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춘추] 교육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선생님
[교단춘추] 교육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선생님
  • 최인화
  • 승인 2015.08.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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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화(대전관저고 교장)

[굿모닝충청 최인화 대전관저고 교장]  세상에 보람있고 가치있는 직업이 하나 둘인가. 그중에서도 ‘선생님’이란 직업은 귀하고 가치있는 직업중의 하나이다. 일찍이 맹자께서도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쳐보는 것이 군자의 3락중 하나라고 하지 않았는가(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학생들에게 세상 사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장차 삶의 과정에서 등대와 같은 존재가 되는 스승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교직자들의 존재 가치가 아니겠는가.

선생님이란 직업을 선택한 순간부터 우리는 훌륭한 선생님, 멋진 선생님, 존경받는 이가 되기 위한 각오를 저마다 할 것이다. 멋진 명품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지식을 쌓고 멋진 인격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해 주기를 기대한다. 교직생활을 오래 풍부하게 한후 이제는 원로교사 소리를 들을 때 즈음이면 누구나 한번 쯤 “TV는 사랑을 싣고”같은 멋진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교육자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느껴보는 꿈을 가지기도 할 것이다.

우리 관저고등학교의 중앙현관문을 들어서면 아주 멋진 대형 게시판이 벽에 걸려있다. ‘훌륭한 교사란 무엇인가?’라는 표제의 액자이다. 훌륭한 교사(Good Teacher)의 첫 글자를 따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자세를 새겨보았다.

하지만 말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되기란 쉽지 않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고, 예전의 ‘군사부일체’,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 라는 식의 스승의 권위를 상징하는 말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오히려 교권의 침해 사례가 다반사로 일어나는 시대에 교사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교사들은 하나같이 인품을 갖춘 스승으로 자신을 곧추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자존심과 권위는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세워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앞의 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자세에 대하여 깊은 성철과 실천역량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덕목과 자세의 기반에는 ‘교육적 상상력(敎育的 想像力)’의 발휘가 매우 절실하게 요청된다. 교직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명료하게 정립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길러주어 학생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세워주는 전문적 직업이다.

예컨대, 의사, 판검사와 변호사, 예술가 등의 전문직들이 그들의 직업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위해서는 의학적 사고방식, 법적 마인드, 예술가로서의 심미안 등을 지니고 있어야 하듯이, 멋진 명품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 선생님들은 “교육적 상상력(educational imagination)”를 키우고 이를 구현하기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면 교육적 상상력은 어떤 범주의 개념들을 아우르는 것인가.
학교에서 실천하는 교육(education)이란 무엇인가. 이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시대에서 요구하는 교육적 과제가 무엇인가,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아이의 꿈과 희망은 무엇인가, 그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하여 나는 어떻게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내가 가르쳐야 할 교육과정의 창의적 재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명품수업을 위하여 내가 수업중 제시하는 과제는 그들의 삶에 의미를 주는 실질적 과제인가, 교육적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수행평가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명품수업을 위해 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가, 학생의 예상되는 질문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비해야하는가. 등등에 대한 상상력이다.

교육학자 아이스너(Elliot W. Eisner)도 훌륭한 수업을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교사가 지녀야 할 품성으로 교육적 상상력(educational imagination)을 강조한다.  교사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우기 위하여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늘 고뇌하고 변화하는 교육의 추세, 사회 동향, 사상, 교육제도, 아이들의 흥미와 필요, 학부모의 요구에 대하여 안테나를 높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존재이유는 명품 수업을 통한 학생들의 실력과 인격을 함양시켜 민주국가의 역량있는 민주시민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럭비공처럼 어디로 튀어갈지를 도통 갈피잡지 못하는 아이들을 앞에 놓고는 당황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더구나 15분간을 참지 못하는 소위 쿼터리즘 키드(quarterism kids)들이 성황하는 요즘의 교단 생활에서 자주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군이 우리 사회에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아니? 그건 우리의 중학생들이 무서워서 그렇다나…”
“아이들이 외계인 혹은 미스터리로 보일 때가 있어요. 선생님과 학생사이에 이렇게도 소통이 어려울 줄이야…’
“야, 제발 좀 자리에 차분이 앉아봐라. 수업 집중이 안되고 인내심이 이렇게도 부족한 것이 바로 그 뭐라더라 쿼터리즘 키드라더니…내가 너희들 이해가 안된다…”
“금지옥엽같은 키운 아이라더니… 어쩌면 중국에서 유행하는 소황제(小皇帝)라는 ‘과보호된 인성 실종의 아이들’이란 단어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듯해요…”

이런 교육적 환경이나 수업상황에서 우리 교사들은 더한층 고민과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아이들을 대하고 선생님 스스로를 단련시켜가야 행복교육, 성장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인가. 내 생각으로는 가장 먼저 교사 스스로가 학생을 보는 관점을 새로이 하는 것이 요청되어진다. 우
리 앞에 있는 학생들을 이렇게 보면 어떨까.
 

“ 내 앞의 학생은 먼 미래사회에서 오늘의 사회로 배우러 온 유학생이다.”…
우리 앞의 제자들은 장차 그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에서 유능한 민주시민으로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들을 귀한 손님이나 유학생으로 존중하고 대우하며 교사들은 그들의 꿈을 존중하고 실력과 인격을 함양시켜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다음 몇 가지 교육적 자세를 생각해 본다.

첫째, 청출어람(靑出於藍)과 후생가외(後生可畏)의 자세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는 반드시 선생님을 능가하는 인물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계발시키는데 가르침과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맡고 있는 교과교육적 탐구와 언행일치의 스승의 길을 가야 한다. 교사는 학생의 호기심과 희망찬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촉진자가 되어야 하며, 물 펌프를 가동시키는 마중물(calling water)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둘째, 학생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적시 적절한 교육적 처치를 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자세이다. 어미닭이 알을 품고 시간이 지나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데, 이때 알속에서 병아리가 세상밖으로 나오려 알껍질을 톡톡하고 연약한 부리로 쪼아대는 것(啐)을 어미닭이 알아차리고 동시에 밖에서 알껍질을 깨주어야(啄) 정상적으로 병아리가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의 호기심과 학습욕구를 알아차리어 적절한 교육적 처방을 하는 선생님이 꼭 필요하다.

셋째, ‘인성교육 중심의 명품 수업’을 하려는 자세이다. 오늘의 아이들은 엄지족으로도 불리는 사이버 세대, 영상세대로서 이들은 순수하지만 열정과 정서를 잘다스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교사는 교육애를 갖고 눈과 눈을 마주치는 교감, 교류, 래포의 형성을 통해 책임감이나 남에 대한 배려, 정직성, 배려와 협동심을 키우는  명품 수업을 해야 한다. 따라서 유능한 교사는 명품수업을 통한 교과지도 실력과 함께 생활지도 및 인성교육, 진로지도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다.

학습자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과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조화있게 살아가는 전인적 인간을 육성하려는 인성교육중심 수업의 편성운영에서 유념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협력학습 실시
- 핵심 성취기준을 토대로 학습 내용 재구성
- 학생 참여 중심의 학습활동 전개
- 교과별 인성요수 추출 지도
- 창의적 사고와 따뜻한 감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의 육성
- 협력학습과 체험학습 등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의 적용
- 지식중심의 평가 지향 및 과정 중심의 평가 실시

넷째, 교사와 학생간의 소통 및 교학상장(敎學相長)을 풍부하게 실천한다. 교사의 전문성은 교과교육학적 탐구와 교직 적성 계발 연수 및 학생과의 부단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천 응용함으로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학생과의 의미있는 소통으로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가 이루어지면 학생의 성공적 학습과 성장이 촉진된다. 또한 학생을 잘 이해하기위한 심리 상담 및 직업체험활동, 출발점 행동을 보는 진단평가 등은 명품 교육의 기초이기도 하다.  특히 수업과정에서 교사와 학생들간의 교감이 잘이루어지고,  학습목표가 효율적으로 성취되기위해서는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처럼 학생의 참여 활동이나 체험중심의 수업이 적극 권장되는 수업설계가 필요하리라 본다.

다섯째,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 비례하며 교사의 질은 수업의 질에 의하여 판가름이 난다. 학교 현장에서 좋은 수업(명품수업)을 하기위한 다음 요인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1) 학습 목표가 명료하게 제시된 수업
2) 학생들이 알아듣기 쉬운 말을 사용하는 수업
3) 다양한 학습동기유발의 기법이 적용되는 수업
4) 교사와 학습자들과의 교감이 풍부하고 상호 교류가 빈번한 수업
5) 다양한 학습 자료와 시청각 매체를 활용하는 수업
6) 교사의 활기찬 유머와 제스츄어가 적절히 구사되는 수업
7) 일상생활과 잘 연결되는 살아있는 사례들의 활용이 있는 수업
8) 학생의 창의적 사고와 고급사고력을 키워주는 수업
9) 수업을 통하여 흥미와 감동을 키우고 진로의식을 함양하는 수업
10) 시간을 도입-전개-정리(형성평가)에 맞추어 적절히 안배하는 수업

마지막으로 진리와 지혜를 격물치지 탐구하고 성찰하려는 선비의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훌륭한 선생님은 세상의 이치와 진리를 탐구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위한 소박하고 청렴한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교사는 나의 존재이유, 세상의 다양한 인간관계와 삶의 철학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하리라 본다. 제자들에게 선생님은 특정교과의 지식 전문가라기 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의미있게 잘 살아가야하는가를 보여주는 모델 퍼슨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선비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 시대 선생님의 자존심을 잊지말라는 의미에서 아름답고 정취 넘치는 우리 그림을 하나 소개한다.

조선의 천재화가 전기(田琦)가 그린 ‘매화초옥도’다. 불과 30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화가는 매화를 아내 삼고 학을 아들 삼으며 사슴을 심부름꾼으로 부린 송나라 임포의 은둔 고사를 본뜬 설경을 그렸는데 오상고절하는 선비의 기개를 작품으로 남겼다. 화가는 같은 중인 출신인 오경석을 짐짓 매화골 주인으로 등장시켜 이른 봄날의 우정 어린 호사를 함께 나눈다. 매향(梅香)이 가득한 산속에서 선비는 책장을 잠시 미루고 피리를 불고 있다. 이 산중에 찾아 든 붉은 옷 차림의 또 다른 선비....오호!!  산속 매화초옥으로 이어진 무지개 다리가 이쁘다. 희디 흰 매화는 눈과 아름다움, 그리고 고상함을 서로 다툰다. 이 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면 학문탐구를 위한 선비의 외롭고도 자존감 넘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때론 힘들지만 나라의 2세를 번듯한 인재로 키워가는 오늘의 당당한 선생님들, 그들의 애정어린 교육 열정과 헌신을 생각하면서 예전 고고한 선비들의 풍취를 간직하시길 기원하며 선생님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 전기(田琦)의 ‘매화초옥도’,19세기, 종이에 수묵 담채, 36.1×32.4cm,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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