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을 꿈꾸는 사람들의 놀이터 ‘북바인딩 공방’
나만의 책을 꿈꾸는 사람들의 놀이터 ‘북바인딩 공방’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22)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5.10.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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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클릭만 하면 원하는 책을 안방에서 받아볼 수 있는 디지털 세상. 이런 와중에 멀쩡한 책을 뜯고 꿰매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추억을 담기 위해, 특별한 사람을 위한 선물까지~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작품들. 독서의 계절! 선화동의 북바인딩(bookbinding) 공방을 찾았다.

수제 제본의 즐거움, 책 만드는 여자
선선한 가을바람이 감성지수를 높이는 요즘. 부쩍 분주해진 ‘책 만드는 여자 공방’의 이상순 대표를 만났다. 북바인딩 개념이 낯설었던 시절부터 원도심을 지키며 수제 제본의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 그녀는 최근 대흥동에서 선화동으로 공방을 이사 했다.

건물 4층에 위치한 공방은 세상과 분리된 듯 조용하고 독특한 책들이 가득한 문화 아지트 같다. 이상순씨는 10월 7일부터 열리는 <서울 국제 도서전> 전시를 위해 작품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필자는 북바인딩을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작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마치 3D같은 입체적인 책들이 책장을 튀어나왔다. 스티브 잡스 전기를 다룬 책은 살아생전 그의 상징이었던 청바지와 검정색을 활용하고 그가 출시한 휴대폰을 오브제로 삼아 꾸며졌다. 이병률 시인의 책은 저자가 좋아한다는 눈 내리는 풍경을 표지 스토리에 담기 위해 은빛을 사용했고, ‘마당을 나온 암탉’ 역시 책의 내용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 가공된 종이인 크라프트지를 선택, 깃털을 활용하는 등 누구든 표지만 보고도 주제를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모두 그녀만의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소중한 작품들이다. 이쯤되면 책도 스타일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럼 북바인딩은 북아트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상순씨는 “북아트는 말 그대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책에 예술성을 더하는 작업이죠. 북바인딩은 책을 풀이나 실로 엮는 과정입니다. 북아트에 포함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책을 마무리 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자유로운 형태로 담아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일이라고. 보통 북바인딩 작업은 자신이 읽었던 책을 선택해서 연결하게 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과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자신이 이해한 모습대로 책의 표지를 새롭게 꾸미거나 오래된 책을 복원할 수도 있다.

그녀는 왜 북바인딩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이상순씨는 삼성동 인쇄특화거리에 있는 편집 디자인 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우연히 프리젠테이션 현장에서 경쟁업체가 준비한 실제본의 책자 때문이었다고.

이상순씨는 “좀 놀랐죠. 보통 기계제본으로 작업을 하는데 실제본의 책자를 보니까 만든 사람의 정성도 느껴지고 신선했어요. 그 뒤로 수제 제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쉬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을 오가며 바인딩 기법을 공부했죠. 편집 다지인 일을 한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라고 회상했다. 다만 지역에서는 북바인딩 문화가 낯설었기 때문에 재료를 구하는 일부터 홍보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마다 작품전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 있다.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북바인딩의 세계! 
작품을 살펴보니 손재주가 부족한 사람들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과연 누구나 북바인딩에 도전할 수 있을까? 대답은 물론이다! 북바인딩 수강생들은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학생들부터 주부, 교사를 비롯해 군인, 노부부도 있었다고.

이상순씨는 “책 한 권을 직접 북바인딩 하려면 최소 6시간 정도 필요한데요. 수강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작업이 종이 자르기입니다. 평소 자를 사용해서 1mm 단위로 표시 할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내지를 자를 때 삐뚤어지기도 하지만 저는 괜찮다고 말씀 드려요. 중요한 건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책을 분해할 때는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긴 나만의 책이기 때문에 정해진 틀도 반품도 없을 테니 용기를 내도 좋을 것 같다.

특별한 선물을 고민하는 분들은 작품을 의뢰한다. “한 번은 군인이 와서 자기 군대 생활을 정리하는 스냅사진을 가져와서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북바인딩이란 것이 기존의 책 뿐만 아니라 수첩, 다이어리, 앨범 등 다양한 종류에 접목시킬 수 있거든요. 기억에 남는 수강생 중에 노부부도 있었어요. 쪽지묶음을 가지고 오셔서 책처럼 연결해 달라고 하셨는데 알고 보니 아내와 주고받은 쪽지였죠. 크기도 다르고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보람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로 건네주시는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세상에 하나 뿐인 추억의 책장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북바인딩을 하기 위해서는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지를 접고 연결하고, 표지를 자르고 커버를 씌운 다음 꾸미는 등의 과정을 통해 책에 대한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고.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어린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상순씨는 국립세종도서관에서 어린이 북아트 수업을 통해 동화책의 내용을 책으로 옮겨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녀는 “아무래도 학생들이라서 꾸미기를 좋아하더라고요. 어른들처럼 두꺼운 책을 꿰매는 것은 좀 어렵지만 일기장이나 공책을 만들어 본다던지 교육적인 내용을 담아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북바인딩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기술을 공유하고 제자양성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방을 북카페처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서 옥상콘서트를 여는 기획도 고민 중이라고. 뚝심 있게 원도심을 지켜온 그녀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공방을 나섰다.

프랑스 속담에 <A book that is shut is but a block> ‘덮어둔 책은 나무토막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했던가? 올 가을에는 읽다가 덮어둔 책부터 펼쳐봐야겠다. 어쩌면 북바인딩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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