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진정한 놀이터가 선화동에 있다-계룡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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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23)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5.11.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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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선 대표

[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서점이라는 공간

언제부터인가 서점이 오프라인서점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은 역으로 대전의 원도심에서 버티고 있는 계룡문고의 문화적 가치를 다시 돌아보아야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었다. 손으로 책을 만지고 냄새를 맡으면서 고민 끝에 한권을 고르고 뿌듯해하던 곳이었으며 돈들이지 않고 사람을 기다리는 장소였고 사지 못하는 책을 꼼꼼히 나눠 읽어내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단순히 소비를 하는 곳이 아닌 문화를 축적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이제 서점은 시대의 변화에 오르지 못한 채 오프라인이라는 이상한 땅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무엇으로 전락했다.

정말 그런 상황인지 아니면 아직도 다른 가치가 있는지, 계룡문고의 대표이자 ‘책 읽어주는 아빠’라는 명함을 가진 이동선 씨에게 이야기를 청했다.

“역사요? 20년 전에 은행동에서 서점을 시작했어요. 생계형이죠. 형 밑에서 서점을 하다가 독립한 겁니다. 직업이었죠. 그리고 이곳으로 온지는 8년이 되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서점을 하다 보니 어린이 책 출판하는 사람, 동화를 비롯해 여러 작가들, 인문학 저자 등을 많이 만났죠. 그러니까 책과 관련된 전문가들이죠. 자연스레 교육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서점이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 40~50대만 해도 어릴 적 동네서점에 대한 추억이 많다.
참고서를 산다는 핑계로 들러 만화책과 잡지를 통독하고 인심 좋은 주인아저씨가 조금씩 깎아주는 돈으로 군것질하던 재미도 잊을 수 없다. 동네서점은 고사하고 대형서점도 대부분 사라진 현실에서 어떤 신념으로 지금에 이르렀는지 궁금했다.

“서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완전히 다른 업종입니다. 책이 다른 상품과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죠. 책은 언론에서 소개해도 광고라 여기지 않잖아요? 서점에서는 책을 다보고 가도 자연스럽고요. 책만이 가진 이런 고유한 특성을 무시하고 가격논리,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니 문제죠.”

책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산 책이나 똑같지만 가격은 차이가 난다. 고객입장에서는 가격에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옆에서 속수무책인 구멍가게 격이다. 이동선 씨의 말은 그러나 어떤 게 정상인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곳에 먹고 마시는 곳만 있고 공공도서관이나 서점이 없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조금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경제논리가 이 시대의 복음인가요? 교육이나 문화는 경제논리로 따질 수 없는 것이죠. 서로 고민해야죠. 지금의 형국은 서점의 책임만이 아니에요. 동네서점, 심지어 대학가서점, 교내서점, 모두 사라졌잖아요? 이제라도 다시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인데, 지역마다 로컬 푸드가 활성화되듯 다시 서점이 살아야합니다.”

그래서 왜 서점이 있어야하는지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명쾌했다. 서점에서 아이들이 직접 고른 책이야말로 아이들이 사랑하는 책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고른 걸 내가 산다는 건 스스로 책과 연애를 시작한다는 얘기이니까요. 전집류를 왕창 사다놓고 읽으라고 강요하고 학교 필독서를 읽으라고 강제 결혼을 시키니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는 거죠. 거기에 게임이니 스마트폰이니 이런 게 널려있으니까. 더욱 서점에 와야죠. 서점에 오는 일은 내 신랑 내 아내를 아이들이 직접 고르는 일입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직접 느끼고 만져보고 할 수 없잖아요? 즐겁게 책을 접하게 되고 그러다가 책과 사랑하게 되는 거죠. 필독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접근으로 좋은 책을 소개할 때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직접 고르고 또 그걸 도서관에서 비치하면 아이들은 도서관도 열심히 다닙니다.”

러면 책은 왜 읽어야하는 거죠? 아이들 같으면 분명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물었다.

“시작은 생계형이었지만 아마도 교육에 문화에 태생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거 같이요. 아이들이 서점에 와 책과 사귀고 그러다가 독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저절로 교육이 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이 일이 아이들 공교육에 기여한다는 뿌듯함도 느꼈고요. 서점에서 교육하면 다른 교육비가 안 들잖아요? 서민들에게 도움도 되고. 우리 서점에는 매일같이 여러 학교에서 견학하러 옵니다. 이곳에 왔다 가면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 몰려가죠. 문화를 만들어지는 거죠. 책을 읽는 문화요.”

별명이 ‘책 읽어주는 아빠’인데 본인의 자녀는 어떻게 교육시켰는지 궁금했다.

“큰아이는 어려서부터 책만 읽어주었습니다. 사교육은 시키지 않았죠. 그런데 그게 효과가 좋더라구요. 책을 읽어주면 듣기훈련이 되니까 자연스레 수업에 집중도 잘하고, 큰애는 지금 알아서 잘하고 있어요. 늦둥이는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갔어요. 그냥 작은 원칙은 아이의 시행착오 존중해주며 지켜보는 거죠. 교육을 잘 시키는 부모는 적어도 2주에 한번은 책을 보러옵니다. 부모가 봐야 아이도 책 보는 습관이 생기죠. 이렇게 가족문화가 생겨야죠.”

몇가지 단순한 질문

“시간이 지나면서 빚이 많이 늘었어요. 이 일이 상업적인 이유도 중요하지만 교육적 측면에서 효과를 느끼니까 그만둘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지켜야 될 가치죠.”

제일 아쉬운 것은?

“직원들의 복지문제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 매출이 나와야 더 할 수 있고, 그게 가슴 아프죠.”
그래서 이 일은 언제까지 하실 거죠?

“죽을 때까지가 아니라 죽고 나서도 해야죠.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어요. 이젠 아무도 반대할 사람도 없고요. 내 무덤이 여기다 하는 생각이죠. 여기서 살고 여기서 죽는 마음으로.”

책방지기가 가진 독서문화에 관한 생각은 또한 남다를 것이다. 그 답은 유비쿼터스 독서문화였다.

“먼저, 책 읽는 환경으로 소박한 거실서재가 있어야죠. 그리고 동네마다 마을 도서관이 필요합니다. 아파트마다 헬스장만 만들 게 아니라 책방도 있어야죠.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는 좋은 그림책을 비치하고요. 미용실, 병원, 은행 등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곳에 이런 그림책들을 놓아두면 됩니다. 커피숍, 식당에서도 손이 닿는 곳에 이런 책이 있어야죠. 소비문화와 물질문화를 조장하는 광고책자가 아니라 정서를 건드리고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그림책들 말입니다. 또 보건소에서부터,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연스레 책과 친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죠. 명절선물도 책으로 바꿔보는 일도 좋지 않겠어요?”

자연스레 이야기는 복지로 이어졌다.

“복지도 의식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자립하는 힘이 필요하죠. 독서복지이죠. 사회복지시설에 책이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또 대전에 유명한 휴양지인 장태산을 책마을로 만들어보는 일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의 책마을처럼요.”

그사이 책 읽어주는 마법사로 잘 알려진 계룡문고의 이사 현민원 씨가 자리를 같이 했다.

“이분이 우리 일을 제일 많이 하는 분인데, 그래서 그런지 저하고 매일 싸우는 게 일이에요. 사실 친척 누님이거든요.”

마법사는 책 읽어주는 봉사로 아주 바쁘다. 사실 계룡문고에서 최고로 바쁜 분이라고 한다. 직원들을 이끌고 지역아동센터로 봉사 나가는 일도, 노인복지센터와 어린이집에서 책 읽어주는 일도 모두 마법사님의 몫이다. 아이들이야 말할 것 없고 외롭고 소외된 노인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일석이조라고 한다. 동심으로 돌아가 외로움도 달래고 또 치매 예방에도 좋으니까.

이렇게 책방지기와 마법사,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주최가 되어 정기적으로 여는 문화행사가 많다. 학교와 제휴해 진행되는 서점나들이 행사와 10년째 이어온 아이들과 부모님께 책 읽어주는 행사가 그중 주된 것이다.

“이제 체험형 서점을 해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그 안에 흠뻑 빠져서 하루 종일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서점입니다.”

그러면 우리 대전 시민들은 무엇을 할까요?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가족끼리 서점나들이를 하는 거죠. 걸어서 운동장만 돌지 말고 걸어서 서점에 가는 겁니다. 가까운 곳에 서점이 없으면 한두 정거장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가면 좋죠. 독일은 정부에서 서점나들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서점은 어느 개인의 경제활동창구가 아니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 같은 공공재로 보는 것이죠. 시장도 교육감도 한 달에 두 번 가족과 함께 서점에 갑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책을 주제로 한 축제들이 생겨나겠죠.”

이렇게 책방지기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지만 한권을 덮어야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일단 아쉬운 자리를 털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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