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빵장수 요셉’과 성심당이 세계적 명물이 된 이유…
[특별기고] ‘빵장수 요셉’과 성심당이 세계적 명물이 된 이유…
  • 임영호
  • 승인 2015.09.1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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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노아 벤샤가 지은 ‘빵장수 야곱의 영혼의 양식’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는 실제 뉴욕의 한 제빵 회사의 CEO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빵 굽는 사람 야곱은 현자(賢者)입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지혜를 구하고 조언을 구합니다. 이 책은 “신은 인간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잰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야곱이라고 부르는 이 아름다운 사람은 말을 아끼는 사람이지만 짧은 말 속에 반드시 새겨야 할 잠언들이 있습니다. 늘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만 정작 말은 많이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자기 속을 다 털어놓고 나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도록 이끌어줍니다. 오늘처럼 어느 하나 술술 풀리는 것이 없을 때 우리는 그를 더 보고 싶어 합니다.

이 책을 옆에 두고 가끔 읽을 때마다 나는 또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대전에는 ‘요셉이라는 이름의 빵장수’가 살고 있습니다. 내 친구 성심당 임영진 요셉 형제입니다.

그는 장사하는 사람이지만 경건한 사람입니다. 그는 말이 없지만 속이 깊은 사람입니다. 늘 그는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합니다. 하느님이 언제나 연주하고 계시는 것을 그는 늘 들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장사하면서 실천하기가 어렵지만 ‘모든 사람들이 좋게 여기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대전역 구내에 점포를 낼 때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없는지를 생각합니다. 유명한 제빵회사처럼 골목마다 분점을 내라고 권유할 때도 골목집의 자그마한 빵가게를 기억합니다.

임 사장의 선친인 임길순 님은 6·25전쟁 중 1·4후퇴 때 신앙의 자유를 찾아 흥남부두에서 배를 간신히 얻어 타고 남한으로 피난을 왔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그는 신앙의 자유를 찾아 무사히 자식을 데리고 남한에 정착한 것에 하느님께 깊이 감사했습니다.

1956년, 그 고마운 마음에서 예수의 성심(聖心)을 기린다는 뜻으로 ‘성심당’으로 이름 짓고 대전역 앞 노점에서 풀빵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그는 북한에서는 과수원을 했습니다. 빵하고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1970년에는 성당 십자가가 보이고 성당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대흥동 성당 건너편 지금의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합니다. 이제 창업한지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일본은 장수기업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이런 장수기업을 일본에서는 ‘시니세(老鋪)’ 라고 부릅니다. 일본에는 200년이 넘은 크고 작은 회사만 3000개가 넘고, 무려 1000살을 넘긴 여관과 떡집도 있습니다. 대전의 대표적인 장수기업은 성심당 이외에도 1946년에 창업한 동아연필, 1948년 창업한 진미식품, 1950년에 창업한 남선기공이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환경에서 이런 긴 세월을 견디고 생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가업을 이으면서 사랑받는 장수기업의 특징은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운영합니다. 단순한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명예를 더 소중히 합니다.

임영진 성심당 대표는 9월 초 로마교황청으로부터 훈장을 받았습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기사 훈장입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천직인 빵을 통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매출을 위해 유행만 추종하면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는 있지만 원칙과 신뢰, 그 회사만의 정신은 잃기 쉽습니다.

임 대표는 선대로부터 이어온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변하지 않으면서 남이 눈치 채지 않도록 변하는 혁신’으로 세월의 무게를 견디어 왔습니다. 성심당의 빵맛은 세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기드미슐랭’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대전역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튀김 소보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니세는 진정한 장인정신의 표본입니다. 굳이 대기업만이 지역을 대표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100년을 이어가는 강소(强小)기업이 지역경제를 튼튼하게 합니다. 성심당을 비롯한 우리지역의 장수기업에 대하여 존경을 표합니다. 그리고 100년을 넘겨 지역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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