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따지고 보면 나는 참 운(運)도 지지리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생후 첫 돌 즈음에 엄마를 잃었다. 홀아버지는 허구한 날 술만 드시고 가장이란 완장마저 내팽개치셨다.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1등 하던 나는 그러나 중학교조차 갈 수 없었다.
가장인 아버지의 교육에 대한 무관심도 무관심이려니와 만날 술에 취하여 현실과 이상을 구분 못 하는 현실적 딜레마 때문이었다. 소년가장이 되어 고향역 앞에서 구두닦이를 시작으로 돈을 벌었다.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떼다 팔았다.
세월은 이러구러 흘러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부부가 되었다. 내가 못 받고 자란 부모의 사랑과 칭찬, 관심과 배려라는 사중주의 비료를 뿌리며 아들과 딸을 매 한 번 안 들고 지극정성으로 길렀다.덕분에 아들에 이어 딸도 명문대를 갔다.
못 배운 게 한이 되어 나이 오십에 사이버대학에 들어갔다. 3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때문에 졸업장 외 학업우수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세일즈맨 생활을 그만 두고 4년 전부터 경비원이란 직업의 열차로 갈아탔다.
그러나 너무나 박봉이었는지라 투잡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수십 년간 축적한 독서와 나름의 독학을 무기 삼아 언론사의 객원(시민)기자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시나브로 내 운명에서 먹구름이 걷히는 느낌이었다. 올해 우연한 기회에 행운이 찾아왔다.
어떤 문학공모전이 있어 응모했는데 당선이 되었다며 오라고 했다. 하여 참석했더니 시상금을 주면서 책을 내보라고 했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처음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으나 더 생각해보니 나처럼 파란만장의 삶을 산 필부도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래, 나도 책을 내보자! 석 달여 야근을 하면서 치열하게 글을 썼다. 수정과 교정에만 한 달이 더 걸렸다. 그 과정이 오늘 마침내 끝났다. 지난 달 상경하여 출판계약을 한 출판사에 원고를 이메일로 송고하는 일만 남았다.
나는 눈이 커서 어려서부터 ‘눈이 큰 아이’로 불렸다. 마침맞게 버들피리가 부른 노래에 <눈이 큰 아이>가 있다.
-내 마음에 슬픔어린 추억 있었지~ 청바지를 즐겨 입던 눈이 큰 아이~ 이슬비 오는 밤길에는 우산을 들고~ 말없이 따라오던 눈이 큰 아이~ 내 마음에 슬픔어린 추억 있었지~ 지금은 어딨을까 눈이 큰 아이~-
일본의 세계적 경영자 스즈키 도시후미가 지은 책에 ‘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가 있다. 여기서 그는 “운은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온다.”고 강조한다. 운(運)은 이미 정하여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天運)과 기수(氣數)를 뜻한다.
그래서 ‘운이 나쁘다’느니 ‘운이 좋다’에 이어 ‘운이 다하다’에 더하여 ‘운을 잘 타고났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이다. 한데 스즈키 도시후미가 한 게 맞는 말이다.
운은 불가항력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도전하여 바꾸는 것이다. 좋은 운은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온다. ‘눈이 큰 아이’는 그예 큰일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