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적시는 갠지스 강의 순례자들
영혼을 적시는 갠지스 강의 순례자들
‘로드스쿨’과 함께 하는 아시아 5개국 배낭여행 ❸ 인도
  • 강용운
  • 승인 2012.07.1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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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풍경은 평온하고도 낭만적이다. 거리 청소하는 이들을 ‘성자’라고 칭하지만 불가촉천민인 달리트들이 한다. 붉은 빛깔의 건물이 아름다운 라자가트. 상중인 남자는 깨끗이 머리를 밀고 면도를 한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꼴까따로 향하는 객차 차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인도의 풍경은 평온하고도 낭만적이다. 류시화의 글 내용 그대로다. 하지만 이른 새벽 2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릭샤꾼과 500원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흥정 끝에 도착한 바라나시역. 꼴까따행 PROOVA EXP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역에서는 볼 수가 없다. 다섯번째 인도행. 익숙해질만도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힘든 나라다. 사람, 숙소, 먹는 것. 무엇 하나 쉽지 않으며 만만하게 처리되는 것이 없다.

거리에는 치열하게 하루를 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카스트. 인도하면 떠올리는 첫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화장터. 이 모두를 끌어안고 있는 인도 바라나시. 지금 바라나시의 갠지스강가 가트와 미로와도 같은 길, 토라에는 한국인들로 넘쳐난다. 마주치는 외국인의 7할이상은 한국인이다. 바라나시는 무엇으로 용광로처럼 한국인 여행자들을 빨아들이는 것일까?
한강, 황하와 같이 인도인에게 갠지스는 강 이상의 의미이며 바라나시를 지나는 갠지스는 GANGA라 불린다.

강가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삶은 슬픔이 끊이지 않는 지옥이다


무슬림이라면 성지인 메카순례가 의무인 것처럼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에게 죽어 강가에 뿌려지는건 평생의 소원이자 의무이다.
‘어머니’인 강가로 돌아가면 모든 죄를 용서받고 영원한 죽음으로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바라나시 정션역을 통해 들어온다. 바라나시는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갠지스강을 사이에 두고 해가 뜨는 동쪽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으로 물이 빠지는 건기에는 해변의 모래사장같은 황금빛 모래가 드러나고 해가 지는 서쪽은 언덕으로 몇 백년 전부터 인도 전역의 왕들이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가트(계단)을 형성하게 되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강가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


갠지스강과 가트 그리고 화장터가 우리가 떠올리는 바라나시의 모습이다. 바루나에서 아시까지의 강변에는 총 80여개의 가트가 있다. 그중 특이할만한 가트는 메인가트로 불리는 다샤수와메트. 고돌리아에서 갠지스강으로 곧장 걸으면 만나는 계단이다. 매일 아침 저녁, 힌두교 예배인 푸자가 열린다.
가트를 오르내리는 계단에는 동냥그릇을 무릎맡에 둔 걸인들이 앉아 있는데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 바바들이다. 인도인에게 죽음은 ‘공포’가 아닌 ‘준비’다.  죽어서 강가로 오는 자들도 있지만 생의 마지막을 강가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바바’라 한다. 형편이 되는 사람은 집을 구하고 어렵지 않게 생활을 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구걸을 하며 생활을 한다.

메인가트인 다샤수와메트에서는 매일 푸자가 열린다.


천 년 동안 불이 꺼지지 않은 화장터 마니까르니까. 대나무 들것에 붉은 또는 황금색 천을 두른 시신이 “람 람 싸따헤”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들려 수 백 구씩 들어온다. ‘신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 뜻 정도로 해석된다고 한다. 화장터에는 산더미처럼 나무들이 쌓여 있고 하루도 쉴새없이 배를 통해 실려온다.

삶의 무게, 화장을 위해 650kg의 나무가 필요하다(왼쪽). 화장터의 노동자, 삶의 고달픔은 나이보다 늙게 만들었다.

한 사람의 화장을 끝내는데 약 650kg의 나무가 필요하다. 물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략 3500~5000 루피가 필요하다. 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의 금액이지만 대부분의 인도인들에겐 만만치 않은 돈이며 나무값이 모자라 구걸을 하는 유가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그마저도 구하지 못하면 타다 남은 시체로 강가에 뿌려진다. 예외적으로 화장을 않고 강가에 시신을 띄우는 경우가 있다. 아기를 임신한 여자. 가족이 없는 사두. 뱀에 물려 죽은 사람. 개, 소와 같은 짐승.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억울하니 다음생을 기약하라고 화장을 안 하는게 아닐까?

명상중인 사두

가트는 정식이 아닌 기능으로 불리는 이름도 있다. 빤데가트 옆에는 빨래를 패대기치는 거친 호흡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르는 가트가 있다. 일명 빨래가트. 오후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물소들을 볼 수 있는 가트가 있다. 철수가 붙인 이름은 ‘물소가트’. 한 사람이 소유한 소가 아니라 위탁을 받아서 소를 먹이고 목욕을 시켜주는 대행업이라는데 카스트는 아니고 새롭게 생긴 일자리인듯하다.

아침의 강가

바라나시에서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는 강변이 아닌 강에서 가트를 바라보는 것이다. 일출, 일몰 그리고 푸자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 배를 탄다. 그리고 배를 타는 한국여행자 대부분이 ‘철수’를 찾는다. 한비야와의 인연으로 유명해진 ‘철수’는 유창한 한국말과 성실함으로 이제 바라나시를 찾는 한국인에겐 스타다. 철수의 배는 한국인에게 특별하다. 유창한 한국말로 들려주는 바라나시와 가트 해설은 짧은 영어의 한국인에겐 스페셜 투어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좁은 골목에는 커다란 몸집의 소와 피부병 걸린 개들이 어슬렁거리고 푸지게 내지른 똥이 지뢰처럼 널려있다. 숨통을 트이려 나간 가트에는 구걸, 보트와 캔들 그리고 갖은 장사치들이 파리처럼 들어붙어 짜증이 절로난다. 이것이 스쳐지나는 바라나시의 모습이다.

인도인이 가장 즐겨마시는 짜이는 홍차와 우유를 끓여 만든 차(왼쪽). 화장터 옆에서 빨래는 하는 사람들. 삶과 죽음이 용광로처럼 꿈틀거린다.

하지만 바라나시는 더러움과 귀찮음 그 이상의 마력을 품고 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믿음에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게 하는 곳이다. 주검과 오물과 인간의 종교마저도 용광로처럼 삼켜버리는 갠지스강은 선도 악도 팽팽한 균형을 이루어야 이상적인 세상임을 주장하는 우유젓기 신화처럼 무심히 남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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