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요하의 작은 옹달샘] ‘화음 없는 합창’과 다름없는 ‘국정교과서’
[지요하의 작은 옹달샘] ‘화음 없는 합창’과 다름없는 ‘국정교과서’
3-10분 공연 위해 넉 달 바친 성가대를 보며 교과서를 생각하다
  • 지요하
  • 승인 2015.11.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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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요하 소설가

[굿모닝충청 지요하 소설가]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은 지난해 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8년 동안의 공소 역사를 안고 1964년 8월 4일 본당으로 승격됐으니, 올해로 본당 역사 어언 51년, 공소 시절까지 합하면 60년 가까운 연륜을 갖게 됐다(본당은 사제가 상주하는 성당이며, 공소는 관할 본당의 사제가 방문 사목을 하는 먼 곳의 작은 교회이다).

태안성당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본당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며 경축했다. 2013년 9월 8일(본당 주보 축일) 50주년 '개막미사'를 봉헌했고, 여러 가지 기념행사와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50주년 해인 2014년 9월 21일 경축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그리고 올해 2015년 10월 25일에는 폐막미사를 봉헌했다.

10분의 공연을 위해 넉 달을…

3년 동안의 기념과 경축을 마무리하는 폐막미사 후에는 음악제 행사를 가졌다. 잔치 음식으로 전 신자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태안가톨릭 색소폰앙상블’의 색소폰 공연, 서산지구 ‘유빌라떼 합창단’ 공연, 태안성당 신자 자매의 소프라노 독창, ‘대전가톨릭 쳄버 오케스트라’ 공연, 태안성당 ‘50주년 성가대’ 공연 등으로 음악제 행사는 풍성하고도 아름다웠다. 2700명 신자 공동체답게 많은 신자들이 음악 행사를 관람했다.

태안성당 50주년 음악제 태안성당 ‘50주년성가대’의 율동을 곁들인 즐거운 연습 모습. 20대부터 70대까지 고루 참여했다.

태안성당은 음악 쪽으로도 복이 많다. 우선 지휘자가 피아노를 전공한 음대 기악과 출신이다. 오르간 반주자는 음대 기악과 출신을 비롯하여 여러 명이나 된다. 또 음대 성악과 출신 소프라노도 있다. 시골 성당일망정 여러 명의 음대 출신 신자들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다 색소폰앙상블의 한 멤버는 KBS 관현악단에서 활동했던 신자다. 또 바이올린을 다루는 신자들도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규모 있는 음악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음악제 준비를 위해 기존의 성가대에 인원을 배로 보강하여 ‘50주년 성가대’를 구성했다. 무려 62명이나 됐다. 20대 청년부터 70대 노년까지 고루 참여했다. 처음에는 인원이 더 많았으나 중도에 여러 명이 포기를 했는데, 포기한 사람은 모두 남성들이었다.

10월 25일에 50주년 폐막미사와 음악제 행사를 갖는다는 계획은 연초에 잡혔는데, 50주년성가대는 6월에 구성돼 7월부터 연습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매주 한 번씩 수요일 저녁에 1시간씩 연습을 했으나 9월부터는 일주일에 세 번씩, 또 10월 들어서는 일주일에 네 번씩(월·수·목·금) 연습을 해야 했다.

태안성당 50주년 성가대가 음악제 공연 곡으로 채택한 노래는 베르디의 오페라 <노예들의 합창>, 미국 영화 <시스터 액트>에 삽입됐던 <오 해피데이>, 국민가수 조용필의 <옛 친구여> 등 세 곡이었다. 이 3곡의 노래를 악보를 보지 않고 율동을 곁들여 4부 합창으로 능숙하게 부르기 위해서는 4개월의 연습 과정이 필요했다.

음악제의 마지막 순서로 태안성당 50주년성가대가 무대에 올라 세 곡의 노래를 부르고 앙코르 한 곡까지 부르는 데 걸린 시각은 대략 10분. 이 10분의 공연을 위해 60여 명의 단원들이 4개월 동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것이었다.

성가대에 몸담은 세월, 어언 20년

나는 40대 후반이던 1995년, 현 4부 합창 성가대가 출범할 때 아내와 함께 창단멤버로 참여했다. 그로부터 20년 세월이 흘러 이제 60대 후반이 됐고, 성가대 최고참(최고령자) 중 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20년 동안 꽤나 열심히 올곧게 달려왔다.

올해 연세 92세이신 모친이 2009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또 암세포가 골반으로 전이되어 사경에 처했을 때, 노모의 병구완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느라 여러 달 열외가 됐던 때를 제외하고는 성가대 활동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다.

공연을 이틀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하는 장면. 모두 악보 없이 지휘자만 보며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

노래 소질이 별로 없고 악보도 정확히 읽지 못하는 내가 4부 합창 성가대의 베이스 파트로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것은 4부 합창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다. 고된 연습 과정 끝에 이르게 되는 ‘화음의 완성’, 거기에서 얻어지는 희열과 성취감 때문이었다.

예수부활대축일이나 성탄대축일, 또는 특별한 행사를 앞두고 길고 어려운 곡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막막해지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머지않아 화음의 완성을 접하게 되리라는 생각으로 묘한 설렘도 감득하곤 했다.

각 파트 별로 연습을 하고 나서 네 파트의 소리를 맞춰보는 연습을 하게 될 때는 늘 흥분 같은 감흥이 따라오곤 했다. 여러 차례의 반복 연습 끝에 마침내 화음의 완성을 체감할 때는 실로 감사한 마음이곤 했다.

성가가 매우 훌륭한 기도임을 깊이 헤아리는 것도 내가 성가대에 참여하는 중요한 이유였다. 성가 연습은 반복적인 기도 행위였다. 나는 성가 연습을 하면서 절절히 기도하는 나를 느끼곤 했다. 내가 성가 연습 과정 안에서 더욱 뜨겁고 절절하게, 때로는 신나게 반복적으로 기도에 열중하고 있다는 자각은 늘 내 가슴에 감미로움과 신선함을 안겨주곤 했다.

화음의 완성을 향해 연습에 열중할 때마다, 그리고 화음의 완성 안에서 희열과 성취감을 접할 때마다 ‘세상의 조화’를 생각하곤 했다. 음악이 존재하는 것은 세상의 조화를 위해서였다. 선율의 아름다움과 화음의 절묘함은 세상의 조화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인간이 음악을 사랑하는 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일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의 순환이 있어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네 가지 소리의 교합도 있을 터였다. 네 가지 소리가 한데 어울려 화음의 아름다움과 절묘함을 만들어내는 것은 4계절 속 우주 만물의 교합과 배행을 표현하는 것일 터였다. 그러기에 음악은 조물주에 대한 최고의 화답이며 경신례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조화를 부정하고 통제하려는 국정교과서

몇 년 전 4대강 파괴사업이 한창 진행될 때는 강물소리를 그리워하곤 했다. 강은 흐름 자체로 음악이며 생명이었다. 흘러야 강이며, 살아 있는 강이었다. 강을 파괴하고 개조하는 것은 강의 생명력을 죽이는 짓이었다.

노래를 부르며 강물소리를 그리워하는 감성 때문에 나는 더욱 괴로운 심정이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노래를 불렀고, 더욱 열심히 성당 성가대에 참여했는지도 모른다. 매주 월요일 서울 여의도에 가서 4대강 파괴사업 중단을 위한 미사에 참례하고, 전국 곳곳의 ‘생명평화미사’에 적극적으로 참례한 것도 실은 강물소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태안성당 ‘50주년성가대’의 공연 장면. 3개월의 연습 끝에 합창 화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었다. 10분 공연을 위해 4개월을 바쳤다.

그런 내가 요즘 들어서는 노래를 부를 적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때문에 또 다른 아픔을 느낀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고 단일화 한다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음으로만 노래를 부르자는 것과 같다. 오직 한 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리자는 것과 같다.

통제된 한 가지 음으로만 노래를 부르고, 한 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억지·강제·획일·독재의 의미를 내포한다. 생각해보라, 한 사람이 홀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닌데, 수십 명 합창단이 그저 한 가지 소리로만 계속 노래를 부른다면, 부르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얼마나 고역이겠는가. 그게 음악이 될 수 있겠는가.

한 가지 음으로만 노래를 부르자는 것은 화음 곧 세상의 조화를 배격하고 파괴하자는 뜻이다. 자신이 세상의 기준이라는 뜻이다. 세상의 다양한 가치관들을 자신의 잣대로 재단하거나 부정한다는 뜻이다. 오만과 독선의 광포한 노출일 뿐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그 어떤 그럴싸한 말로 포장을 하고, 명분을 가마솥에 넣고 삶아댄다 해도 40년 전 유신 시절로 돌아간다는 것밖에는 되지 못한다. 구차하고 측은하다. 무모한 역주행은 국민을 너무도 힘들게 한다.

나는 베이스 파트로서 테너·소프라노·알토 소리들과 한데 어울려 아름답고 절묘한 화음을 만들어내는 그 희열과 성취감 때문에 성당 성가대 활동에 참여한다. 만약 오로지 한 가지 음으로만 줄곧 성가대가 유지된다면 오늘 당장 떼걸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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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시민 2015-11-06 10:03:34
괜스레 성당성가대 들먹이며 늘어놓는 괴변으로밖에 안들리네~
구차하고 측은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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