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지난 7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2015 장애인문화예술축제’에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네 명의 사람들이 휠체어를 탄 여인을 그대로 들어 올려 글씨를 쓰게 도와줬던 것.
그 여인이 ‘평등’의 ‘등’ 자 옆 마침표를 찍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뭉클해 했다고 한다.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만드는 예술이기 때문에 그 감회가 남다를 법 하다.
이은희(44)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잇다’ 대표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홍성군에 위치한 ‘잇다’는 약 120명의 장애인 미술 작가들이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당시 휠체어를 타고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은 이 대표가 유일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만 하다. 또 휠체어를 타고 캘리그라피를 하는 것은 대회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해당 축제에서 ‘소통과 평등’이라는 주제를 갖고 그의 스승인 이화선 작가와 함께 했다.
이 대표는 “휠체어를 타고 캘리그라피를 하기엔 공간을 다 못 쓰는 등 한계가 있다. 내가 밑에서 그림을 그리면 이화선 작가님이 마지막을 그렸다 ”며 “내 키에 맞춰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이렇게 퍼포먼스를 한 이유는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하자는 의도였다”고 회상했다.
서예가 전공인 이 대표는 22살 때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사회복지, 재활심리, 재활심리학 공부를 했다. 다른 공부와 일을 했지만 그래도 붓을 놓지 않았다.
홍성이 집인 그는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캘리그라피 공부를 했으며, 지금도 함께 퍼포먼스에 참가한 이화선 작가에게 지도를 받는 중이다.
또 일주일에 두 번 씩 초교와 중학교 아이들에게 방과 후 수업으로 서예를 가르치기도 하고 밤에는 직장인들에게 글 쓰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글씨를 쓰는 도구, 수업방식 등에 따라 참여도와 만족도가 크게 다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겐 칭찬으로 자존감을 끌어올려주죠. 글씨를 잘 쓰게 하기보다는 ‘치유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제자 양성이 끝이 아니다. 이 대표에겐 이보다 더 큰 목표를 있다. 바로 서울과 천안 등 대도시에서 열리는 장애인예술축제를 그의 고향인 홍성에서도 성대하게 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현재 홍성지역 장애인단체와 일반 문화예술 단체와 교류가 없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의 고민이다.
이미 일반 문화예술단체들은 결집이 돼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 동등하게 행사 등을 준비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문화를 만드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구조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해결책은 만남과 소통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공연 등을 할 때 일반인들이 장애인단체와 협력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홍성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문화 공연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홍성 지역 문화예술 단체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장애인과 일반인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