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춘추] 인성 교육의 방향
    [교단춘추] 인성 교육의 방향
    • 오세구
    • 승인 2015.10.07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오세구 (대전구봉고 교장)

    [굿모닝충청 오세구 대전구봉고 교장]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계절 탓에 아침 기운이 제법 선선하다. 9월의 교실은 배움의 열기로 넘쳐나야 하건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수업 중 책상 위에 엎어져 자고 있는 학생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를 보고 있는 선생님도 그냥 예사로 여긴다. 왜 계속 잠만 자느냐고 물으면 아이가 무슨 대답을 할지 몰라 묻지도 못한다. 이 정도가 되면 아이들이 무섭다고 해야겠다. 오죽하면 국가가 나서서 법까지 제정하며 인성교육을 부르짖을까?

    2015년 7월 21일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아울러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핵심적인 가치 덕목으로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지금의 아이들은 남과 더불어 사는 성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존중, 배려, 소통, 협동과 같은 덕목을 길러서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나 따돌림이 없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서른 즈음 충남 남서부의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기억 속에 학생들 간의 폭행이나 따돌림 사건은 없다. 바닷가 포구 마을에서 성장하여 머루와 다래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던 나에게 그것을 보여주려고 하숙집에 살짝 놓고 도망가던 수줍음 많던 학생들, 방과 후 종례가 끝나자마자 돈 될 만한 약초나 나물 등을 찾아 산으로 들로 달려가던 아이들이 대부분인 학교였다. 나도 수업이 끝나면 갈 길 바쁜 아이들 붙잡고 학교 뒷산에 올라가 그들이 ‘한국 바나나’라고 부르던 으름을 한 자루 따와서는 학교 잔디밭에서 과일 파티를 열기도 했었다.

    그 학교는 3개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진학한 학교였는데, 학교 설립 당시 지역 어른들의 치열한 유치 경쟁으로 말미암아 3개 초등학교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였다. 마을 어른들은 중학생 자녀가 없어도 학교를 지날 때에는 학교에 들러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체육대회도 학생들과 학부모, 동네 이장님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 그리고 면장님까지 참석하는 지역 축제였다. 가을철 체육대회는 학년 구분 없이 출신 초등학교별로 전교생이 3개 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진행하였다. 따라서 선후배, 동급생들 간의 우애가 돈독하였고 모두 한 가족이며 친척 같았다. 그야말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어우러진 인성교육의 장이었다.

    또한 어떤 마을에서 어르신 회갑연이라도 있으면 꼭 선생님들을 초청하였다. 그러면 선생님들은 수업을 마치고 그 마을 아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한 시간 남짓 시골 자갈길을 걸어 마을로 향하곤 하였다. 이렇게 부모와 교사, 마을 어른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아이들과 즐거움을 함께 했으니 이것이 바로 행복교육이 아닌가?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이후 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위한 인성스펙을 쌓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기업에서도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데 인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보고 이를 반영한다는데 어떻게 측정할지가 무척 궁금하다.  정부에서도 인성교육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인성교육은 인위적으로, 갑자기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품성은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는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아이를 바르게 키워야 한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크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는 자존감을 갖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아울러 학교 또한 아이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는 제2의 가정이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부모나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을 내 자녀처럼 사랑하고 신뢰할 때 아이는 학교에서 행복하고, 수업 시간에 즐거운 것이다. 얼마 전 기숙형 대안학교 학생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학교와 대안학교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라고 한다. 아이는 학교 선생님이 자기에게 관심도 안 가져주고, 쌀쌀하기만 했었다고 기억한다.

    반면 대안학교의 선생님은 항상 따뜻한 표정과 말로 자기를 어루만져준다고 하였다. 그 아이의 말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 하여도 이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교직에 대한 소명 의식이 투철한 교사가 바쁜 일과 중에도 항상 웃는 낯으로 친근하게 학생들을 대할 때 학생들은 바르고 건전한 모습으로 자랄 것이다.

    우리 학교는 가끔 학부모, 교사, 학생이 봉사활동과 병행하여 등산이나 둘레길 걷기를 하고 있다. 또한 옥상에 반별로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가꾸고 있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닮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모습에서 솟아오르는 생기와 대화 속에서 듣게 되는 꿈을 통해 인성교육의 또 다른 길을 보게 된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