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잡학사전] “그냥 참으실래요?”-명절증후군
[김근식의 잡학사전] “그냥 참으실래요?”-명절증후군
김근식의 ‘잡학사전’ 2
  • 김근식
  • 승인 2015.09.21 11: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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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T.041-565-8004 cafe.daum.net/theClassic

[굿모닝충청 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시집살이를 호되게 경험한 며느리들의 불만은 구전되어오는 민요가락에도 ‘고추, 당추 보다 매운’ 것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시집살이가 진절머리가 나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 ‘시계도 안 쳐다본다.’ ‘시청 부근에도 안 간다.’는 말은 농담으로 흘려듣기에는 왠지 섬뜩하다. 추석명절은 ‘시’자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이 땅의 많은 며느리들에게는 달력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릴 공포의 괴물이리라.

추석을 앞두고 한 백화점이 주부고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명절증후군을 느낀다는 주부가 168명으로 84%에 달했다. 개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 주부에게 있어 명절이 그렇게 즐겁고 유쾌한 날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증후군을 겪는 기간은 명절 전후 2~3일이 36%, 일주일 정도가 34%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한 달 이상이라는 답변도 8%나 됐다.

증상은 짜증이 난다는 답변이 46%로 가장 많았고 머리가 아프다(26%), 가슴이 답답하다(14%),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다(14%), 우울하다(12%) 등 심리적 부담으로 인한 다양한 고통이 총 망라되었다. 이에 대해 주부들은 그냥 참는다는 경우가 60%로 압도적이었으며 일부는 남편과 싸운다(14%), 많이 먹는다(4%),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2%) 등의 대답을 해 마땅한 해소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부들이 명절만 다가오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두통과 우울증, 짜증에 시달리는 한편 명절을 지내고 난 후에는 무리한 가사노동으로 인해 요통, 관절염, 만성피로와 두통 증상이 나타나기도 함을 일컫는 명절증후군…

명절증후군은 평소에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들에게는 남의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평소에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닌데 일 년에 한두 번 시부모 찾아뵙고 명절을 지내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그런 생각 자체가 명절증후군을 발병시키는 원인균이라 하겠다.

시대상의 변화로 남녀 간의 양성평등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나 장인·장모 앞에서 천연스레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는 사위는 “이쁘다” 하면서도 막상 아들이 며느리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못난 놈이라고 혀를 차는 이중적인 사고 또한 명절증후군을 일으키는 잠복형 바이러스다.

내가 당한 만큼 누군가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보상심리는 비단 시집살이를 통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에만 존재한 것이 아니었고 크든 작든 집단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오랜 인습으로 이어져왔다.

집단 합숙훈련이 많은 운동선수들의 세계도 그러하고 심지어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군대에서의 기합과 구타 또한 쉽사리 뿌리 뽑히지 않는 악습이다. 잘못된 인습으로 인한 고통의 피해자는 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과감한 결단이야말로 악습의 대물림을 막는 유일한 해법이다. 금년 추석명절에야말로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종질병을 퇴치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각자의 증상에 맞는 백신과 치료약을 준비할 일이다.

연휴 중에도 회사 일이 머리에 맴돈다, 자꾸 회사로 전화를 걸거나 걸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자신도 모르게 수시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휴가가 끝난 뒤 제대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고 혹시라도 사회 흐름을 놓쳐 뒤쳐지지는 않을까 하여 평소보다 더 열심히 신문이나 방송을 챙긴다, 가슴이 답답하고 뒷머리가 당기거나 소화불량 증세가 느껴진다… 남녀를 불문하고 겪는 휴가증후군이다.

명절휴가 기간 중에 일로부터의 심리적 해방감을 맛보려면 과감하게 휴대전화를 두고 떠나보라. 그것이 불안하고 내키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명절휴가를 떠나는 순간부터 아내와 더불어 명절증후군의 동반포로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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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기 2016-01-30 05:06:00
쉬는 동안 휴대전화 꺼놓기... 정말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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