말하는 것처럼 이익이 되는 정보인지에 대한 성찰 없이 받아쓰면서 비판과 감시의 저널리즘의 기본이 사장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관점의 기사는 나올 수가 없죠. 저널리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단순히 연예정보를 전달해주는 중계매체라고 해야 되겠죠. 그런 점에서 한국 언론은 이미 세월호 침몰 이전에 저널리즘 기능을 크게 잃었다 라고 진단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전에 언론이 침몰해 있었다는 진단은 언론이 자정기능을 갖지 못한 채 사명감없이 선정성에 치우쳤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선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암울한 현실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광고의 특성화를 들 수 있는데요. 언론의 주요 타겟과 보도의 경향성이 동일한 경우가 많아요. 언론은 보편적으로 인륜에 부응하는 가치있는 뉴스를 보내야 하는데 특정한 정파와 경향을 보도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광고시장의 확장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거의 유일하게 분열과 갈등 해소하는 공론의 장이자 수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언론인 각자의 각성과 연대를 통해 저널리즘을 회복하려는 필사적인 노력만이 희망이라고 봅니다”.
 

세월호 사고를 기록하다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팽목항까지 걸으며 기도하고 염원했다. 거리에서 만난 고 김웅기 군의 큰 형, 김인기씨는 마음에서 동생을 놓는 날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며 자신이 걷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저희가 지금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과 인양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만약에 진실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전 사실 뭔가를 표현하거나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 에요. 언제가든 내 마음에서 동생을 놓는 그 날이 저에게 마지막이 될 거에요. 지금도 그래서 걷는 거 에요. 왜냐면 저는 진도체육관에서 14일 동안 동생을 기다리면서 그 기다리는 시간이 미치도록 길었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어요. 지금 남은 9명의 가족들은 어떻겠어요?

저라면 안 살았을 거에요. 벌써 이미 따라갔을지도 몰라요. 어떻게 버텨요. 300명 있다가, 9명 남은 건데…. 도와줘야죠, 다 같이. 희생자 중에 화물 기사님도 있고, 일반인 피해자, 선생님까지 많이 계시잖아요. 특별법이 저희가 원하는 대로 제정되고 나쁜 사람들이 처벌받고 진실이 밝혀져도 아직 실종자 들이 물속에 있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요. 그 분들 옆에 같이 있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걷는 거에요” 기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가운데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이 잔잔한 화제를 모았다.

유가족의 육성을 담은 이 책에는 수많은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기록에 참여한 유해정 씨는 오랫동안 인권운동을 해온 활동가이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작가들이 유씨를 만난 것은 지난 봄이었다  그녀는 유가족이 가장 많이 했던 얘기를 이렇게 전해주었다.

“물론 자기 자식에 대한 이야기죠.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민낯을 거기에서 보았다고 하시죠. 그렇기 때문에 진상규명이야말로 죽은 자식에게 부모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라고들 해요. 그래서 내가 거리로 나온다고. 세월호를 겪으면서 일어난 공통적인 변화에요. 모두들 자기 가족만 중요하게 여기며 살았던 보통 사람이었죠.

그런데 이 일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팽목항과 전국의 농성장을 지켜주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었는지, 진도에서 만난 헌신적인 자원봉사자들이 어떤 위로와 희망을 주었는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길거리를 전전할 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밀양, 강정 해군기지, 대구 지하철 참사, 인하대 학생들의 참사 등을 겪고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뜨겁게 다가왔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힘들게 버텼던 사람들을 모르고 살았지만 이 사람들이 다 모여 아낌없이 도움과 위로를 주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상처와 충격은 마음의 변화를 가져왔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육성을 기록한 이나 지독하게 아픈 사연을 들려준 유가족이나 공통의 상처를 안고 작업을 해왔던 것이다.

세월호사고, 작가를 돌아보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일부 작가들이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약전(略傳)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작가의 사회적 책무를 언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참여의 자발성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 누군가의 분노에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것, 작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숨쉬는 4.16>을 연재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약전 작업을 위해 유가족을 만나면서 고통과 아픔이 전이되는 현상을 느낀 작가도 적지 않았다. 함순례 시인은 그 과정에서 나타난 몸의 변화를 이렇게 적었다.

“4월 내내 생리가 멈추질 않았다. 병원처방을 받고 약을 먹으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아이를 보내고 신장이 녹아났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슴 먹먹하게 울려왔다”.

너를 품에 안은 첫날의 기쁨과 / 너를 보낸 날의 참극이 / 엎드려 밝아온다 // 열일곱 살 너는 / 말만 하게 자랐어도 나의 아가 / 차디찬 꽃으로 피었어도 나의 아가 / 천 번을 자고 나도 / 나의 아가 // 못다한 사랑을 꺼내 들고 / 눈물의 태허를 건넌다 / 무얼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입덧의 날들 / 뻘밭 같은 무중력을 엎드려 걸어간다 / 신은 죽었다, 아가야 / 엄마의 신전을 세워야겠구나 / 상냥한 눈빛 그대로 / 여드름 가시지 않은 이마 그대로 청바지 사달라고 조르던 응석 그대로 / 몸이 아픈 내게 죽을 쑤어주던 마음 그대로 // 조각난 하늘 조각난 바람을 버리고 오렴 / 엄마의 하늘 엄마의 바람을 부여잡고 / 기어코 오렴 / 널 그리는 손가락 끝에서 / 만삭이 되어 부풀어 오르는 사랑 // 무슨 수로 널 다시 낳을까 // 그리하여 / 돌이 돌을 부르며 운다 / 하늘의 눈을 찌르며 / 바람이 바람의 귀를 찢으며 너를 싣고 운다   -함순례, ‘바람이 바람의 귀를 찢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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