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잡학사전] 봄볕은 며느리, 가을볕은 딸에게… 왜?
[김근식의 잡학사전] 봄볕은 며느리, 가을볕은 딸에게… 왜?
김근식의 ‘잡학사전’ 5-가을 건강
  • 김근식
  • 승인 2015.10.12 15: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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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T.041-565-8004 http://cafe.daum.net/theClassic

[굿모닝충청 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부르는 가을이다. 기후가 매우 좋은 계절을 이르는 이 말의 원래 말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로, 당나라 초기의 시인 두심언이 전쟁터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가 하루빨리 장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지은 것이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런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말 안장에 의지하여 영웅의 칼을 움직이고(馬鞍雄劍動), 붓을 휘두르니 격문이 날아온다(搖筆羽書飛). 여기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구절은 당군의 승리를 가을날에 비유한 것이다.

한편, 한서(漢書) ‘흉노전’에는 흉노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 즉 해마다 가을철에 중국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약탈하여 기나긴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했으므로 북방 변경의 중국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天高馬肥)'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추고마비'보다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을 더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가을만 되면 숨소리가 가랑가랑하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천식과 비염 환자들.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가을철에 내과와 이비인후과는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염 환자로 북적이는데 아직까지 완치법이 없다.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비염을 감기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기침과 콧물, 재채기 등 증상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이 돼서 처음으로 천식이나 비염에 걸린 사람은 감기와 분간하기가 더욱 어렵다.

알레르기성 천식과 감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침을 하는 기간. 감기 기침은 길어도 2∼3주 안에 낫지만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3주 이상 계속된다. 또한 천식에 걸렸을 때에는 쌕쌕거리거나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난다.

가을철 알레르기성 천식은 감기로 부쩍 악화됐다가 다른 증상이 사라지고 기침만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콧물과 재채기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오전까지 심해졌다가 오후 들면서 점차 누그러지고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게 특징인데 감기로 인한 증상은 대부분 1∼2주 안에 낫고 특별히 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기온이 낮아지고 해가 짧아지는 가을에는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원인은 멜라톤의 분비가 늘어나면서 무기력한 느낌을 더욱 들게 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대부분 우울증은 가을, 겨울에 생겨 봄, 여름이면 회복되는 성향이 많고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도 부른다.

우울증은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기분전환 등 자가 치료도 좋지만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가을이면 많이 생기는 계절성 우울증에서는 일반적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식욕감소, 수면감소와 달리 탄수화물 갈망, 식욕증가, 체중 증가, 수면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작업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대인관계가 어려워지기도 한다고 하니 자신의 증상을 살펴 우울증인지 그저 가을을 타는 정도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겠다.

가을철 햇볕은 봄볕보다 약 1.5배가량 일조량이 적기 때문에 같은 양의 햇볕을 쬐더라도 가을철에는 피부가 덜 그을린다. 반면 가을철 평균 습도는 69%로 63%인 봄철보다 높아서

습도가 높을수록 투과하는 햇볕의 양도 줄어 봄볕보다 가을볕이 훨씬 쾌적한 느낌을 준다.

이 땅의 많은 며느리들이 분통을 터뜨리겠지만 '봄볕은 며느리에게 쬐이고 가을볕은 딸에게 쬐인다'는 속담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그래서 가을철 햇볕은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몸에 좋은 보양 역할을 한다고 한다. 쾌청한 날의 햇볕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 시켜 우울한 기분은 바꿔주고 피부와 점막의 면역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하루 몇 시간, 아니 몇 분만이라도 일로부터 벗어나 햇볕을 쬐며 가을이 주는 혜택을 맘껏 누려보자. 그냥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니라 가을을 올라타고 즐기는 계절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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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기 2015-10-15 09:15:56
저자의 해박하심이 잔잔히 배어나오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강재형 2015-10-12 21:16:13
옛부터 전해지는 간단한 말에도 이런 깊은 뜻이 담겨 있었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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