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이야기] ‘2015년 아티언스 오픈랩’ 대전 원도심의 가능성을 새로 쓰다
[원도심 이야기] ‘2015년 아티언스 오픈랩’ 대전 원도심의 가능성을 새로 쓰다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21)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5.09.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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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대전에 사는 사람에게 아티언스(Artience)라는 말은 이제 낯선 신조어로만 들리지 않고 익숙한 무엇으로 다가올 만도 하다. 과학의 도시에 사는 사람의 본능이 과학이라는 영어 발음을 추적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2011년에 시작한 아티언스 프로그램이 벌써 다섯 번째를 맞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티언스(Artience)는 Art+Science+Audience의 합성어이다. 그러니까 예술과 과학 그리고 이를 향유하는 대중을 한자리에 모아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기획으로 대전문화재단이 판을 깔았다. 그리고 이 열린 판 위에서 대전에 뿌리를 둔 대표적인 연구단체와 교육기관들이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융합의 길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기관으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UST, 카이스트CT대학원이 참여해 각 분야의 예술가들과 6개월 동안 끙끙대며 뭔가를 만든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대중에게 알리는 자리가 이번 오픈랩이다. 그러니까 이번 행사는 말 그대로 이들이 작업한 연구실을 그대로 옮겨놓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 느끼고 고민해보자는 열린 자리이다.

▲ 사진2

2015 아티언스 대전의  행사로 10월 3일까지 이어지는 아티언스 오픈랩의 1차 전시가 옛 충남도청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깊은 의미를 가진다. 대전이 과학의 도시라지만 원도심에서 시대의 첨단인 과학에 느끼는 심리적 거리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래된 것의 가치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원도심,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활발하게 움직이는 옛 거리에서 과학과 예술이 이뤄내는 콜라보레이션의 향기를 흠뻑 맡아보았다. <사진1,2>

옛 충남도청의 안마당에 들어서면 노란 컨테이너들이 마치 한 송이 꽃처럼 둘러앉아있다. 이들 컨테이너 하나하나가 바로 이들이 함께 했던 열린 연구실이다. 첫 번째 연구실에 들어서면 ‘1초의 깜박임’이라는 주제를 만난다.

▲ 사진3

시각예술가 박현정이 참가한 첫 실험실은 소비되는 이미지들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지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투자되는 시간과 노력에 상관없이 현대사회에서 이미지가 소비되는 데에는 채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점에 착안해 소비된 이미지의 결과물을 과학자와 함께 찾아 ‘그림 먹은 뇌가 싼 감상똥’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세 개의 서로 다른 그림을 과학자, 일반인, 예술가, 이렇게 세 명의 서로 다른 사람이 감상하는 동안의 뇌파를 기록해 그것으로 우레탄 조형물을 만든 것이다. 기괴한 모양의 여러 가지 조형물이지만 사람의 느낌의 형상화라는 재미있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사진3>

▲ 사진4

두 번째 ‘신체시계’라는 제목을 가진 작가 정혜정의 작업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의 세계연구를 보면서 시간의 의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할머니와 자신의 신체시간의 차이를 이용해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고 현재의 시간과 별의 죽음을 연결시킨 작업도 인상적이다.<사진4>

▲ 사진5

세 번째로 만나는 시원지수(Cool Index)는 ‘머머링 프로젝트’라는 다섯 명의 시각예술 프로젝트 팀이 만든 재미있는 작업이다. 이들은 ‘표준과학’이라는 용어에 주목하여 시원함에도 표준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직접 ‘시원지수’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구실에 들어가 재미있는 그림과 영상을 보면서 ‘쿨첵페이퍼’로 직접 자신의 시원지수를 계산해볼 수 있다. <사진5>

▲ 사진6

최종원의 작업실 ‘헬리오스’는 태양에너지에서 ‘숨겨진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 방법은 과학적 접근방법이 아니라 상상과 몽상에 기반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사물들을 이용해 실험과 연구를 해왔다. 그 ‘무언가’가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직접 들어가 보면 어릴 적 만화책에서 봤던 괴짜 과학자의 작업실과 비슷하다. <사진6>

▲ 사진7

‘누군가의 시선, 누군가의 빛’이라는 연구실은 사진작가 두 명의 합동 작업실이다. 사람의 눈으로 본 풍경과 사진기가 바라본 풍경이 어떻게 다르며 또 어떤 방법으로 서로 비슷해질 수 있는지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암실과 비슷한 연구실 안에는 하늘과 벽으로 직접 뚫린 창이 있으며 또 진짜 타들어가는 촛불과 모니터 안에서 타고 있는 촛불을 만난다. 이들은 재미있게도 모니터 안에서 타고 있는 촛불을 조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진7>

김지수의 연구실인 ‘식물과의 대화’는 가장 아날로그적이면서 친근한 연구실이다. 그 안에는 식물들과 씨앗들이 자라

▲ 사진8

고 있다. 작가는 이들 표본으로 식물들이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술가답게 증명하기 위해 광합성을 하고 있는 엽록체와 씨앗의 발아과정을 촬영하고 이를 드로잉과 설치미술로 보여준다. 식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또 얼마나 같은지를 보여줌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사진8>

▲ 사진9

임동렬의 'MACINIMAL'은 기계를 해체하여 동물과 합치된 모습으로 재현하고 있다. 2012 아티언스부터 연구기관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생명의 기계로의 전이, 또는 기계가 가지는 야성의 생명성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진9>

▲ 사진10

‘양팔 로봇 영상 퍼포먼스’에서는 양쪽으로 어지럽게 돌아가는 영상들을 만날 수 있다. 이 프로젝션 영상들은 한국기계연구원의 로봇메카닉스연구실과 작가 문준용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로봇 ‘AMIRO’의 두 팔에 모니터를 부착하여 로봇의 움직임과 영상을 동기화하고 여기에 증강현실구현이라는 기술을 첨가했다. 가상현실 속의 물체가 움직이면 그에 맞춰 로봇이 모니터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로써 현대에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10>

▲ 사진11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아티언스 캠프도 눈여겨볼만한 프로그램이다. ‘유기체가 누는 보석 ‘똥’’이라는 제목의 체험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똥이라는 주제로 그 안에서 생명활동의 시작과 마무리를 찾아보고 있다. 한여름 똥을 주제로 한 활동영상과 그 결과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으며 우리가 외면했던 똥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진11>

2015 아티언스 대전의 모토는 이렇다. ‘원자끼리 결합방식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고 석탄이 되기도 하는 탄소처럼 예술가와 과학자는 창의성이라는 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융합은 단순히 섞어서 보여주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완전히 새로운 물질로 다시 탄생하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이 만나 새로운 화학작용을 한다면 어떤 것이 나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사실 지금의 작업들은 그 첫발자국에 해당하지만 이것들이 쌓여야만 더욱 새로운 결과물들이 나올 것이라는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이 첫발자국들을 흘려볼 수 없는 이유이다. 아직 이 향기를 못 맡은 분들은 10월 16일부터 표준과학연구원에서 다시 피는 노란 꽃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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