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누가 정치논리로 역사교육을 뒤흔드는가?
[목요세평] 누가 정치논리로 역사교육을 뒤흔드는가?
  • 송행수 변호사
  • 승인 2015.10.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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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행수 변호사

[굿모닝충청 송행수 변호사] 최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나는 이를 보면서 최근 일본정부의 역사인식과, 역사교과서 논쟁을 같이 떠올리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일본 아베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할 당시, 일본의 역사학자들을 비롯해 세계의 석학들은 일본이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고, 일본의 주류 역사학자들조차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본의 전쟁책임은 역사학계에서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라고 말하곤 하였다.

그럼에도, 아베정부는 일본의 전쟁에 대한 평가는 역사학자들에게 맡기자고 강변하였다. 절대 다수의 일본 역사학자들이 이미 평가가 끝났다고 함에도 말이다. 아베 총리의 주장의 당부를 떠나, 나는 여기에서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바로, 정치가 역사학에 개입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역사를 전공한 수많은 대학교수들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서울대에서 부산대에 이르기까지 국정교과서가 역사교육에 끼칠 해악에 대해 줄기차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언론의 중심축을 이루는 조·중·동 3개 언론사들마저도 사설로 국정제도를 직·간접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아베 담화를 앞두고, 일본의 대표적 보수언론인 요미우리신문까지도 구체적인 사과 문언을 넣을 것을 주장하였던 모습이 지금의 현실에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결국, 국정론자들의 주장은 역사교육적인 측면보다 정치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그들은 역사적인 사실의 오류나 균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남북대치라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양한 역사의식을 갖는 것은 옳지 않거나 위험하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한편, 그들(국정교과서론자)과 국정화에 적극 찬성하는 뉴라이트 학자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우연일지는 몰라도 뉴라이트 계열의 모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배척되었던 시기와 국정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시기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뉴라이트의 사관은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자는 것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절대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러한 주장 자체를 탓할 것은 못된다.

그러나 위 주장이 국헌을 문란하게 하거나, 심지어 현행 헌법이 정치세력간의 야합의 결과물이라고 폄하하는 데에 이르면 곤란하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이념을 계승’하였다고 못박고 있다. 건국헌법은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再建)’하였다고 명시한 바도 있었다.

만일 대한민국의 정체성 중 시장자본주의를 채택한 대한민국만 강조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인 1948년 이전의 역사와의 단절을 시도한다면 이것은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되받아, 또 하나의 자학적인 역사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일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제헌헌법은 재건으로 명기)으로 보아 이를 광복절에 우선시킨다면, 건국 전에 친일을 하였다고 하여 반역이라 말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또한, 애국의 기준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국에 맞추어지다 보니, 당시 대한민국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김구 선생 등이 반 건국세력으로 몰리게 될뿐더러, 아무리 악랄한 친일파라 하더라도 ‘단독’정부 수립에 앞장선 반공주의자들이라면 건국공신으로 금의환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반공교육까지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친일이 되었든, 인권탄압이 되었든 간에 모든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반공이라는 정치적 블랙홀에 빠져들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될 경우 국민통합을 위한 역사교육이 오히려 국민들 사이의 이념대립을 격화시켜 편가르기의 수단과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찬찬히 살펴보면 현재 국정교과서 찬성론자들은 잘못된 역사교육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심각한 위기가 오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 예로 고등학생의 다수가 6.25를 북침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침의 의미가 북쪽이 침략했다는 것으로 이해하였을 뿐 침략의 주체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 못가서 밝혀졌다. 이번 목함지뢰 사건 때, 내가 북의 도발에 분개하였듯이, 검정교과서로 배운 학생들 또한 분개하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역사교육의 컨텐츠는 역사학계에 맡기고, 교육은 교육계에 맡기는 것이 정상이다. 오류가 있으면 검정절차를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역사를 전공한 대부분의 학자와 교육자들이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뜬구름 잡는 식의 역사교육의 위기를 주장하면서, 우리나라 역사교육에 정치논리를 끌어들이려 하는가? 그것 자체가 하나의 교육괴담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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