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엄마의 꿈
[시민기자 눈] 엄마의 꿈
  • 이희내
  • 승인 2015.11.0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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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내 방송작가

[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가을은 집나갔던 자신의 마음이 되돌아오는 계절이라고… 그래서 더욱 마음이 시리고도 견고해지는 계절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계속 이리저리 방황중이니… 언제 되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달전 추석을 3일 앞두고,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 늘 곁에서 든든한 천군만마가 되어주던 어머니라는 존재의 부재는 참 컸다.

방송 일하느라 제때 밥을 못 먹는 게 늘 안쓰럽다며, 어느 시간에 와도 따스한 밥 한 공기를 뚝딱 차려주던 사람. 힘들다고 투덜거리며 언제라도 전화를 해도 늘… 힘내라고 다독거리던 내 편… 영원한 내 편. 그런 사람이었다. 엄마는.

그리고 그녀의 꿈과 비밀에 대해 알게 된 건…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부터였다.
충남 부여의 시골마을에서 유난히 공부도 잘하고 그림을 잘 그랬던 엄마의 꿈은, 피카소를 꿈꾸던 위대한 화가도, 멋진 대학교수도 아닌… 작은 시골 국민학교의 미술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가족들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게 바로 이 시대의 엄마들이었으리라.

그리고 엄마는 가족 아무도 모르게 50여 년 세월이 지나서야 다시 ‘학생’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우리도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의 비밀. 엄마는 늘 부엌식탁에서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남모르게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들어 도심에서는 중년의 여중생, 황혼의 여고생. 만학도인 대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대전시 괴정동에 위치한 예지중고등학교. 이곳에서는 책가방을 메고 바쁜 걸음을 내딛는 수많은 엄마들을 볼 수 있다.

그녀들을 뒤따라 들어가면 곧 펼쳐지는 익숙한 교실 풍경. 그 곳에는 수십 년 동안 혼자 눈물로 가슴앓이 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들의 비밀이 있었다.

평균 나이 57세. 고단했던 세월을 말해주는 주름을 안고 이제 다시 학교에 들어선 흰머리가 희끗한 우리네 엄마들은 이곳에서만큼은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다는 14세 여중생, 17세 여고생으로 변신한다.

누군가의 누나와 딸로, 시간이 지나 다시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로 살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많은 어머니들의 배움터인 이곳에서, 우리 엄마역시 다시 학생의 꿈을 꾸셨고, 당당히 졸업을 하며, 대학진학까지 꿈꾸셨던 것이다.

지난 시절 이야기를 꺼내면 눈물부터 쏟아내는 게 우리네 엄마들이다.
언젠가 자식들이 가지고 온 가정통신문 속 부모 학력란을 앞에 두고 마음이 철렁했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가슴앓이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엄마를 통해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분은 어머니, 아버지의 꿈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내리사랑에 너무 익숙해져서 나만, 내 아이만을 생각하고 있진 않는가?

교복이 부러웠던 14세 여학생, 연필을 쥐고 책가방을 메는 일이 소원이었던 여학생, 졸업장을 갖고 싶었던, 그래서 조금은 당당하고 싶었던 엄마의 꿈.

더 열심히 노력해 다음엔  여대생이 되겠다고 수줍게 웃는 중년의 여중, 여고생들. 배움의 길을 통해 다시 꿈을 꾸는 우리네 엄마들이 보내는 인생 최고의 순간들을 응원하며,  필자의 어머니이신  고(故) 김성례 여사에게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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